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10중 7명은 피부외용제를 사용할 때 임의적으로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가톨릭대 부천성모병원 피부과가 일반인 577명(남자 267명, 여자 310명)을 대상으로 피부연고제 사용 실태를 조사한 결과, 무려 70%(404명)가 연고를 올바르게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고 사용법을 지키지 않는 응답자를 살펴보면 △임의로 사용 34%(191명) △피부에 좋지 않을 것 같아서 가급적 적게 사용 21%(124명) △정해진 것보다 많이 사용 15%(89명) 등으로 집계됐다. 처방받은 용량, 횟수, 사용기일을 꼭 지킨다고 답한 응답자는 30%(173명)에 불과했다.
또 증상이 완화되면 임의로 사용을 중단한다고 답한 비율이 81%(465명)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 연고를 바르다 중단하는 주된 이유로는 △증상이 완화돼 더 이상 바를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서 62%(298명) △오래 사용하면 피부에 좋지 않을 것 같아서 19%(92명) △연고 바르는 것이 번거롭고 귀찮아서 18%(88명)순이었다.
이밖에 사용하고 남은 연고가 있을 때 비슷한 증세가 있는 다른 사람에게 사용할 수 있다고 답한 응답자가 84%(487명)였으며, 쓰고 남으면 바로 버린다는 사람은 16%(90명)로 조사됐다.
이 같은 조사결과에 대해 이경호 가톨릭대 부천성모병원 피부과 교수는 “대부분의 외용제는 의사의 지시에 따라 사용 기일과 횟수를 지켜 도포해야 후유증으로 인한 고통을 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국소항생제 및 항진균제, 옴 치료제 등은 부적절하게 장기간 도포할 경우 부작용이 유발되기 쉬우므로 제한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다만 봉와직염(포도상구균이나 연쇄상구균에 의해 피부가 노랗게 곪고 단단해지는 염증)이 생기면 2차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항생제로 조기에 치료해야 한다.
증상이 완화되면 사용을 중단해도 큰 문제가 없는 경우도 있지만 증상이 완화돼도 처방 받은 기한을 반드시 지켜야 하는 연고제도 있다. 대표적으로 습진의 경우 증상이 호전된 후 중단하는 게 가능하지만, 무좀치료제는 겉으로 보이는 증상이 개선돼도 실제 무좀균이 포자를 형성해 잠복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정해진 치료기간을 지켜 꾸준히 도포해야 한다.
발에 생긴 수포형무좀을 습진으로 착각하고 습진약을 바르는 경우도 있는데 이 때엔 항진균제를 바르거나 먹어야 한다. 무좀에 습진약을 바를 경우 면역력이 떨어져 오히려 무좀균이 더 왕성하게 번식할 수 있다.
또 손바닥에 생기는 무좀은 실제로 무좀인 경우가 드물고 습진성 수포인 경우가 허다하다. 발의 무좀을 만진 손에 물집이 생긴 것이다. 이는 무좀균 분비물에 의한 피부알레르기반응으로 볼 수 있다. 항진균제는 소용이 없고 부신피질호르몬제제나 항히스타민제를 바르거나 먹어야 한다.
이 교수는 “피부연고제도 종류에 따라 사용기간, 주의해야 할 점 등이 다르고, 임의로 사용했을 때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선택하고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