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의 2010년 연구조사를 보면 국내에서 100세 이상은 1836명이다. 2000년 934명, 2005년 961명에서 배 가까이 늘어났다.그러나 최빈도 사망연령은 2008년 86세에 육박했으나 2010년 81세(남자 75세, 여자 87세)로 오히려 줄었다. 멀지 않아 100세에 도달하리라는 전망이 무색해졌다. 예전에 최빈도 사망연령이 86세로 나온 것은 조사시점에 86세인 연령층의 노인이 다른 연령층의 노인보다 숫자가 많았기 때문이다.
◆한국사회 100세 장수시대의 도전과 응전
2010년 인구센서스의 100세 이상 장수자는 2005년에 비해 1.9배 증가했다.부산에서 31명에서 91명으로 가장 많은 2.9배 늘었고 다음이 충북(2.7배), 제주(2.5배), 경기(2.4배) 순이었다.
인구 10만명당 100세 이상 인구수는 전남(6.4명),제주(6명),충남(5.7명),전북(3.4명)순에서 제주(15명),전남(9.4명),전북(8명),충남(5.6명),제주(5.6명)으로 바뀌었다.시군으로 보면 충남 당진(9.8명),전남 순천(6.9명),충남 아산(5.3명)에서 전북 장수(36명),전북 임실(29.6명), 전남 곡성(29.3명), 전남 강진(26.3며),전남 함평(25.8명)으로 장수벨트가 충청지역에서 전라지역으로 옮겨갔다.
시군별로 100세 이상 고령자수가 많은 곳은 제주시 58명,경기 고양시 38명, 전북 전주시 37명,경기 용인시 29명,경기 의정부 23명, 서귀포시 22명, 경기 부천 22명, 경기 성남 21명, 경기 수원 19명, 경북 경주 18명의 순이었다. 85세 이상 장수자가 전체 시군구의 3%를 넘는 곳은 경남 남해,경북 의성,전남 고흥, 전북 순창 등 4곳이다.
고령화시대를 맞아 남자는 기대수명이 2012년 현재 77.6에서 2019년에 79세,2050년에 85.1세로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여자의 기대수명은 2012년 84.5세에서 2019년 85.5세,2050년에 89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최근 발표한 ‘2011년 세계보건통계 보고서’에 따르면 2009년 출생아를 기준으로 한 한국인의 평균 기대수명은 평균 80세로 조사 대상 193개국 가운데 영국 독일 핀란드 등과 함께 20위를 차지했다. 이에 비해 건강수명(아프지 않는 기간)은 71세로 인생의 10% 남짓한 기간은 질병과 싸워야 한다.
건강하지 않은 100세 장수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혼자 식사하기 어렵지 않다는 100세이상 노인의 비율은 2005년 48.9%에서 2010년 35.6%로 줄었다. 혼자 걷기 어렵지 않다는 비율도 같은 기간 27%에서 17%로 감소했다. 이에 비해 치매는 18.8%에서 33.9%로, 중풍은 2%에서 2.8%로 늘었다.100세 이상 노인의 경우 남자는 대체로 아내를 사별하고 20년,여자는 남편 사별후 40년을 거의 혼자 살다시피한다. 16일 열린 인제대 백중앙의료원 글로벌포럼의 발표자로 나선 김동섭 조선일보 보건복지 전문기자는 “100세를 살아도 삶의 질이 형편 없으면 무의미하다”며 “100세 장수자가 늘어나는 것보다 건강한 100세를 지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는 100세이상 노인이 가장 많은 제주도(80명)와 그 절반에 불과한 대전(40명)을 비교하면서 건강수명을 늘리기 위해서는 건전한 생활습관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제주도와 대전은 기대수명이 각각 79.3세(서울에 이어 전국 2위)와 79.2세로 차이가 거의 없지만 건강수명은 69.6세와 72.9세로 적잖은 차이를 보였다.제주도 주민들은 노후에 병치례하며 보내는 기간(기대수명에서 건강수명을 뺀 기간)이 9.7년으로 가장 길다.
김 기자는 “제주지역은 과거 생선과 채소를 많이 먹고, 교통도 불편해 운동량이 많아 장수하기에 유리했지만 현재는 관광지로 발전하면서 음주와 흡연율이 크게 올라가고, 교통망 발달과 승용차 이용자 증가로 운동량이 부족해졌으며,생선 대신 패스트푸드를 먹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지금은 건강수명에서 전국에서 4번째로 짧아졌다”고 말했다. 제주는 성인남성의 흡연율이 52.5%로 전국1위인 반면 이들의 금연시도율이 27.2%로 낮다. 한번에 소주 7잔 이상을 마시는 고도음주자의 비율이 30.8%로 전국 최고다. 또 운동량이 부족해 1회에 30분씩 5일 이상 꾸준히 걷기운동을 하는 주민들의 비율이 전국 1위이다.이와 함께 고혈압이나 당뇨병으로 진단받고도 치료하지 않는 비율과 비만한 사람의 비율 등이 전국 1위다. 제주사람들은 정신건강도 좋은 편은 아니어서 우울증(절망감)은 2위, 스트레스는 3위였다.이에 비해 대전은 인구 10만명당 병의원수,의사수,병상수 등에서 각각 5위,4위,8위를 차지하는 등 제주(8위,8위,14위)보다 의료인프라가 우수하고 흡연 남성의 비율이 41.9%로 낮고 금연시도율도 높아 건강수명이 더 길다고 분석했다.
