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4개월된 뇌사 어린이의 심장과 신장이 두 명의 목숨을 살렸다.
서울대병원 장기이식센터(센터장 안규리)는 지난 4월 13일, 생후 4개월 된 뇌사자 문모 어린이(여)로부터 장기를 기증받아 심장은 건국대병원에서 확장성 심근염을 앓고 있던 11개월 영아에게, 양쪽 신장은 서울아산병원에서 장기간 만성 신부전으로 투병해온 56세 여성에게 이식됐다.
문 모 어린이는 지난 4월 다발성 뇌경색과 뇌염으로 뇌사상태에 빠졌다. 이 어린이의 부모는 평소 건강했던 아이의 갑작스런 발병으로 뇌사상태임을 받아들이기 어려웠으나 고민 끝에 장기기증에 동의하고 소중한 생명을 살리기로 결정했다. 이후 서울대병원에서 뇌사판정 및 장기기증을 위한 검사를 받았고 1, 2차 뇌사 판정 및 2번의 뇌파검사를 거쳐 4월 13일 뇌사로 최종 판정받았다. 이어 장기적출과 이식수술이 성공적으로 진행됐다.
안규리 센터장은 “이번 장기 기증 사례는 서울대학교병원의 오래 축적된 장기 이식 경험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힘든 상황 속에서도 장기기증이라는 숭고한 결정을 한 가족들의 뜻을 지켜드리기 위한 의료진의 숨은 노력과 땀의 결실”이라 며 “앞으로도 뇌사자 발굴 및 관리를 통해 생명이 위급한 환자들에게 이식으로 새 생명을 불어 넣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호흡이나 심작박동을 관장하는 뇌간(숨골이라고도 함)의 손상으로 기능이 정지하면 자발적인 호흡이 불가능해지고 외부자극에 전혀 반응이 없는 혼수상태가 된다. 뇌의 기능이 회복될 수 없으므로 환자는 길지 않은 시일 내 사망한다. 뇌간이 살아있고 의식이 없는 식물인간 상태와는 다르다.
뇌사판정이 내려지면 보호자는 환자의 장기기증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KONOS)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1999년 인구 100만명당 3.5명에 그쳤던 뇌사기증자가 2008년에는 5.3명으로 약간 늘어났다. 그러나 아직 환자에 비해 이식장기가 한참 부족한 실정이다. 2000년대 후반에 들어 교통사고로 인한 뇌사기증자보다 고령, 뇌출혈 등의 위험요인을 가진 뇌사기증자 및 심장사 후 기증자가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