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열린 인제대 백중앙의료원 글로벌 포럼 1부에서 청소년기의 건강관리법이 △청소년 비만의 문제점과 관리법(강재헌 인제대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청소년 흡연, 음주, 중독 실태 및 대안(임종규 보건복지부 건강정책국장) △청소년기 스트레스 관리(신의진 연세대 의대 교수, 새누리당 국회의원) 등의 주제로 발표됐다.
탄산음료 패스트푸드 과자 먹는 청소년의 성조숙증 앞당겨져
서울시 교육청 자료에 따르면 남자 초·중·고생의 비만 비율은 2007년에 16.3%, 여자는 10.6%에 달했다. 표준체중보다 20%이상 체중이 더 나가는 비만 청소년의 비율은 전체의 10%를 넘어섰으면 저학년일수록 그 비율이 높다.
그 원인은 주1회 이상 탄산음료를 먹는 중고생의 비율이 남자는 2007년 78.0%, 여자는 68.3%에 이르고, 패스트푸드 섭취비율도 이와 비슷하며, 주 1회 이상 과자를 먹는 비율도 90%에 육박하고 있기 때문이다.성인들의 경우 살이 찌면 지방세포의 크기만 커지지만 성장기 청소년은 지방세포의 크기는 물론 세포수도 증가하기 때문에 소아비만의 부작용이 더욱 크다.
강재헌 인제대 의대 가정의학과 교수가 16일 열린 백중앙의료원 글로벌포럼에서 소아비만의 실태와 문제점, 개선대책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이날 주제발표에 나선 강재헌 교수는 “8년간 과천, 서울 중구, 경기도 서남부의 어린이 2800명을 대상으로 전향적 코호트 조사(특정집단을 대상으로 한 역학조사)를 실시한 결과 세곳의 청소년 비만율은 각각 16.4%,25.4%,25.6%로 나타났다”며 “경제력이 좋은 곳일수록 패스트푸드나 과자 등을 덜 먹고 균형잡힌 식사를 하기 때문에 부의 양극화가 건강양극화로도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100㎉인 사과 하나의 가격이 1200원인데 반해 아이들이 좋아하는 초코파이는 150㎉에 220원 밖에 안나가니까 당연히 초코파이를 먹고 비만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덴마크 프랑스에서 고열량 인스턴트 식품에 비만세를 물리기 시작한 것처럼 한국도 비만세를 거둬 건강에 이로운 음식을 더 싸게 구입할 수 있도록 보조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국인이 많이 먹는 음식 중 높은 열량 순으로 백미,라면,돼지고기,소주 순”이라며 “이는 불행하게도 주머니가 헐거운 서민들의 건강을 해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청소년의 비만이 성조숙증으로 이어져 그 발병률이 남자 청소년은 18.9%, 여자는 38.2%에 이른다”며 “비만한 학생은 초등학교 때에는 성장이 빠르지만 중1을 기점으로 성장이 저하돼 성인이 된 후의 키가 작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그는 비만과 평행선을 긋는 성조숙의 발생을 줄이기 위해 학교에서 운동시간을 늘리고 한식을 중심으로 한 건강식단의 섭취를 권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자전거길 만들기 △어린이 식품 영양표시제 △학교매점에서 자판기 없애기 및 건강식품 늘리기 △비만세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갈 데까지 간 청소년 정신건강, 유아기부터 잘 관리해야
대구·경북지역에서 작년 11월 이후 12명의 중고생이 목숨을 끊어 지역민심까지 흉흉할 정도다. 학교에서 왕따와 학교폭력이 횡행하고, 아침부터 저녁 늦게까지 공부해야 하는 삭막한 교육현실은 이같은 참담한 현실의 주범으로 지목된다.
