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암 발병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지만 국민들의 인식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피부암은 야외활동과 일광욕을 즐기는 하얀 피부의 서양인에게 높은 발생률을 보이지만 최근 우리나라도 레저활동 확산과 고령 인구 증가로 발생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 육안으로 보이기 때문에 비교적 빨리 이상 징후를 발견할 수 있지만 단순한 점 등으로 간과하고 쉽게 지나칠 수 있어 주의할 필요가 있다.
김원석·박지혜 성균관대 강북삼성병원 피부과 교수팀이 일반인의 피부암 인식을 확인하고 정확한 질병 정보를 알리기 위해 피부과 환자 및 보호자 374명을 대상으로 피부암 사진 5장(기저세포암 1장, 흑색종 2장, 편평상피세포암 2장)과 피부암이 아닌 사진 5장 등 총 10장을 보이며 피부암을 분별하는 설문조사를 실시했다.그 결과 5개 피부암 사진을 모두 찾은 응답자는 0.3%에 불과했고 2개를 맞춘 응답자가 56%로 가장 많았다. 4개를 찾은 사람은 4%, 3개는 30.6%, 1개는 8.6%, 하나도 찾지 못한 사람은 0.5%였다.
암 종류별 정답률을 보면 편평상피세포암 사진 2장이 각각 79%와 67%, 흑색종 사진 2장은 각각 41%와 21%, 기저세포암 사진 1장은 23%였다. 편평상피세포암은 비교적 크고 붉으면서 불규칙한 변화를 보여 피부암 정답 선택이 높았다.흑색종 사진 중 발바닥에 생긴 크기가 크고 비대칭적인 점인 정답률이 41%인데 비해 평범한 검은 점은 21%로 정답률이 두 배 차이였다. 단순한 흑갈색 점으로 보이는 기저세포암도 정답률이 22.8%로 매우 낮았다.
피부암 원인을 묻는 질문에서 5문항을 모두 맞힌 응답자는 14%였고 3문항을 맞힌 응답자가 83%였다. 또 비교적 젊을수록 피부암 원인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었다.
자외선 유해성을 묻는 질문은 80%, 화상부위 또는 오래된 흉터에서 암이 생길 수 있다는 질문은 66%, 손과 발바닥에도 피부암이 생긴다는 질문은 72% 정답률을 보였고 하얀 피부가 피부암에 위험하다는 질문은 34%로 정답률이 낮았다. 악성흑색종 바로알기에서는 4문항 중 3문항을 맞춘 응답자가 64%였고 연령과 성별에 따른 정답률의 차이는 나타나지 않았다.
피부암은 오랜 자외선 노출, 만성적 피부 자극이나 각종 발암성 화학물질에 노출, 바이러스 감염 및 유전적 요인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한다. 이런 요인 가운데 자외선 노출이 가장 많은 편에 속하는 우리나라의 경우 최근 평생 자외선 축적량이 많은 고령인구의 증가, 야외활동 증가로 인한 자외선 노출 증가로 피부암 환자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또 오존층 파괴에 따른 자외선량 증가도 한몫하고 있다. 예전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피부질환도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피부암 발견이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피부암은 표피세포와 피부 부속기에 발생하는 악성 종양으로, 크게 흑색종과 비(非)흑색종으로 나뉜다. 흑색종은 멜라닌세포나 모반세포가 악성화된 종양으로 다른 암과 마찬가지로 전이가 잘되고 항암치료 등에 잘 반응하지 않아서 생존율이 매우 낮다. 비흑색종에는 편평상피세포암, 기저세포암, 기타 피부 부속기(모발, 땀샘, 피지선 등) 기원 암 등이 있고 매우 흔하게 발생하지만 진행 속도가 느려 발견하더라도 수술만 잘하면 대부분 완치된다. 이밖에 피부에서 발생하는 원발암과 다른 장기의 암으로부터 전이되어 발생하는 전이암으로 구분할 수 있다.
몸에 이상한 점이 생기거나 원래 있던 점의 색깔이 달라지거나 커지는 경우, 피부 속으로 만져지는 혹이 있는 경우에 피부암을 의심해 봐야한다. 이유 없이 피부가 헐고 진물이 나도 병원 진료를 받는 게 좋다. 점이 비교적 크고(6㎜이상), 모양이 비대칭적이고(Asymmetry), 경계가 불규칙하며(Borderline irregularity), 색이 얼룩덜룩(Color variegation)하면 흑색종을 의심해야 한다(이른 바 ABCD법칙). 또 얼굴 또는 노출부위에 가려움증 없이 빨갛거나 갈색으로 진물이 나며 일반적 연고치료에 전혀 반응하지 않으면 비흑색종성 피부암이나 피부암 전구증을 의심해야 한다.
김원석 교수는 “레저활동 증가와 인구 고령화로 한국인도 피부암에 대한 위험이 커졌지만 이번 설문조사에서 나타난 것처럼 일부 피부암은 단순한 점으로 오인하기 쉬워 치료시기를 놓칠 수 있다”며 “점의 색과 크기가 변하고 상처가 자주 나면 반드시 전문 의료진을 찾아 피부암 여부를 확인하고 지속적으로 경과를 관찰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