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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건강
소아 발열의 원인과 처치
  • 오혜라 인턴 기자
  • 등록 2012-06-02 11:28:12
  • 수정 2013-01-13 17:4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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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이 고열에 찬 얼음물, 알코올 쓰는 건 역효과 우려

엄마들은 아이들이 고열이 나면 잔뜩 긴장하고 당황해 어쩔 줄 모른다. 도시에서 거주해 병원 응급실이 가까이 있거나, 낮 시간에 고열이 난다면 그나마 차분하게 대응할 수 있지만 의료소외지역에 살거나 한 밤 중에 이런 상황을 겪는다면 이성적으로 대처하기가 쉽지 않다.

정상체온과 고열의 차이

체온은 측정하는 신체부위에 따라 다르다. 일반적으로 건강한 아이들의 구강체온은 36~37.5도 범위 안에 있으며 항문체온은  36.2~38도, 겨드랑이체온은 35~37도, 고막(귀)체온은 36.4~37.4도를 정상체온으로 본다.  통상 말하는 체온이란 각 부위의 평균체온으로 보통 36.5도 알고 있다.
체온이 정상보다 높은 상태를 ‘열이 난다’고 한다. 그 기준은 열을 재는 각 신체 부위마다 약간씩 달라 구강체온은 37.6도 이상, 항문체온은 38.0도 이상, 겨드랑이체온은 37.4도 이상, 귀에 넣어서 측정하는 고막체온은 37.6도 이상이다.  어느 부위를 재어봐도 38.5도 이상이면 ‘고열’이라 부른다.
3세 미만의 아이가 체온이 38도 이상 올라가면 열을 내리는 응급처치를 해 준다. 우선 기저귀와 팬티까지 옷을 다 벗긴다. 열이 올라가는 초기에는 오한이 일어나 아이가 추운 듯 덜덜 떠는 경우가 있는데 너무 추워하면 얇은 옷이나 짧은 옷을 입히거나 홑이불로 싸줘도 된다. 미지근한 물에 수건을 담갔다가 물이 뚝뚝 떨어질 정도로 느슨하게 짜서 배와 등을 제외하고 머리, 팔, 다리, 겨드랑이, 사타구니를 쓱쓱 닦아준다.

찬물과 알코올을 사용한 급속한 열내리기는 위험

열을 빨리 내리기 위해 일부 부모들은 찬물이나 알코올 섞은 물을 이용하기도 하는데 이는 일사병으로 인한 고열에서 주로 쓰는 방법이다. 오히려 아이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 찬물 또는 알코올과 체온 간의 차이가 커서 아이가 괴로워하고, 추위 때문에 몸을 떨면 근육에서 열이 발생해 역효과가 난다. 게다가 땀구멍과 말초혈관을 수축시켜 피부가 열을 발산시키지 못하고 뜨거운 피가 식지 않으면서 열순환이 막혀 급격하게 열이 오를 수도 있다. 알코올은 아기 몸에 흡수돼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 따라서 찬물이나 알코올을 쓰지 않는 게 원칙이다.
미지근한 물로 아이 몸을 닦아주는 경우 열이 천천히 떨어지기 때문에 적어도 30분 정도의 시간을 잡고 열이 떨어질 때까지 쉬지 말고 계속 닦아야 한다. 열이 나면 대개 말초혈관이 수축돼 손발이 차가워지는데 미지근한 물수건으로 문지르면 혈액 순환이 촉진돼 열을 발산하는 데 도움을 준다. 피부에 물수건을 덮어두지 말고, 계속 문질러 주는 게 좋다. 열이 충분히 떨어지면 도리어 몸이 식더라도 추워하는 게 줄게 된다. 미지근한 물수건으로 10~20분 닦아도 아이의 체온이 38도 이상이면 어린이용 해열제를 사용하는 게 좋다.

