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의약품안전청이 ‘저나트륨 식품코너’ 확산 등 소금 적게 먹기 운동을 펼치고 있으나 예산과 홍보전략 부재로 이렇다할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식약청이 백화점 및 대형마트를 대상으로 업계 자율로 확대하고 있는 ‘저나트륨 식품코너’ 운영은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내실이 부족한 형태로 운용하고 있다. 식약청에 따르면 저나트륨 식품 코너는 올 6월초 경기 부천 소재 현대백화점 중동점을 시작으로 6월말 농협하나로마트 양재점, 7월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8월 이마트 영등포점 등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해당 코너에서 진열되는 가공식품은 ‘나트륨 함량이 덜 함유된 제품’과 ‘나트륨 함량이 줄어든 제품’ 등으로 구성된다.
‘나트륨이 덜 함유된 제품’은 타사 제품 대비 나트륨 함량이 25%이하 줄어든 ‘착한’제품으로 신송 저염 양조간장,샘표 저염간장 미네랄플러스,대상 청정원 햇살담은 자연숙성 저염진간장, CJ 해찬들 4선 저염된장 등 주로 간장 및 된장 제품이다. 이들 제품은 염분이 적기 때문에 냉장보관 하는 것이 좋다.
‘나트륨 함량이 줄어든 제품’은 작년 8월 이후 가공식품 제조업체가 자발적으로 나트륨 저감 대상 품목을 선정한 것이다. 나트륨을 섭취하는 주요 식품 중 하나인 라면류의 경우 농심이 19개 품목의 평균 나트륨함량을 기존 1773㎎에서 1578㎎으로 11%줄였다. 삼양식품은 8개 제품의 평균 나트륨 함량을 기존 1854㎎에서 1753㎎으로 5%가량 였다. 이에 따라 이들 총 27종의 라면류에서 나트륨 함량은 기존 1797㎎에서 1630㎎으로 평균 9.3% 감소됐다. 장류는 진미식품,샘표식품,사조해표 등 총 32개 제품이 염분농도를 평균 5% 줄이고 기존의나트륨 함량과 줄어든 나트륨 함량을 비교 표시해 소비자에게 적극 알릴 예정이다.
간판만 내건 ‘저나트륨 상품존’…진짜 저염 식품 맞아?
문제는 라면과 같은 나트륨 고함량 제품이 ‘나트륨이 덜 함유된 제품’과 함께 식품매장 ‘저나트륨 상품존’에서 진열·판매되고 있다는 것이다. 라면 업체의 나트륨 저감 노력으로 나트륨 함량이 전반적으로 10% 가량 줄어들긴 했지만 하루 1개만 먹어도 세계보건기구(WHO) 하루 섭취 최대권고량인 2000㎎(2g)에 근접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농심의 ‘신라면큰사발’의 경우 나트륨 함량을 지난해 1960㎎에서 올4월 1550㎎으로 낮췄지만 여전히 높은 함량이다. 더욱이 라면에 염도가 높은 김치를 곁들여 섭취한다면 하루에 2000㎎이 훌쩍 넘어가게 된다.
하지만 일반소비자는 제품에 표시된 구체적인 나트륨 표시는 확인하지 않은 채 ‘저나트륨 상품존’에 진열된 제품을 일방적으로 신뢰한 나머지 소비자로 ‘나트륨이 적은 라면’이니 안심해도 구입해도 된다는 오해를 심어주기에 충분하다. 실례로 현대백화점 중동점의 경우 이달초부터 저나트륨 코너를 운영한 결과 진열된 제품의 매출이 20%가량 늘어 영업에 도움이 됐다고 밝히고 있다.저나트륨 상품존에 진열된 제품 중 나트륨 함량이 덜 함유된 제품은 일부 간장 및 된장 등 장류에 국한되고 있다. 보건당국이 기왕에 국민건강을 위해 시작한 나트륨 저감운동이라면 좀 더 신경을 써서 ‘저나트륨 제품’과 ‘나트륨 함량은 높지만 많이 줄어든 제품’으로 구분해 판매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예산순위에 밀려 공식 홈페이지도 못 만드는 나트륨줄이기운동본부
식약청이 지난 3월 민간주도 자율구심체로 유도해 출범시킨 ‘나트륨줄이기운동본부’는 재능기부에 나선 20여명의 전문가와 시민이 참여하고 있으나 아직도 체제를 갖추지 못한 채 식약청 영양정책과가 운영을 관리하고 있다. 올 예산도 배정받지 못해 공식 홈페이지조차 만들지 못했다.
