지난달 인천에서 올해 처음으로 비브리오 패혈증으로 인한 사망자가 발생했다. 질병관리본부는 10일 지난해보다 전남 갯벌과 해수에서 비브리오 패혈증이 한 달가량 빨리 검출됨에 따라 서남 해안가 지역주민과 방문객들은 감염 예방을 위해 각별히 주의할 것을 당부했다.
이 질환은 바닷물이 따뜻해지는 6~9월 서·남 해안지방에 발생하고, 감염 시 치사율이 40%에서 최고 60%에 달하는 치명적 식중독 질환으로 만성질환자는 특히 주의해야 한다. 매년 10여명의 사망자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어 여름철 어패류를 날로 먹는 것에 대한 경계가 반드시 필요하다. 비브리오 패혈증의 원인균은 해수에 있는 ‘비브리오 불니피쿠스균(Vibrio Vulnificus)’이고 이 균에 감염된 생선회, 굴, 낙지 등 어패류를 날로 먹을 때 발생한다.
비브리오 불니피쿠스균은 수온이 18도 이상 상승하고 적당한 염분이 있는 환경에서 개체수가 많아지는데 균에 노출된 사람의 면역 상태에 따라 질병 발생 양상이 달라진다. 환자 중 대부분은 만성 간질환 환자와 많은 양의 술을 마시는 40대 이상의 남성 환자이다. 이 외에 혈청의 철이 증가하는 혈액질환, 당뇨병, 만성 신장질환, 악성종양을 앓거나 위 수술을 받은 환자에서도 발생하고 건강한 사람은 거의 앓지 않는다.
증상은 오한, 발열, 피부병변, 쇼크 등으로 피부 병변은 보통 발병 후 36시간 이내에 발생하고 초기에는 피부에 붉은 색 병변이 보이며 시간이 지날수록 부으면서 통증이 동반된다. 홍반 부위가 확산되며 혈성수포가 생기고 괴사되면 혈압이 떨어져 여러 장기의 기능이 저하돼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비브리오 패혈증의 치료는 발병 초기에 적극적으로 항생제를 투여하고, 괴사된 조직을 수술로 제거한다.
김안나 을지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대전)는 “어패류를 손질하거나 낚시 도중 고기에 찔리고 다친 상처 부위에 비브리오 불니피쿠스균에 오염된 바닷물이 들어가 병을 유발할 수 있다”며 “잠복기가 짧고 병의 진행이 빨라 조기진단과 치료가 생존율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다.
예방을 위해서는 어패류를 영하 5도 이하로 저온 보관한다. 어패류 균·균독은 56도 이상 열을 가할 때 파괴되므로 끓이거나 구워 먹는 게 좋다. 고위험군 환자는 △6~9월 사이 어패류를 날 것으로 먹지 말아야 하고 △강 하구나 바다에서 낚시나 수영을 자제하며 △만약 어패류를 생식하거나 바닷물 노출된 후 복통이나 발열이 동반되면 즉시 병원을 찾아 진단받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