어린이 해열에 아스피린 사용은 금물

해열제 가운데 아스피린을 수두나 독감에 걸린 아이에게 먹이면 뇌압이 상승하고 간기능 장애가 생겨 심한 구토를 하거나 혼수상태에 빠지는 라이(Reye)증후군이 초래될 수 있어 고열이 나는 호흡기 증상이 있을 때에는 사용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단일성분인 타이레놀(아세트아미노펜)이나 부루펜시럽(이부프로펜), 폰탈시럽(메페나민산) 등을 많이 사용한다. 중이염과 같은 염증을 보이는 경우에는 이부프로펜 성분의 소염진통제를 먹인다. 단순한 감기 증상과 고열만 동반한 열감기라면 ‘어린이용 타이레놀’처럼 해열·진통 작용만 하는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의 해열 진통제를 쓰는 게 현명하다. 아세트아미노펜 해열진통제는 위와 장의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열을 내리는 작용만 하는 반면, 이부프로펜은 해열작용과 더불어 아이의 신장에 무리를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아세트아미노펜계열 약품인 ‘어린이용 타이레놀’은 생후 100일부터 복용이 가능하다. 타이레놀은 4~5시간 간격으로 1일 5회까지, 부루펜은 6~8시간 간격으로 1일 4회까지 먹일 수 있다. 급하다고 성인용 해열제를 쪼개어 먹이면 과량 복용이 될 수 있으므로 주의한다.
약을 잘 복용하는 아이라면 ‘어린이용 타이레놀 츄어블’처럼 씹어 먹는 해열제를, 약 먹기를 싫어하거나 아토피·알레르기가 있는 아이라면 체리향이 나는 ‘어린이용 타이레놀 현탁액(무색소)’을 준비하는 게 좋다. 아이가 약을 못 먹거나 토할 때는 항문에 넣어주는 써스펜 좌약(아세트아미노산 성분, 복합제에는 간 보호성분인 메치오닌이 추가됨)을 쓴다. 열을 빨리 내리겠다고 타이레놀을 먹고 써스펜 좌약을 동시에 쓰면 역시 용량 과다에 해당되므로 삼간다. 
액상 해열제는 쓰고난 후 상온에 보관한다. 간혹 액상 해열제를 오래 사용하기 위해 냉장 보관하는 경우가 있는데 4계절 내내 실온(0~30도)에 보관하는 게 맞다. 0도 이하 환경에 보관 시 약 입자들이 엉키고 침전물이 생겨 약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거나 한꺼번에 많은 약 입자가 체내에 흡수될 수 있다. 또한 액상 제제는 복용 전에 흔들어줘야 하는데 ‘어린이용 타이레놀 현탁액’은 약 성분이 침전되지 않아 흔들지 않아도 정량대로 먹일 수 있다.
병원에서 준 해열제를 먹이면서 의사의 지시 없이 일반해열제를 사용하는 것도 위험하다. 이미 다른 약을 처방받아 복용 중인 경우 열과 관련이 없어 보이는 약이라도 의사나 약사에게 문의해 아이에게 맞는 용량과 용법을 지키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고열이 나면 탈수증을 막기 위해 시원한 보리차나 맹물 또는 다른 종류의 청량음료수를 조금씩 자주 주며 우유 같은 단백질 성분이 많거나 유당이 든 음식물은 될 수 있는 한 먹이지 말아야 한다. 수박을 실온에 두었다가 먹여도 좋다.
아이가 열이 나면 부모들은 당황한 나머지 우선 열을 내리고 보자는 식으로 해열제를 먹인 후 열이 떨어지면 병이 치료된 것처럼 안심하는 경향이 있다. 항문 체온과 겨드랑이 체온이 41도 이상이면 고열 자체가 효소, 호르몬, 신경전달물질 등의 기능을 저하시켜 생체대사기능에 악영향을 미치고, 인체의 사령탑인 뇌기능을 교란시켜 전반적인 신체기능이 떨어지게 된다. 따라서 이런 경우에는 해열치료가 우선시돼야 한다. 열 때문에 너무 괴로워하거나, 열의 원인이 명확히 파악된 경우에도 해열에 나선다.

