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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상하고 돈 앗아가는 ‘커피공화국’ 【2】
  • 정종호 기자
  • 등록 2012-07-02 11:29:57
  • 수정 2016-02-10 13:0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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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커피, 중독성이 있다고 할 수 없지만 이런 게 해롭다

아침 출근 후의 몽롱함, 점심 식사 후의 나른함을 달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커피를 마신다. 젊은 세대들은 ‘커피 머신’(드립)에 이른 아침에 스트레이트 커피(모닝 커피)를 내려 마시는 것을 낭만으로 여긴다. 생수나 보리차, 숭늉보다도 흔하게 마시고 있는 게 커피다. 과연 우리 몸에 해로운 것은 없을까.

카페인의 생리적 작용과 일부 유익한 효과

커피의 효과나 부작용을 좌우하는 것은 대부분 커피에 함유된 카페인에 의한 것이다. 카페인은 중추신경을 자극하는 흥분제다. 신경전달물질의 생성 및 분비를 자극, 일시적으로 정신을 맑게 해 각성 및 피로회복을 유도한다. 각성상태를 만들므로 업무능률을 높인다. 식후 식곤증을 막아 기분도 좋아지게 한다. 혈관의 평활근을 이완해 혈관을 확장하고 혈류량을 늘리므로 혈관의 말초저항이 떨어져 혈액순환이 개선된다. 한잔의 커피를 마시면 15분 후에는 혈액에 지방산과 글리세린이 많아져 약3시간 가량 지속된다. 이 때 지방산은 혈액을 타고 근육에 보내져 힘내는 데 도움이 된다. 커피의 각성효과와 지방산 대사 촉진 작용은 기초에너지 대사량을 5~25% 증가시켜 작업수행 및 운동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카페인은 나트륨·칼륨·염소이온과 함께 수분의 배출을 유도, 배뇨도 원활하게 한다. 또 커피는 장운동을 촉진, 변비에 이롭다.
커피가 도움이 되는 질병이나 증상도 있다. 기관지천식의 경우 커피에 들어있는 카페인은 기관지를 이완시켜 천식증상을 호전시킨다. 커피를 하루 한잔 규칙적으로 마시면 천식 발생위험이 50%, 두 잔 마시면 73% 줄어든다.
하루에 커피 한 잔을 섭취하면 당뇨병의 발병이 7% 줄었다는 미국의 연구보고도 있다. 커피에 들어 있는 카페인 뿐 만 아니라 클로로겐산(Chlorogenic acid),마그네슘,리그난(lignan) 등의 물질이 당대사와 인슐린감수성에 긍정적으로 영향을 준다는 추정이다.
암과 관련, 어떤 논문에서는 카페인이 방광암과 췌장암을 유발할 수 있다고 기술하는 반면 다른 논문은 이런 암의 발병위험을 3%가량 낮출 수 있다고 기술하고 있다. 대체로 대장암의 예방에는 커피가 유익하나, 폐암에는 해로울 것이라는 견해가 우세하다. 하지만 커피가 암 예방에 유익하다는 연구는 대부분 하루에 커피 한잔을 먹었을 때에 한정된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커피의 본질, 중독성이 있나 없나

히틀러는 체격과 체력조건이 비슷한 700명의 병사를 두 그룹으로 나눠 한쪽은 홍차를, 다른 쪽은 커피를 마시게 하고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하루에 10잔씩 마시게 한 뒤 반응을 보니 커피를 마시는 게 훨씬 편리하고 건강을 해치지도 않으며 스태미너가 좋았다. 이에 따라 독일군의 공식음료로 커피가 지정됐다.
카페인은 다른 각성제와 달리 각성효과를 일으키면서도 내성이나 의존성이 거의 없다는 게 장점이다. 즉 시간이 흘러도 양을 늘려 먹지 않아도 일정한 효과를 나타낸다는 것이다.커피는 마약과 달리 의존성이나 끊었을 때 나타나는 금단증상도 없다. 많은 폐해에도 불구하고 술이 사회적으로 널리 허용되는 것은 그나마 마약보다 중독성이 훨씬 적기 때문이다. 커피는 술에 비하면 중독성이 매우 약하다. 생리학적으로 따지고 보면 하루에 커피를 4~5잔 이상 먹지 않으면 못 견디겠다는 사람도 커피애호가이지 커피중독자는 아닌 셈이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커피도 중독성이 있다며 줄이기를 포기하고 있다.
그렇다고 전혀 중독성이 없다고 단정하기에도 무리가 있다.하루 4잔 이상의 커피를 마시는 사람은 하루라도 거르거나 양을 줄이면 견디지 못한다. 갈수록 향기가 좋고(비싸고), 진하고 독한 커피를 찾게 만드는 것도 일종의 중독성이라 할 것이다. 매일 일정량의 커피를 마시지 않고서는 일상생활이 어렵다면 분명 커피중독증이다. 커피를 줄이는데 따는 신체적 금단증상은 여간해서 나타나지 않지만 커피중독증은 분명 건강에 해로우므로 극복해나가려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커피중독증의 개념 정립

