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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6세대 병원 2세들, 의업(醫業)지키기 쉽지 않아요
  • 정종호 기자
  • 등록 2012-07-01 20:34:00
  • 수정 2012-10-25 11: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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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세대의 높은 기대치에 치열한 경쟁환경…지역병원으로 자리굳히기, 전문병원화, 해외진출 등 놓고 고심

대를 이을 가업 중 첫손으로 꼽히는 것 중 하나가 의업(醫業)이다.경제적 수익과 사회적 지위가 보장되는데다 정치나 다른 사업을 하는 사람과 달리 세상 평지풍파에서 상대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1885년 국내에 서양의학이 안착된 후 127년이 지나면서 최근 중견 병원급에서 486세대로의 세대교체가 활발하다.홍익병원 양지병원 혜민병원 안양샘병원 성애병원 영등포병원 세종병원 유광사병원 등에서 설립자의 자녀들이 경영권을 이양받았거나 인수할 채비를 하고 있다.차병원그룹과 을지의료원을 각각 경영하고 있는 차광렬 회장,박준영 이사장이 한발 앞선 1세대 2세 의료경영인이라면 486세대는 2세대 2세 의료경영인으로 구분할 수 있다.


486세대 주요 2세 의료 경영인.jpg

100년 기업을 유지하는 것도 힘들지만 의업도 100년을 잇는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2세 경영의 첫째 조건은 자녀들이 공부를 잘 해 일단 의대를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현재 의원급이나 의대 교수를 제외하고 병원급 이상으로는 미즈메디병원이 유일하게 3대째 의업을 끌어갈 첫 병원으로 꼽힌다.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사촌형인 고 이동희씨와 공동으로 현 제일병원을 세운 고 노경병씨는 1988년 강남에 영동제일클리닉(1991년 이후 영동제일병원)을 세워 독립했고 아들인 노성일씨(60)가 지금의 미즈메디병원으로 탈바꿈시켜 이사장을 맡고 있다.노 이사장의 아들인 노영호씨(32)는 세브란스병원에서 3대째 산부인과 전문의가 되기 위해 수련 중이다.노 이사장은 “기존 2대째 유명병원 중에서 3대째 의사가 나온 집안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의사가 아니라도 병원을 경영할 수 있겠지만 아무래도 의업에 대한 애착이 떨어지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서울 하월곡동의 D병원의 K원장은 “아들이 의대를 못가 병원경영에 의욕을 잃었는데 3년전 어렵사리 의학전문대학원에 합격한 후 희망을 되찾았다”고 말했다.
아들 대신 딸이나 사위가 의사여서 병원을 승계하는 경우도 많다.혜민병원은 김상태 이사장의 딸인 김의숙 원장(48)이 2004년 일찌감치 경영권을 잡았다. 서울 영등포 김안과병원도 딸인 김용란씨(소아안과 전문의)가 맡을 공산이 크다. 딸만 둔 병원 집안에서는 어떻게든 의사를 사위로 삼으려고 하지만 때로는 여의치 않은 경우도 있다. 항문질환 전문 서울 S병원의 L이사장은 지난해 가까스로 막내인 셋째딸이 의사와 결혼했다.
의사들은 자녀에게 병원을 이양하면서 의료법인으로의 전환을 꾀한다. 의료법인은 자녀가 이사장만 맡으면 상속세 증여세는 물론 취득세 등록세 등을 전혀 내지 않고 사실상 병원을 넘겨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서울 관악구의 Y병원은 3년전 의료법인으로 전환했다.의료계 관계자는 “지방자치단체가 세수 확보를 위해 개인병원을 비영리 의료법인으로 전환하는 것을 잘 허용하지 않는 추세”라며 “다각적인 노력을 펼쳐야 의료법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요즘 의사 2세들은 미래에 대한 걱정이 많다.의료계 관계자는 “차광렬 회장,박준영 이사장 등 2세 의료인은 1세의 바통을 이어받아 학원사업 및 사업다각화로 크게 성장시킨 대표적 1세대 2세 의료경영인”이라며 “이와 달리 486세대 2세대 2세 의료경영인은 병원을 아무리 공격적으로 경영해도 1세대 2세 의료인처럼 종합그룹으로 도약하기 어려운 ‘성장의 덫’에 걸려 있다”고 말했다.보건당국의 의료비 규제와 매출액 대비 40~50%에 달하는 높은 임금 비중,국민의 반 의료인 정서가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여기에 신구세대들의 경영관도 판이해서 트러블이 많다.서울 H병원은 재작년 아들인 N씨가 부실에 빠진 인근의 J병원(203병상)을 인수했다가 적자에서 헤어나오지 못하자 아버지가 대로한 상황이다.아버지가 보수적 경영을 주문했는데 이를 어겨서다.이밖에 2세들이 최신의료장비,병원 인테리어,요즘 추세인 나눔경영 등에 과감하게 투자하려고 하면 1세대는 말리기 일쑤다.투자수익이 확실하지 않은데 투자해 돈을 까먹지 말라는 게 1세대의 당부다.
한 2세 의료경영인은 “전문병원화를 지향하고 전국적인 병원으로 키우려하지만 아버지는 지역에 토착화된 종합병원으로 안정되게 경영하길 원한다”며 고충을 털어놓았다.또 다른 2세 경영인은 “직원들의 친절도를 높이고 세분화된 진료를 추진하고 있는데 직원들이 나태와 구습에 젖어 있다”며 “기존의 안이한 경영에서 탈피하는 게 힘들다”고 말했다.이러다보니 D병원 K이사장의 아들처럼 의대 교수로 남겠다며 골치아픈 병원경영과 거리를 두려는 사람도 있다.
이용균 한국병원경영연구원 연구실장은 “상당수 2세가 영리병원 활성화 등을 통해 현재의 답답한 경영환경에서 벗어나길 희망하고 있다”며 “일반인들은 의사 2세를 황태자쯤으로 생각하지만 그리 행복한 것만은 아니다”고 전했다.
윤성민 의료전문 아라컨설팅 대표는 “1세대의 2세대에 대한 기대치가 크고, 의약품 및 의료기기 등에 대한 리베이트 규제가 엄정해지고 있으며, 병원간 경쟁도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며 “2세들은 병원확장이냐, 전문병원화를 지향해야 하느냐, 해외진출이나 의료관광에 투자해야 하느냐 등을 놓고 혼돈에 빠져있다”고 말했다. 윤 대표는 “2세대 2세 의료경영인은 1세대 2세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한 자본과 브랜드 파워, 홀로서기에 필요한 축적된 역량이 부족한 게 사실”이라며 “경영공부도 더 해야 하고 컨설팅도 받아서 미래 병원비즈니스에 대해 전략적 방향성을 수립해야 하는 처지에 놓여 있다”고 훈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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