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회사들이 여성의 사회진출이 활발해 지며 다양한 여성제도를 마련해 업무 효율을 높이고 고급여성인력 유치에 힘쓰고 있다.
지난해 결혼한 직장인 임희진 씨(30·여)는 결혼 후 출산과 육아에 대한 고민이 늘었다. 임 씨는 “만약 아이를 갖게 되면 우리나라 직장문화 상 상사나 동료의 눈치를 보게 되는 경우가 다반사”라며 “여직원들을 위한 체계적인 복지 시스템을 갖춘 회사를 꿈꾼다”고 말했다.
최근 육아와 승진 두 갈래 길에서 고민하는 여성이 많아지고 있다. 여직원들의 출산과 육아에 대해 호의적이지 않은 기업문화가 아직은 남아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많은 기업들이 여성 직장인들의 고충을 고려해 실효성 있는 정책으로 여성들이 마음 놓고 일할 수 있는 사내 제도를 실천하고 있다.
제약회사 중에는 한독약품과 대웅제약,한국릴리 등이 육아와 승진을 병행할 수 있는 시스템을 운용하는 곳으로 여성가족부로부터 가족친화인증기업으로 선정됐다.
한독약품은 지난 3월 정기인사에서 육아휴직 중인 5명의 여직원을 승진시켰다. 반대 의견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김영진 한독약품 회장은 “승진이란 2~3년간의 업무 성과를 평가하는 것이고 앞으로의 기여도를 보는 것”이라며 승진 발령을 했다. 김 회장은 “일과 가정이 행복해야 한다는 기업이 발전한다는 경영철학을 바탕으로 가족친화적인 기업문화를 사내에 정착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출산과 양육 문제로 고급 여성 인재를 잃는 것은 회사 차원에서도 큰 손해”라고 말했다.
1977년부터 격주 휴무제를 시행했고 주5일 근무제는 실제 법제화된 2005년보다 훨씬 앞선 1998년에 도입한 한독약품은 임신 및 출산 직원을 위해 출산휴가, 육아휴직, 태아검진 휴가 등을 시행하고 있다. 출산 후 업무에 복귀한 직원들이 업무와 육아를 병행할 수 있도록 출퇴근 시간을 조정하는 탄력근무제, 육아기 단축근로, 재택근무제 등을 마련했다.최근에는 출산 장려를 위해 장려금을 확대 지원하고 있고,본사 18층에 모유 수유를 원하는 엄마들을 위해 유축기 침대 소파 등이 갖춰진 엄마방을 운영하고 있다.이 회사는 워킹맘을 위해 단순히 제도를 마련하는데 그치지 않고 직원들이 실제 이용하기에 불편함이 없는 기업문화를 만드는데 각별히 신경쓰고 있다.
대웅제약 리틀베어에서 육아 교사가 유아들을 돌보고 있다.
대웅제약은 지난해 12월 제약업계 최초로 사내 어린이집인 ‘리틀베어’를 개원했다. 전체 직원의 30%가 여성일 정도로 여성에게 인기 좋은 제약회사로 꼽히는 회사인 대웅제약은 433.6㎡ 규모의 공간에 리틀베어를 열어 아동학·유아교육학 학·석사 출신인 전문교사들이 0세부터 만 5세까지의 영유아를 돌보도록 배려하고 있다.
특히 직원들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아이를 둔 여성직원들로 TFT를 구성해 수요조사부터 위탁업체 선정, 보육교사 선발까지 아이를 맡길 엄마들에게 직접 선택하게 해 아이를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환경을 직접 제공했다.
내부 직원들 사이에서도 기대 이상의 높은 만족도를 보이는 리틀베어는 사내 보육시설을 준비 중인 다른 기업의 관심을 끌며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최근 논란이 된 어린이집 집단대응 및 보조금 부정 수령 등의 문제에 대한 걱정 없이 자녀를 같은 건물에 두고 마음 편히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 워킹맘들의 큰 만족을 얻고 있다.
한국릴리 역시 여성직원이 전체 직원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다국적 제약사로 여성친화적인 제도를 적극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2005년부터 유연근무제를 시작했고, 2009년부터 이를 확대해 탄력근무제와 완전재택근무제를 추가 도입한 한국릴리는 가사와 직장의 병행이 어려운 워킹맘 여직원들을 위해 적극 업무에 활용하고 있다. 재택근무의 경우 신청한 직원의 집에 컴퓨터, 전화, 인터넷 등 업무에 필요한 시설을 실제 사무실과 유사하게 설치하고 제반 비용도 지원해준다. 회사로 출근할 때와 같은 연봉과 복리대우를 받을 수 있어 만족도가 매우 높다.
한국릴리는 의사결정의 A부터 Z까지 여성의 목소리가 중요하게 반영되는 사내문화를 일구면서 일과 가정의 균형을 이루는 근무 환경 속에서 개인의 역량과 업무효율을 극대화시켜 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