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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건강
당신이 영어를 못하는 진짜 이유
  • 정종호 기자
  • 등록 2012-04-28 00:38:47
  • 수정 2013-01-22 11:5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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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매달 수십만원 영어학원에 바쳐도 말하기 훈련 없으면 ‘도루묵’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0년 전체 사교육비(20조9000억원)의 33% 수준인 6조9720억원이 영어학습에 투입됐지만 과연 만족할만한 성과를 거둔 사람은 몇이나 될까.영어학원에 매달 수십만원을 지출하고 수개월씩 외국어연수도 떠나지만 끝내 원하는 목표에 도달하지 않는 영어 루저가 많은 게 우리 현실이다.미국교육평가원이 시행한 IBT(인터넷 기반 토플시험) 평가 결과 2009년 대한민국의 평균 영어순위는 71위,그러나 영어 말하기 순위는 121위로 아프리카 소말리아 해적보다 수준이 낮았다.
KBS 1TV ‘KBS스페셜’이 2011년 12월 18일 오후 8시 방송한 ‘당신이 영어를 못하는 진짜 이유’를 보고 많은 시청자들이 공감을 표했다.이 프로그램은 1인당 평균 영어 교육기간이 10년에 달하고,영어 사교육비 시장이 연간 7조원 규모에 이르지만 외국인 앞에서는 말 한마디조차 제대로 못하는 한국인의 현실을 과학적으로 짚었다.프로그램은 50여명의 참가자들을 모집해 국내외 영어 전문가들과 함께 실시한 3개월간의 영어 학습 프로젝트 결과를 공개했다.이들은 3개월 후 1단계 또는 2단계씩 영어수준이 향상되는 성과를 올렸다.


영어 습득 능력은 5단계로 발전
음소인지-소리와 문자 대응-유창성 획득-어휘력 늘리기-통합적 이해력 갖추기

외국어 습득은 크게 5단계로 이뤄진다.첫째는 소리값(음소)을 인지해야 한다.즉 d와 t,p와 f,r과 l,b와 v의 발음 차이를 구별할 줄 알아야 한다.미국 공교육시스템은 주로 히스패닉계,아프리카,아시아 출신 부모의 자녀를 대상으로 모국어로 영어를 듣지 못하는 환경에서 자라는 음소 인지 훈련을 시킨다.대표적인 프로그램이 ‘패스트포워드’(fast forward)로서 음소값을 제대로 인식하면 파란불이 들어오고 점수가 올라가지만 틀리면 부저가 울리는 게임형식으로 진행된다.이를 완벽히 마친 학생들은 영어학습에 재미를 붙여 성적이 향상되는 성과를 얻었다.사실 음소값 구분은 상당수 국내 중학교 영어교사도 만점받기가 썩 어려운 부분이다.
두번째 단계는 소리를 문자에 대응시켜야 한다.3단계는 뜻을 몰라도 대화가 가능해야 한다.이를 언어의 유창성이라 한다.4단계는 어휘력을 늘리는 것,5단계는 통합적 이해력을 갖추는 것이다.한국 일본 등 영어를 모국어로 하지 않는 아시아인들은 대체로 소리값 인지와 유창성 훈련이 안되기 때문에 만날 영어를 해도 회화실력이 크게 늘지 않는다.


만 5~6세에 언어기능 뇌 집중 발달

언어는 어떻게 습득될까.생후 6개월이 되면 아기는 소음과 언어를 구별할 줄 안다.8개월이 되면 옹알이와 손짓으로 의사소통하는 법을 배운다.생후 18개월까지는 부모의 칭찬에 반응하고 새로운 것을 배우려하며 부모와의 애착이 강해진다.만3~6세에는 전두엽이 발달해 종합적인 인지능력,창의적 사고능력,인간성 및 도덕성이 발달된다.만6~12세에는 입체인식 및 운동감각과 관련된 두정엽과 언어 및 청각과 관련된 측두엽이 발달한다.
대뇌 측두엽의 청각피질은 우표만한 크기로 청각조절능력을 관장하며 인접한 다른 측두엽은 인지기능과 기억기능을 조절한다.따라서 청각과 인지·기억기능은 밀접하며 측두엽이 손상되면 환각이나 기억장애가 나타난다.만5~6세 이후부터 언어기능의 뇌가 집중적으로 발달하므로 조금만 자극을 줘도 쉽게 언어를 습득한다.따라서 그 이전의 언어조기학습은 효율이 떨어지거나 지나친 청각자극으로 영유아를 피곤하게 할 수 있다.