꼭 응급실을 가야 할 경우와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경우

아이의 열이 39도가 넘거나 심한 경련을 일으키는 경우, 생후 6개월 미만일 때는 소아과 전문의의 진료를 통해 정확한 원인을 파악해야 한다. 가정에서 해결할 수 없거나 고열의 후유증이 높을 것으로 우려되는 경우에도 응급실을 찾는 게 좋다. 아이가 경련성 질환을 앓고 있거나, 열 경기를 하는 경우, 아기가 의식이 흐려지고 몸이 늘어지거나, 심하게 보채고 호흡이 어렵거나, 소변량이 줄고 몸이 늘어지면서 탈수증상이 나타나는 경우에는 응급실을 이용토록 한다. 병원에서 아이가 미열이 나는지, 고열이 나는지, 열이 얼마나 오랫동안 나는지, 하루 중 아침에만 열이 나는지, 저녁에만 열이 나는지 등을 알려주면 의사는 아이의 상태를 파악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으므로 챙기도록 한다.
그러나 통상적인 미열은 아이가 병을 스스로 치유하는데 도움을 준다. 무조건 열을 내리다 보면 면역기능이 약화돼 기존 또는 잠재된 질병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 놔두면 저절로 좋아지는 원인불명의 발열(약25%)을 제외하고 나머지 75%가량을 차지하는 열 증상은 특정 질병이 원인이므로 열의 정확한 원인을 찾아내 치료하는 게 더 중요하다. 흔히 열이 나고 손발이 차면 체했다고 손끝을 따주기도 하는데 어떤 병이든 열이 많이 나면 손발의 혈관이 수축돼 손발이 차가워지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에 체했다며 손끝을 따는 건 잘못된 방법이다.

고열이 나는 원인은 각양각색, 천차만별

열이 나게 하는 원인은 매우 많다. 우선 여러 종류의 바이러스나 박테리아, 마이코플라스마 등의 병원체에 감염되는 경우다. 소아는 홍역이나 유행성이하선염, 수족구병, 인플루엔자바이러스감염(독감), 유행성 뇌염, 뇌막염, 폐렴 등의 전염병에 노출되기 쉬워 유의해야 한다. 또  편도선염, 신장염, 복막염 등은 면역력저하나 전염병의 후유증으로 나타나기 쉽다. 자가면역질환인 파종성 홍반낭창, 류마티스성 관절염 등을 앓거나 특정 약물을 복용하는 경우에도 고열이 생길 수 있다.
이 중에서도 많은 부모들이 걱정하고 놀라는 것은 영아기(생후 4주~만1세)와 유아기(만1~5세)에 발생하는 고열이다. 감기나 독감, 편도선염, 인후염, 인두 편도선염, 후두염, 후두 기관지염, 세(細)기관지염, 폐렴, 위장염, 수두, 홍역, 풍진, 장미진(헤르페스 바이러스로 인한 장밋빛 피부반점), 간염, 뇌염, 뇌막염, 단순포진 바이러스 감염 등 바이러스성 감염 등이 주된 발열 질환이다. 아울러 축농증과 인두염, 편도선염, 편도선 농양, 성홍열(용혈성 연쇄상 구균의 감염에 의한 전신의 진한 붉은 색 발진과 고열 동반), 뇌막염, 중이염, 폐렴, 요로 감염, 패혈증, 골수염, 관절염, 위장염, 심내막염, 결핵 등 박테리아성 감염으로 생긴 전염병을 앓을 때 많은 열을 동반한다.
열악한 환경에 노출되면 저항력이 약한 아이들의 체온조절 시스템이 무너져 고열이 나타날 수도 있다. 흔한 예로 아이를 문을 꼭 닫은 승용차 속에 오랫동안 있게 하거나, 밀폐된 뜨거운 곳에 오랫동안 방치하거나, 고온의 보육기 속에 놔둘 때에도 체온이 상승해 고열이 날 수 있다. 어린이를 담요 등으로 너무 꼭 싸 주어도 체온이 올라가서 열이 날 수 있다. 아이는 몸의 체온조절에 관여하는 시상하부의 기능이 성인에 비해 매우 취약하기 때문에 이처럼 고열이 발생하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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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열성경련에 대한 올바른 이해