신의진 교수는 ‘청소년기 스트레스 관리’에 대한 주제 발표를 통해 “맞벌이로 인한 유아기의 정서적 교감 형성 부족, 가정에서의 외로움이나 대화부족, 엄마의 우울증, 아버지의 가정해체적 폭력, 부부간의 이혼, 빈곤, 지나친 조기교육(영유아기 때의 영어교육 및 비디오시청 등) 등이 어릴 때부터 청소년의 마음에 깊은 상처를 줘서 학교에서의 집단 따돌림, 폭력,우울증,자살 등을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4살 이전에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공감능력이 형성돼야 하는데 엄마는 직장에 다니고, 유치원 때 조금 산만하다 싶으면 유치원 교사나 부모가 큰일 난 것처럼 다그쳐 아이가 위축되고, 조기교육으로 뇌가 일찍부터 과열되면 아이의 뇌를 상하게 한다”며 “대체로 학교폭력의 가해자나 피해자인 아이들은 유년기부터 학대 및 정서불안 등으로 인해 뇌가 상한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어릴 때부터 상처받고 학습경쟁에 시달린 아이들이 마음속에 분노,울분이 쌓이면 폭력을 행사하게 되고 가만히 있고 싶은 아이도 이런 한 두 아이 때문에 피해를 입거나 가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신 교수는 “청소년기는 급격한 신체성장과 더불어 정신생리학적으로 성호르몬의 분비,성충동,감각추구의 성향, 인지능력 발달, 정서적 변화 등을 겪는다”며 “이를 관장하는 변연계가 과열되는 것을 측두엽 내측 조절중추가 막지 못하면 각종 중독현상에도 취약하게 되고 정서적 장애의 발생이 증가하며, 인지조절능력이 약해져 부주의하고 충동적인 행동을 저지르게 된다”고 말했다.예컨대 학교에서 교사가 수업시간에 잠자는 아이들의 머리를 때리며 일어나라고 했는데 아이가 불쑥 반항하며 교사에게 폭행을 저지르는 것은 외면상 교권침해라고 할 수 있지만 그 아이의 내면에는 어려서부터 깊은 상처와 스트레스가 있다는 얘기이므로 아이의 입장에서 이해해주고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는 게 선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밖에 신 교수는 첫 돌 때부터 한글을 가르치고, 영어 스펠링 교육을 시키고, 비디오를 많이 보게 하면 뇌 과잉 사용으로 정서적 교감능력이 형성되지 않고 주양육자가 6번 또는 유치원(보육시설)이 3번 이상 바뀌어도 어린이는 마음의 학대를 받게 된다고 자신의 치료경험을 소개했다. 아울러 “학교 성적경쟁은 초등학교 저학년을 지내고 난 다음부터 시작돼야 바람직하다”며 “그래야 적절한 좌절과 도전 속에서 건실한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아이들에게 친근한 대학생 멘토를 맺어줄 것, 가출할 때 거리낌없이 찾아갈 수 있는 집이 생기도록 유도하는 것, 운동이나 악기연주 등 건전한 취미생활로 고양된 분노나 스트레스를 풀어줄 것, 게임중독이나 인터넷중독은 막되 드라마중독이나 만화책보기는 어느 정도 용인할 것, 필요하면 소아정신과에 갈 것 등을 주문했다.
신 교수는 “가정,학교,지역사회,정부에서 청소년 정신건강 문제를 다양하게 다룬다고는 하지만 피상적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여성가족부와 보건복지부로 나뉘어 다루고 있는 정신보건법, 아동복지법, 청소년기본법 등을 통합해 다룰 필요가 있고 이를 위해 각 부처 소관 법률 개정에 대해 당정간 협의를 지속적으로 실시키로 했다”고 전했다.
그는 “소아정신건강 문제를 만성질환으로 규정해야 한다”며 “미국에서 얼리 헤드 스타트(Early Head Start)운동으로 청소년기 마약중독을 사전에 근절하는 효과를 보고 있다”고 소개했다.얼리 헤드 스타트는 미혼모의 영유아에게 1인당 3000달러를 투입,간호사로 하여금 아이에게 젖먹이는 법을 알려주고 유치원도 보내서 아이가 부모로부터 학대당하지 않고 미혼모도 다른 남자를 섣불리 만나지 않는 효과를 거두는 프로그램이다.
담뱃갑 경고그림, 담뱃값 인상,주류 대리 구매 금지 법제화
임종규 보건복지부 건강정책국장은 포럼에서 청소년 흡연·음주·중독 실태 및 대안을 발표했다.
지난해 청소년 건강행태 온라인 조사에 따르면 국내 고3 남학생의 24.6%, 고3 여학생의 8.5%가 흡연했다.고3 남자의 흡연율은 OECD국가 성인 평균 흡연율(23.4%)보다 높아 청소년 흡연실태가 심각한 수준에 도달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자료(2009년)에 따르면 흡연은 진료비, 간병비, 조기사망손실액, 작업손실액, 간접흡연 및 화재 피해액 등으로 연간 5조 6392억원의 사회경제적 비용에 달하는 매우 심각한 문제다.