커피중독증의 개념을 과거에는 하루에 1000㎎으로 보는 견해가 있다. 원료와 가공법에 따라 다르지만 커피 한잔에는 50~100㎎의 카페인이  들어 있다.연한 커피로 하루에 20잔까지 마셔도 괜찮다는 얘기인가. 참고로 홍차 한잔에는 20~100㎎, 녹차 한 잔에는 15~40㎎의 카페인이 함유돼 있다.
한국과 캐나다는 성인 400mg, 임산부 300mg, 어린이 체중 1㎏당 2.5mg을 카페인 하루섭취권장량으로 제시하고 있다.미국과 EU는 임산부에 대해서만 300mg을 카페인 하루섭취권장량으로 제시하고 있다. 한국인 성인의 카페인 하루섭취권장량을 400mg로 잡은 것은 서구 성인들의 평균 섭취량이 400mg 정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관대한 기준으로 판단된다. 일반적으로 카페인을 250mg 이상 과다 복용할 경우 중추신경계에 작용해 불안, 초조함, 신경과민, 흥분, 불면증 등의 증상을 나타내거나 근육운동과 관련해 호흡이 가빠지며 심장질환을 유발하기도 한다. 물론 유전적인 원인으로 어떤 이는 커피를 한잔만 마셔도 이런 증상이 나타나고, 어떤 이는 하루에 4~5잔을 마셔도 잠자리에 잘 든다. 이는 사람마다 카페인 대사능력이나 카페인 수용체의 예민함, 체중이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과거에 성인의 경우 가장 적당한 카페인 섭취량은 하루 100~200㎎이라고 권고한 바 있다.이는 독한 커피로는 하루 두잔, 연한 커피로는 하루 4잔 이상을 마시지 말 것을 의미한다.
과로사하는 사람의 10가지 습관중의 하나는 하루 4잔 이상의 커피를 마시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직, 사무직 등 정신노동자 가운데 하루 5잔 이상의 커피를 마시는 사람이 주위에 흔하다. 게다가 박카스 같은 드링크의약품, 고함량 카페인 탄산음료(일명 에너지음료), 초콜릿, 감기약, 두통약, 껌, 아이스크림 등에 카페인이 첨가되고 있어 자기도 모르게 카페인을 다량 섭취할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 또한 카페인과 유사한 작용을 하는 테오브로민, 테오필린, 파라산친, 크산친 등도 알게 모르게 식품과 의약품에 함유돼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명백하게 밝혀진 커피의 해악