운동본부 행사 때 보건복지부 장관이 ‘얼굴마담’으로 참석해주고 건강보험공단에서 홍보를 지원해주는 게 전부다. 쓴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것은 포털사이트에서 ‘나트륨줄이기운동본부’로 검색하면 공식 사이트는 없고 한 개인이 만든 카페가 유일한 점이다. 그 마저도 이 카페는 ‘올바른 소금 섭취와 가공식품에서의 정제염 섭취를 줄여 건강한 삶을 누리는 건강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카페 입니다’라고 홍보하면서도 ‘전남산 천일염, 항암·성인병 예방효과 탁월 입증’ 같은 기사를 올려놓고 있다. 함초자염(바닷물을 끓여 만든 소금에 함초를 첨가)을 사용했다는 즉석쌀떡국과 즉석쌀국수 등도 판매하고 있어 누리꾼들이 나트륨 줄이기 운동에 대한 정보를 찾다가 잘못된 길로 들어갈 수도 있다.
공식 캠페인 사이트 찾아보니 개인 ‘카페’에 소금 광고가 횡행
김종욱 식약청 영양정책과 연구관은 “나트륨줄이기운동본부 홈페이지는 오는 7월 초순경에 오픈할 예정”이라며 “현재 홈페이지 운영 예산이 배정되지 않아 나트륨 저감화사업 예산 10억원에서 일부를 지원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예산 300억원을 신청할 계획이지만 국회에서 얼마나 배정해줄지 걱정”이라며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매달 행사를 공동 개최하고, 한국정책방송(KTV)에서 홍보를 지원해주며, 식약청은 지하철·KTX 등 객차안에서 광고 송출을 지원해주고 있으나 버스광고는 비용문제로 보류됐다”고 말했다. 그는 공익광고협의회를 통한 공중파 광고는 복지부가 검토 중이나 확정적이지 않아 예산없는 설움을 톡톡히 치르고 있다고 덧붙였다.
‘저나트륨 제품’과 ‘나트륨 함량이 줄어든 제품’으로 구분해 진열·판매 유도
김 연구관은 “면류의 나트륨이 2005년 2300~2400㎎에서 현재 1500~1800㎎ 수준으로 떨어진 것은 7년간 식약청이 노력해온 성과”라며 “앞으로도 10년 이상 노력해야 나트륨 섭취를 10%정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저나트륨 상품존’과 관련해서는 “‘나트륨을 줄인 식품코너’가 맞는 표현이지만 소비자가 오해할 수 있는 만큼 상품판매 코너 이름을 변경하고 ‘저나트륨 제품’과 ‘나트륨 함량은 높지만 많이 줄어든 제품’으로 구분해 판매할 수 있도록 업계에 협조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답변했다.
강백원 식약청 영양정책과장은 “가공식품의 나트륨 함량을 지속적으로 조사하고 업체가 자율적으로 나트륨 저감화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독려해 ‘저나트륨 식품 코너’의 진열 대상 품목을 햄, 치즈, 어묵, 젓갈, 김까지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며 “소비자는 나트륨 함량을 꼼꼼히 확인해 조금이라도 적은 제품을 구매하고, 조리시에는 가급적 추가로 소금을 첨가하지 않아야 나트륨 과잉섭취를 방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