청소년의 경우 15세부터 흡연할 때 25세부터 흡연을 한 성인보다 폐암에 걸릴 확률이 4배 이상 높다. 때문에 청소년들의 흡연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효과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임 국장은 “담뱃값 인상을 통해 청소년들의 금연을 확산시키겠다”며 “외국의 경우 캐나다는 1만300원, 스웨덴은 1만600원, 영국은 1만2900원, 호주는 1만5200원이지만 우리나라는 2500원에 불과해 가격을 인상한다면 흡연율 감소를 기대할 수 있다”며 “2009년 보건사회연구원의 용역조사결과처럼 6119원이 적정하다”고 말했다.
이어 “쉽게 길거리 등에서 담배연기에 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금연구역을 확대하고 흡연 동기를 유발할 수 있는 담배광고를 제한하겠다”고 말했다. 또 “외국같이 자극적이고 혐오스러운 경고사진을 담뱃갑에 부착하고, 각 담배마다 표기된 마일드·라이트 ·로타르(mild·light·low tar)등의 오도문구를 삭제하도록 올 하반기에 법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이밖에 ‘제3차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2011~2020년)’을 수립·추진해 흡연예방, 금연교육, 금연지도자 양성사업, 금연 선도학교 등 청소년 흡연 예방사업 등을 지원하고 청소년 금연동기 유발 및 금연실천 프로그램과 학교내 흡연 적발 학생을 위한 금연학교를 운영할 예정이다.
청소년의 음주실태도 심각해 지난해 청소년 건강행테 온라인 조사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1잔 이상의 술을 마신 적이 있는 고3 남학생은 38.7%, 고3 여학생은 25.1%로 많은 청소년들이 쉽게 음주를 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주폭(酒暴)으로 인한 사고가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청소년들의 음주 역시 학업부진, 외박, 가출, 폭력 등 청소년 개인뿐만 아니라 불특정 다수에게 위험을 초래한다.
청소년의 연간 음주예방 교육 경험률은 35.2%로 음주예방 교육, 홍보 등의 강화가 필요하다. 영국의 경우 7세에서 16세의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위한 알코올 교육이 국가적 차원에서 의무화된 반면 국내에서는 청소년이 주류구입을 시도했을 때 무려 37.2%가 성공하는 등 제도의 실효성이 미흡하다. 국민건강증진법의 주류광고에 대한 규제도 상품표현방법, 경고문구, 광고시간을 제한하고 있지만 광고매체에 대한 법적 제도적 장치는 매우 미흡해 쉽게 청소년들에게 주류광고가 노출되고 있는 실정이다.
임 국장은 청소년의 주류광고 노출 및 음주환경을 최소화하는 대안으로 “대중교통 수단, 옥외광고물을 통한 주류광고를 금지하고, 학교·청소년시설에서의 주류판매와 음주금지 규제에 대한 개정을 올 하반기에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청소년의 의뢰에 의한 주류구매를 근절하기 위해 ‘대리구매 금지 법제화’를 오는 9월부터 시행하고 절주 전문가 양성을 통해 고3을 대상으로 절주에 대한 교육과 대학교 절주동아리를 지원을 확대한다”고 말했다.
최근 논란이 된 김연아 피겨선수의 맥주 광고 출연에 대해서는 “헌법의 정신에 따라 아이돌스타,청소년 운동스타 등의 주류광고 출연 금지 규제는 개인의 직역 이익을 심하게 침해할 수 있다”며 “김연아 선수의 경우 예비교육자이자 유명 선수라는 공인의 입장에서 자발적으로 출연을 자제하는 게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동·청소년의 인터넷 중독율은 14.3%로 성인보다 많은 전체 중독자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청소년의 경우 인터넷이라는 가상공간에서 익명성과 범죄행위에 대한 현실감이 결여되기 쉽고 이는 흥분, 반항 등의 성격장애와 일탈행동의 요인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문제는 개인정보 유출, 명예훼손 등의 사이버 범죄와 강도, 살인, 가정해체와 같은 강력한 후폭풍을 몰고 온다.
하지만 인터넷 중독에 대한 국가의 정책적 우선순위가 낮아 중독된 청소년들을 지원하는 상담·치료 인프라 및 전문인력이 부족해 현재도 방치상태로 남아있다.
임 국장은 “정부의 여러 부처가 힘을 모아 인터넷 중독 해결에 대한 정책을 시행할 계획”이라며 “현재 시행중인 아동청소년 병원과 연계치료의 지원을 늘리고 국립정신병원(서울, 춘천, 공주, 나주, 부곡)의 기능 개편을 통해 청소년 인터넷 중독 치료센터를 운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