다량의 카페인 섭취는 식욕감퇴, 체중감소, 불안, 불면증, 신경과민, 만성두통, 만성피로 등의 증상이 초래할 수 있다. 카페인이 두통이나 피로를 일시에 개선시키는 것 같지만 장기적으로는 더 악화시킬 소지가 크다. 커피의 각성효과는 의외로 오래가지 않으므로 운전 중 졸립다고 커피를 마신 뒤 금세 운전대를 잡으면 사고의 위험이 높아진다. 졸릴 때에는 한숨 자고나서 커피 한잔 마시고 출발하는 게 최선이다.
커피는 또 혈압을 일시적으로 올린다.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이 커피를 마시면 추가로 혈압이 올라간다. 고혈압 환자가 하루에 커피를 5잔 이상 마시면 혈압이 상승한다.
카페인은 호흡기의 감수성을 증가시키거나 심장의 혈액 박출량을 높인다. 쓸데없이 호흡속도와 맥박수를 숨가쁘게 만들고, 심장을 박동시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부정맥, 심근경색 등을 악화시키거나 초래할 수 있다. 정상인이 커피를 마시면 기초에너지 대사량을 5~25% 증가시켜 작업수행 및 운동능력을 향상되는 것처럼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심신의 컨디션이 정상에 가깝다면 오히려 불필요한 에너지 낭비와 피로를 부추길 수도 있다.
물론 이 때문에 심장병환자가 커피를 끊어야 한다는 객관적인 증거는 아직 없다. 그러나 마시는 양은 줄이는 게 바람직하다. 굳이 무(無) 카페인 커피로 바꿀 필요는 없다. 하루에 두 잔 이하로 마시면 그리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커피는 위장관을 자극해 위산분비를 촉진하고 식도, 위, 십이지장 등에 염증이나 궤양을 일으킨다.카페인이 안 들어있다는 커피나 홍차도 마찬가지다. 크산틴이라는 위산분비에 관여하는 물질은 디카페인 커피나 홍차에도 들어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단 위궤양이 발생한 환자는 모든 종류의 커피나 차를 삼가야 한다. 커피는 위장관의 규칙적인 연동운동도 방해한다. 위산이 식도로 역류할 수 있다. 변비와 설사가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과민성 대장증상도 초래할 수 있다.
물론 커피만으로 위가 나빠지는 것은 아니다. 커피가 위산분비를 촉진시키는 효과가 있긴 하지만 일반인에게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다. 대개의 경우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담배나 술을 동시에 즐기는 편이다. 지나친 음주와 흡연, 잘못된 식사습관이 어우러져 위를 상하게 한다고 볼 수 있다.
아울러 담석증 환자에게도 커피는 좋지 않다. 커피의 여러 성분은 담낭을 수축시켜 통증부위에 고통을 더해주기 때문이다.
나아가 카페인은 칼슘 배출량을 늘려 골다공증 발병률을 53%이상 높이며 철분흡수를 방해해 빈혈을 유발한다. 성인 남성에게는 음경해면체에 작용해 발기를 촉진하는 아데노신의 작용을 억제하기 때문에 발기력을 약화시킬 수도 있다. 정신적으로도 너무 많이 커피를 마시면 불안증과 불면증이 가중되고 기분이 나빠지기도 한다.
임산부가 하루 3잔 이상의 커피를 마시면 정상아보다 체중이 1.5~5.0% 덜 나가는 아이를 나을 수 있다. 하루에 7잔 이상을 마시면 저체중아를 낳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또 신생아는 태반을 통해 흡수된 카페인이 체내에 축적되므로 카페인 금단증에 걸릴 수 있다. 이 때문에 신생아는 생후 수일 혹은 수주간 젖 빨기가 힘들고 자주 울고 토하고 보채며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게 된다.

바람직한 커피 마시기

커피의 유익론과 유해론이 맞부딛히는 가운데 하루 1~2잔의 커피는 몸에 이로운 게 해로움보다 클 것으로 믿어지고 있다. 우울증, 치매, 파킨슨병 환자는 커피를 하루에 한두잔 마시면 건강에 좋다. 하지만 커피를 먹지 않는다고 몸에 해로울 것은 전혀 없다. 하루 한두잔의 술이 혈액순환개선, 체온상승 등으로 몸에 유익한 측면이 있다고 하지만 마시지 않아도 해로울 게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커피는 하루에 두 잔 이하로 마시되 오후 4시 이후에는 삼가는 게 좋다. 수면리듬을 깨뜨려 야간 불면증을 초래할 수 있다. 커피를 만들어 먹는 방법에 따라 카페인의 양과 영향은 달라질 수 있다. 커피는 가급적 원두커피로 마신다. 미국식(종이 필터 여과식) 커피는 카페인 함량이 낮다. 그러나 인스턴트 커피(커피 추출물을 고온 고압에서 추출한 것을 분말화한 것)와 유럽식 커피(볶은 커피 원두를 그대로 끓이거나 헝겊에 거르기만 한 것)는 카페인 함량이 높고 혈중 콜레스테롤치를 올린다. 설탕이 많이 든 인스턴트커피, 휘핑 생크림이 든 테이크아웃커피는 고열량 고당분으로 비만과 충치를 유발하므로 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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