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로고

Top
기사 메일전송
전체뉴스
광우병과 지식인의 책무
  • 정종호 헬스오 대표
  • 등록 2012-05-04 11:20:44
  • 수정 2021-06-24 18:35:31
기사수정
  • 신약개발에 임상시험 필요하듯 잠재적 위험성은 걸러내야 마땅

이명박 정부의 레임덕은 이미 2008년 5월의 광우병 파동(한국의 대 미국산 쇠고기 수입협상 논란)에서 예견됐다고 보는 정치학자와 시민들이 많다.이 대통령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군중들의 촛불시위 현장을 청와대 뒷산에서 보고 깊이 반성했다는 게 정확히 4년 전이다.이명박 정부는 광우병에서 시작해 광우병으로 끝났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광우병과는 악연이다.어쩌면 이 대통령은 너무도 넌덜머리가 난 나머지 퇴임 후 소고기를 전혀 먹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4년 전과 지금을 비교해보면 달라진 게 전혀 없다.현 정부를 두둔하는 우파적 전문가(지식인?)의 입장은 “미국산 쇠고기를 먹고 죽었다는 사람 봤느냐”,“광우병 고기를 먹은 후 몇년 후에 사람에게 인간광우병(변종 크로이츠펠트-야콥병)이 나타날지 잠복기도 모르는 상황이다”,“광우병 소고기가 인간광우병을 유발하는 직접적인 인과관계는 아직도 모른다”,“인간광우병 감염 추정자와 실제 인간광우병 의심증 환자가 불일치하는 것은 뭘로 설명할 것인가” 등등의 논리를 댄다.


반대로 미국산 소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좌파적 전문가나 시민단체는 “영국에서 광우병에 걸린 소를 먹지 않고 가공만하는 종사자에서도 크로이츠펠트-야콥병(변종이 아님)이 많이 생겼다”,“미국인은 좋은 소고기는 자기들이 소비하고 나쁜 쇠고기만 한국 등에 내다판다”,“(일부 실험실적 연구를 근거로) 공기를 통해서도 광우병이 전염될 수 있다”,“광우병은 척수,뇌,뼈 뿐만 아니라 혈액 근육 우유를 통해서도 광우병에 감염될 수 있다”고 말한다.우리가 먹는 소고기는 사실 해부학적으로 따지면 거의 대부분 근육에 해당하기 때문에 이 말은 미국산 소고기가 통째로 위험하다는 말이다.


필자가 안타까워 하는 것은 이 대목이다.왜 똑같은 지식을 놓고 해석하는 사람에 따라 이렇게 입장이 상반되냐는 것이다.우선 보수언론들은 2006년 이전까지만해도 광우병에 대해 ‘위험이 확증된 것은 아니지만 위험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는 논조를 견지했다.좌파적 전문가를 기사에 참여시키거나 기고자로 위촉한 적도 많았다.참여정부 시절인 2006년 10월말부터 뼛조각이 든 미국산 소고기를 반송 또는 폐기처분하는 조치가 잇따라 내려질 때도 보수언론은 비교적 중립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한데 어찌된 영문인지 2008년 2월말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이후 미국산 소고기는 안전하며 광우병 위험은 과대 포장됐다는 식의 기사와 논설이 주류를 이뤘다.당시 필자도 개인적인 신념과는 상관없이 미국산 소고기는 안전하다는데 방점을 둬 기사를 써야 했고 부끄럽지만 더 정밀한 취재를 하지 않았다.설령 100% 팩트에 가까운 내용을 안다해도 보도되지 않거나 축소될 게 뻔했기 때문이다.


다만 2007년 ‘미국산 뼛조각 소고기 혼입’을 둘러싼 한·미간 신경전과 갈등이 잠시 미봉된 이후에도 광우병에 늘 관심을 갖고 있었다. 특히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2007년 12월과 광우병 파동이 일어난 2008년 5월 사이에 국내 최고권위자라는 H대학의 K교수를 만나보려 이메일도 몇번 보내고 직접 만나려 애를 썼으나 성사되지 않았다.미리 정밀취재해놨다가 만약 광우병 파동이 커지면 가장 심층적인, 다른 기자들이 잘 몰랐던 분야를 부각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심산이었으나 끝내 취재에 성공하지 못했다.국내선 K교수가 광우병에 대해 가장 많이 알고 나머지 학자들의 실력이나 입장은 대등소이 별반 다를 게 없다고 필자는 판단한다.


이후 2010년쯤(기억이 흐릿함)인가 K교수를 H대학의 무슨 기념행사에서 만났는데 왜 2008년 당시에 취재에 응하지 않았느냐고 따졌더니 피식 웃을 뿐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K교수는 광우병 또는 인간광우병에 대한 어떤 객관적 설명을 하더라도 언론이 자기 구미에 맞게 기사를 쓸 것이고 그러다보면 뜻하게 정쟁에 휘말릴 것을 우려한다는 것을 그 자리에서 느낌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똑같은 사안을 놓고 각자 해석이 다른 지식인.우파 지식인은 ‘별 게 아닌데 위험을 침소봉대한다’ 하고, 좌파 지식인은 ‘별 것 아니면 너나 많이 쳐드세요’ 한다.어떤 지식인은 자신의 수많은 연구경험을 바탕으로 사회를 향해 한두가지 지침을 내놓을만 한데 입을 다문다.딴따라 지식인(기자를 포함한 다수의 지식을 비하하면 그렇다)은 심지가 없이 휘둘린다.필자는 영문으로 된 광우병 관련 자료를 볼 때마다 완벽한 번역이 안돼 너무 답답하다.그 속내를 1대1로 해석해주고 지도해줄 유능한 지식인을 만나지 못해 안타깝다.10대 경제강국이라지만 지식에서는 아직도 빈약한 국가임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가 더 높은 수준으로 올라가지 못하는 것은 전공 분야의 지식에 심층적이지도 않고, 철학과 자기중심도 없고, 진지하거나 노력하지도 않은 사이비 지식인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지식인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제2의 광우병 파동을 맞아 팩트에 도달하려 애쓰고 팩트와 국민의 이익 외에 어떤 사심도 가미하지 않으려는 절제가 필요하다.


신약을 개발하려 할 때 잠재적인 위험을 없애기 위해 수년간에 걸쳐 임상시험을 시행한다.동물을 대상으로 한 전(前)임상시험에서 아무리 약효가 좋게 나와도 길고 긴 사람 대상 임상시험을 거쳐야 신약이 햇빛을 볼 수 있다.이와 달리 사람이 먹는 식품은 의약품과 달리 처방전도 없이 구입할 수 있다.광우병이 사람에 미칠 위험이 잠재적이지도 않을 만큼 미미한가.이것이 바로 광우병 파동에 대해 말할 수 있는 대답이다.


요즘 경로당에 나오시는 많은 어르신들이 ‘내가 해봐서 아는데… (너는 해봤느냐)’라는 이명박 대통령의 말투를 갖고 개그를 즐기신다고 한다.청와대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의 ‘내가 해봐서 아는데…’가 대통령의 이미지에 득이 될 게 없다고 판단해 금지어로 정했다고 한다.국민과의 소통부재는 어느 권력에게나 풀어야 할 숙제지만 4년전과 지금이 다를 게 없는 것은 그 안에 진실부재,진정없음이 도사리고 있어서다.

0
회원로그인

댓글 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부광약품
동화약품
존슨앤드존슨
탁센
동아ST
한국다케다제약
사노피
동국제약
한국유나이티드제약
차병원
신풍제약주식회사
정관장몰
한국화이자
한국아스트라제네카
휴온스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