한국인의 장수에서 유전적 요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30%정도(부모나 형제가 85세이상 산 비율)로 추산된다. 나머지는 생활환경,개인의 경제력,거주지의 의료인프라 등에 달렸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장수마을은 자연이 수려한 청정한 환경만이 중요한 게 아니라 올바른 건강생활 습관을 실천하고 훌륭한 의료인프라의 혜택을 보는 게 중요하다는 결론이다.
이원로 인제대 총장(왼쪽부터), 임종규 보건복지부 건강정책국장, 박상근 인제대 백중앙의료원장 등이 강연자의 주제발표를 경청하고 있다.
운동부족 해결이 장수의 필수조건
백낙환 인제대 이사장은 “불과 250년전에 시작된 산업혁명으로 과영양화와 운동부족이 심화돼 인류에게 현대병이 급증하는 대란이 일어나고 있다”며 “운동을 통해 비만과 연관된 유방암 전립선암의 발병률을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평소 소식(小食),다동(多動),금연,금주 등의 건강비결을 실천하고 전파하는 것으로 유명한 백 이사장은 “매일 운동하면 체온이 1도 정도 올라가 온도에 취약한 암세포를 억제하므로 암 예방효과가 나타나고, 음식 노폐물의 배설을 촉진시켜 음식으로부 발생된 발암인자가 체내에 머무르는 시간을 감소시켜 대장암 등의 발생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하루에 포도주 한잔 정도 하면 건강에 유익하지만 술이란 게 절대로 한두잔에 그치지 않고, 음주 횟수가 늘수록 음주량도 늘어나는 중독현상이 생기기 마련이므로 절주보다는 금주하는 게 맞다”는 소신을 피력했다.
김연수 인제대 식의약생명공학과 교수는 “유전자가 단백질을 만들고,단백질이 대사활동에 중요하게 관여한다”며 “유전자서열이 변하지 않아도 운동이나 태교 등으로 좋은 유전자가 활성화될 수 있다는 후성유전자(Epigenetic)에 관심이 집중될 정도로 운동이 중요시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운동으로 체온이 상승하면 면역기능이 상승하고, 혈관을 확장돼 항암 및 방사선 치료효과가 배가된다”며 “항암 및 항균효과를 발휘하는 TNF(종양괴사인자)-α도 체온이 올라갈 때 같이 증가하는 게 단적인 증거”라고 말했다. 암세포는 줄기세포보다 원시적인 세포로 보통 39도 이상이면 손상이 일어나지만 정상세포는 43도 이상이어야 한다. 50% 강도의 운동은 체온을 36.5도(정상)에서 37.5도로 끌어올리고, 마라톤은 39도까지 상승시키는 효과가 있다.
이밖에 이태수 인제대 인간환경미래연구원장은 “어려서는 네발로, 커서는 두발로, 늙어서는 세발로 걷는 존재가 누구냐는 스핑크스의 수수께기의 해답에 쉽게 해답이 나오지 않았다는 데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누구나 자기 연령의 관점에서 인간의 전체적인 삶을 이해하지 못하고, 고령자가 늘어난 세상에서 아직도 젊은이의 관점으로만 인식하는 경향이 지배적이며, 두발로 걸을 수 있으면 누구나 젊다는 자신감을 가지라는 뜻”이라고 운을 뗐다.그는 “고령화시대엔 젊은이들의 생산성 높고 효율적인 일자리가 필요하고 노인에게도 적절한 일자리가 분배될 수 있다록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며 “장차 노인들의 일은 놀이와 일체가 돼야 하고 노인이 처리할 수 있는 과업의 범위(저강도 일자리)를 확보해주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닐 폴터(Neil Poulter) 영국 왕립대 심장예방의학 담당 교수는 120세까지 사는 비결로 △금연 △단순한 음식섭취(콩팥,채소) △△절주(소량의 와인) △많이 걷기 △정치에 대해 과도하게 신경쓰지 말 것 △의사와 법정을 멀리할 것 △신문을 적게 읽을 것(remain illiterate) △많이 잘 것 △섹스에 최선을 다할 것 등을 주문해 관심을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