뇌가 아직 성숙하지 않은 5세 미만의 아이들이 고열에 시달리면 ‘열성경련(Febrile Convulsions)’이 오기도 한다. 열이 막 올라가는 초기, 약 38~38.5도의 체온 상태에서 전신경련이 갑자기 일어나면서 의식을 잃고 눈을 홉뜨고, 이를 악물고 거품을 문다. 안색이 창백해지고 입술이 파래지며 호흡이 곤란해진다. 팔다리와 전신근육에 강직성 경련과 간헐성 경련이 나타나기도 한다. 대개 1~2분에서 15분 정도 지속된다. 경련이 끝난 후 몸이 축 늘어지면서 의식을 회복하고 한두 시간동안 깊게 잠에 빠진다. 열성경련이 끝난 다음 한쪽 신체마비가 잠깐 생겼다가 회복되는 경우도 있는데 이를 토드(Todd)마비라 한다.
아이가 갑자기 열성경련을 일으키면 어떤 부모든 당황하기 마련이다. 이럴 땐 침착하게 아이를 안전한 곳으로 옮겨 눕힌 후 조명을 낮춰 자극을 최소화한다. 숨을 잘 쉴 수 있도록 옷을 느슨하게 풀어주고 경기 중에 혀를 깨물거나 구토를 할 수 있으므로 머리를 옆으로 살짝 돌려준다. 구토물이나 점액이 입 밖으로 흘러나오도록 상체를 낮게 눕혀놓는다. 아이가 혀를 깨물거나 혀가 기도를 막을까봐 숟가락이나 수건을 입속에 물리기도 하는데 자칫 아이의 입에 상처를 낼 수 있어 권장되지 않는다. 이후 가까운 병원을 찾아 경기한 시간, 횟수 등을 의사와 상담하고 원인질환을 진단해 치료를 받게 한다.
소아열성경련은 생후 6개월~5세 사이에 많고 여자아이보다 남자아이에게 많이 나타난다. 열의 원인은 약70%가 감기이다. 이밖에 간질, 뇌막염, 뇌염, 뇌종양, 뇌출혈, 뇌손상, 저혈당증, 영아테타니(Infantile Tetany: 신경세포주위의 비정상적인 이온농도에 의해 중추신경계나 말초신경계가 과잉 흥분된 상태), 약물중독, 납중독, 편도선염, 인두염, 중이염, 위장염 등이 열성경련의 원인으로 작용한다.
열성경련은 가족력이 있어 어린이의 60~70%는 부모나 형제 중에 열성경련을 한 경험이 있다. 가족력이 있으면 발병률이 그렇지 않은 가족보다 4배 정도 높다. 열성경련은 3분의 1에서 재발되며 대부분 3세 이하에서 나타난다. 그 중에서도 만 1세 이전부터 열성경련을 보였거나, 가족 중 간질환자가 있거나, 열성경련 중 경련이 길고 반신마비 등을 보이는 복합 열성경련일 경우에는 재발률이 80~100%에 가깝다. 특히 열성경련 후 간질이 뒤따라 발생하는 비율은 2~10%로 일반인에 비해 발병률이 최고 10배 높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이런 열성경련은 뇌막염, 약물중독, 구토 및 설사에 의한 전해질 불균형 등 심각한 질환과 처음에는 구별할 수 없기 때문에 소아과 전문의의 감별 진단을 받는 게 바람직하다. 병원에서는 열성경련을 진단하기 위해 혈액·대소변·뇌척수액 검사, 혈중 전해질 농도 측정, 뇌파검사, 뇌 컴퓨터단층촬영(CT), 뇌 스캔(조영제 촬영), 뇌 자기공명영상(MRI) 등 다양한 검사를 시행한다. 만5세 이후에도 열성경기가 계속될 때에는 정밀검사를 실시해야 한다.
발열 원인이 다양하고 복합적이므로 의료진들이 증상만으로는 정확한 원인질환을 짚어내는 게 매우 어렵다. 아이마다 나타내는 열의 정도와 그 원인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열이 높다고 해서 더 위험한 상태라고 단정할 수 없다.
실제로 열 자체의 정도만 따지면 미열은 증상이 가볍다고 여길 수 있으나 갓 태어난 아기나 아주 쇠약한 아이, 노인 등이 뇌막염이나 패혈증 같은 생명에 위험한 전염병을 앓을 때도 미열이 날 수 있다. 따라서 자세한 검사를 통해 정확한 진단을 내리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도움말=김동수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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