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경규,김장훈,황혜영 등의 연예인이 겪고 있어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공황장애를 한약으로 치료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공황장애는 갑자기 극단적인 불안 증세가 발작적으로 나타나고, 심장이 빨리 뛰거나 숨이 막히는 등의 신체적 이상도 보이며,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으면 장기간 지속되는 불안장애의 하나로 환자의 3분의 1가량이 광장공포증, 절반 정도가 우울증을 동반한다.
노영범 부천한의원 원장은 최근 양방에서 공황장애 확진을 받은 환자 2명을 한약으로 치료한 연구논문 ‘영계감조탕 투여로 치료된 공황장애 환자 사례 분석 및 처방의 작용기전 고찰’을 최근 대한상한금궤의학회지에 게재했다고 15일 밝혔다.이 논문은 오는 9월 한국에서 개최될 국제동양의학학술대회(ICOM)에서도 발표될 예정이다.
논문에는 BAI(Beck Anxiety Inventory, 미국의 심리학자인 Aron Beck에 의해 제안된 불안도 측정방식) 지수가 31점을 넘어 극심한 불안상태를 보인 30대 남·녀 두명의 치료사례가 담겼다. BAI는 22~26점일 경우 ‘불안상태’, 27~31점 ‘심한 불안상태’, 31점 이상 ‘극심한 불안상태’로 분류한다.
4년 동안 공황장애를 앓아온 A양의 경우 2010년 1월부터 4월까지 총 3개월간 한방치료를 받고 완치가 됐다. BAI수치가 무려 36점을 기록할 만큼 극심했는데 치료 보름 만에 심장의 두근거림과 불안증세가 호전됐으며, 2개월 후 발작 증세는 완벽히 소멸됐다고 논문은 보고했다.
치료가 까다로운 공황장애 등 정신질환의 특성상 한방치료를 받을 때 양약을 동시에 복용하지만, 양약 복용과 뇌신경 이완치료, 심리치료 등을 일체 하지 않고 오로지 한약으로 치료했다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노영범 부천한의원 원장이 공황장애 환자의 배를 복진하고 있다.

노 원장은 “공황장애는 자율신경계 교감신경의 지나친 항진으로 인해 마음이 초조하고 불안하며 흥분과 발작증상이 생기는 질환”이라며 “서양의학에서는 중추신경계의 신경전달물질의 기능을 바로잡아 자율신경을 스스로 조절하게 만드는 것에 중점을 두고 약물을 처방하지만 한의학에서는 허(虛)한 신장의 기운을 활성화시키는 것을 우선시한다”고 말했다. 노 원장이 이번 치료에 처방한 영계감조탕은 복령, 계지, 대추(대조), 감초 등으로 한약재로 구성돼 있다. 복령은 교감신경의 항진을 조절하고, 대추는 후두부 긴장으로 인해 뒷목이 뻣뻣해지면서 뇌의 불안전한 증상을 개선하며, 계지는 시상하부의 항상성을 조절하는 기능을 한다.
노영범 원장은 “상한론에는 제하계(臍下悸, 배꼽 아래의 복부대동맥이 심하게 뛰어 편안하지 않은 병증)와 ‘분돈(奔豚, 아랫배에서 생긴 통증이 명치까지 치밀어 올라 마치 새끼돼지가 뛰어다니는 것처럼 느껴지는 증상)이 일어날 때 영계감조탕’을 처방하라고 명시했다”며 “공황장애 환자를 복진(배를 만져보는 촉진)해 보면 복부대동맥이 심하게 뛰고 아랫배의 근육이 뻣뻣한 게 제하계 또는 분돈 증상과 아주 흡사해 영계감조탕이 공황장애에도 효과적일 것”이라고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노영범 원장은 음양오행의 균형을 중시하는 후세방 한의서인 동의보감보다는 고법의학인 ‘상한론(傷寒論)’과 ‘금궤요략(金匱要略)’을 기초로 삼아 복진을 강조하는 한의사다.그는 상한론 및 금궤요략에 근거한 한의학 연구를 위해 대한상한금궤학회를 창설해 활동하고 있다.
상한론은 중국의학에서 약물요법의 집대성자라고 지목되는 후한(後漢)의 장중경(張仲景)이 저술한 한의서다. 수많은 인체치료 경험을 통해 효과가 입증된 처방들이 기록돼 있다. 환자의 증상과 투약에 따른 예후까지 상세하게 풀이돼 처방이 용이하며 인체의 생리를 원리적으로 해석한 실용 위주의 치료 문헌이다. 금궤요략은 장중경이 지었다고 전하는 한의서로 주로 내과의 잡병(雜病)에 대한 치료법을 논했고 상한론과 함께 동양의학의 원전으로 평가되며 처방학 및 치료학 연구에 중요한 자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