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은 임신하면 태아를 위해 흡연과 음주는 물론 간접흡연에 대해서도 주의하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하지만 하루에 한두잔 마시는 커피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경각심을 덜 갖는다. 카페인의 과다섭취는 임신 중 흡연만큼 위험하다. 카페인과 모성건강에 대해 알아본다.
임신 중 커피 하루 2잔…흡연 만큼 위험
임신 중 커피를 마시면 기형아를 유발할 수 있다는 막연한 불안감이 존재한다. 커피는 사실상 기호식품이고, 그 유해성에 대해 대규모 임상연구 등을 통해 입증된 바는 없다. 또 개인에 따라 한 잔만 마셔도 심장이 두근거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하루 10잔을 마셔도 잠을 잘 자는 사람도 있는 등 차이도 크다.
카페인이 임신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1960년 일본 니시무라(Nishimura) 등이 쥐를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카페인이 기형아 출산과 관련이 있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으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1980년 미국 식품의약국(FDA)는 임신 기간 동안 카페인 섭취를 제한토록 권장했다.현재 미국은 임산부에 대해서만 300mg을 카페인 하루섭취권장량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후 많은 연구가 진행돼 하루에 150㎎(원두커피 300㎖ 1.5잔) 이하의 카페인을 섭취하면 저체중아를 분만할 위험이 1.5배로 증가하고, 하루 150~300㎎은 그 위험이 2~3배로, 하루 300㎎은 그 위험이 4~5배로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카페인 섭취가 하루 450㎎ 이상인 경우 태아의 체중감소는 산모가 담배를 피운 경우와 비슷하다는 연구보고도 있다.
또 임산부가 하루 3잔(카페인으로 환산하면 300㎎) 이상의 커피를 마시면 정상아보다 체중이 1.5~5.0% 덜 나가는 아이를 나을 수 있다. 하루에 7잔 이상(카페인 700㎎)을 마시면 저체중아(태아의 체중이 2.5㎏이하)를 낳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태아를 유산할 위험도 동반해서 커진다.
산모의 고카페인 섭취는 저체중아 출산으로 이어지는 이유는 카페인이 태아의 숨쉬는 횟수를 증가시키기 때문이다. 하루에 커피를 4잔 이상 마시는 임신부는 신생아의 영아돌연사증후군(SIDS:sudden infant death syndrome) 발생위험을 2배 이상 증가시킬 수 있다.
따라서 하루에 300mg이상의 카페인 섭취는 산모에게 해를 끼칠 수 있다. 하루에 한잔 정도의 커피는 괜찮지만 두잔은 금물이라는 얘기다. 물론 커피의 종류와 한번에 먹는 양에 따라 그 정도는 달라질 수 있다. 카페인의 함량은 커피,홍차,녹차순으로 높다. 커피는 3.3%, 홍차는 2.7%, 녹차는 2~4% 순이다.다만 녹차는 카페인 외에 카테킨과 테아닌이라는 부수적 성분이 들어있어 카페인의 흡수와 생리적 작용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산모들은 흔히 커피는 나쁘지만 심리적 안정을 위해 차를 즐기는 것은 괜찮다고 느낀다. 카페인이 커피에만 들어있다고 간과하지 말고 홍차나 녹차를 먹는 것도 절제해야 한다.
임신 중 카페인 섭취, 기형아 유발?
카페인은 태반이나 생체막을 자유롭게 통과하기 때문에 산모가 임신 중 카페인을 과다 섭취할 경우 태아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점이다. 저체중아 출산 외에 태아의 카페인 금단증상이나 기형아 출산이 초래될 수 있다. 특히 임신 기간 중 매일 3잔 이상의 커피나 6잔 이상의 카페인 음료를 마셨을 경우에는 태아기형까지도 생길 수 있다는 보고가 있다.
임신부의 경우 커피 한 잔을 마셨을 때 체내 카페인이 절반으로 줄어들 때까지의 반감기가 18~20시간으로 일반 비흡연 성인(5~7시간)에 비해 3배 가까이 길기 때문에 과다 섭취를 주의해야 한다.
신생아에게 전이되는 카페인 금단증
신생아는 태반을 통해 흡수된 카페인이 체내에 쉽게 축적되므로 카페인 금단증에 걸릴 수 있다. 생후 1개월된 신생아가 신진대사 활동을 통해 체내 카페인을 절반으로 줄이는데 약4일이 걸린다. 이처럼 긴 반감기로 인해 신생아의 카페인 금단증상은 생후 수일 혹은 수주간 계속될 수 있다. 신생아는 금단증상 때문에 불안과 짜증, 무기력증을 보이게 된다. 젖 빨기가 힘들고 자주 울고 토하고 보채며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게 된다. 신생아 초기에 이같은 정신불안과 영양섭취 저하는 성장과 정서발달에 회복할 수 없는 방해물이 될 수 있다.
카페인이 에스트로겐 증가시켜 유방·난소질환 월경과다에 악영향
커피를 많이 마시면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증가한다. 특히 월경후 1~5일째에 증가한다. 하루에 커피 한잔을 마시는 여성에 비해 하루 5잔 이상 마시는 여성은 에스트로겐 분비량이 무려 70%나 늘어난다. 이로 인해 월경량이 증가하고 여성들은 여러가지 월경곤란증을 겪게 된다.
월경이 7일간 이상 지속되면 빈혈이 초래될 수 있다. 유방통과 생리통도 심해지기 쉽다. 과량의 에스트로겐으로 인해 나팔관 등 자궁 이외의 곳이 부풀어오르는 자궁내막증도 악화된다. 이는 모두 커피 속에 들어 있는 카페인에 의한 것이다.
커피 한잔은 종류에 상관없이 대략 100mg의 카페인이 들어 있다. 유방통을 앓거나, 유방암 또는 난소암을 가졌거나 가족력이 있거나, 월경과다 또는 월경곤란증이 심한 여성은 하루에 두잔 이상을 마시면 여러 문제가 야기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2001년 10월 미국 하버드대 의대 브리검여성병원이 ‘임신과 불임’(Fertility & Sterility)에 개재한 논문에 따르면 35~40세 여성 500명은 나이, 체중, 식사의 종류, 흡연 여부와 상관없이 커피를 많이 마시면 에스트로겐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에 나이를 먹을수록 여성의 커피의 과다섭취는 자제돼야 한다. 도움말=박경희 한림대성심병원 가정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