뇌내 베르니케영역-브로카영역-보조운동영역까지 작동해야 영어 ‘말문’ 트여

사람 뇌의 좌반구,측두엽 위쪽 뒷부분에 위치한 베르니케 영역(Wernicke’s area)은 청각피질과 시각피질로부터 전달된 언어정보의 해석을 담당한다.고양이를 의미하는 캣(cat)의 발음을 듣거나 고양이의 이미지를 보고 캣을 이해한다.베르니케 영역으로 인지한 내용은 브로카 영역(Broca’s area)으로 이어진다.브로카영역은 대뇌 좌반구 전두엽에 위치하는데 통사적 구조의 이해와 작업기억 등을 담당한다.작업기억은 악기연주나 자전거타기처럼 배우기는 매우 어렵지만 한번 익히면 영구적으로 남는 기억을 말한다.‘이것은 고양이다’(This is a cat)라고 표현하려면 문장 구조를 이해하고 본능처럼 기억하는 브로카 영역이 관여해야 한다.
베르니케 영역이 망가지면 도저히 알아들을 수 없는 발음을 한다.이에 비해 브로카 영역이 훼손되면 단어의 의미를 이해하고 명사는 대부분 옳게 사용하지만 동사 접속사 등 문법적 단어사용 능력에 문제가 생긴다.발음이 어눌해지고 억양도 단조로운 특징을 보인다.
브로카영역까지 작동하면 대뇌 좌반구,중심 앞쪽에 위치한 운동피질의 보조운동영역(supplementary motor area)가 움직여야 한다.브로카 영역에서 보내온 신호로 안면근육을 움직이게 해 발성을 유도하는데 반복되면 발음이 유창해진다.이른바 말문이 트이는 것이다.


유아기까진 p와 f 발음 구별… 성인되면 무의식적 기억 나빠져 외국어 습득 곤란


5~6세 유아기에는 이런 언어 습득속도가 빠르다.그래서 모국어는 물론 외국어 습득도 용이해진다.천부적으로 유아는 d와 t,p와 f,r과 l,b와 v의 발음 차이를 구별하는 능력을 이 때까지도 보유한다고 한다. 그러나 모국어만 습득하게 되면 점차 모국어에 뇌가 적응돼 영어를 익힐 뇌는 퇴화하게 된다.
그렇다면 성인기 이후 외국어 습득이 어려운 게 당연한 것일까.하지만 끊임없는 훈련(practice)으로 외국어를 준수한 수준 이상으로 습득하는 게 가능하다.기억은 크게 서술기억(6하 원칙에 맞게 상황을 문장형태로 기억)과 작업기억(운동기억, 비서술기억, 절차기억과 거의 같은 의미)으로 나뉜다.
성인이 되면 단어와 문장규칙(어순)이 따로 따로 저장된다.모국어를 구사함에 있어 단어가 뇌의 해마와 편도체를 통해 머리에 기억되는 것은 무의식적 서술기억이다.문장규칙도 무의식적 절차기억으로 습득된다.그러나 성인이 돼 외국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려면 의식적인 서술기억(문장)을 무의식적 절차기억으로 체화(體化)하는 훈련이 필요하다.이를 위해서는 음소 구분 능력과 언어의 유창성을 획득하는 게 관건이다.이런 훈련은 컴퓨터의 램(RAM)저장 용량을 늘리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외국어 습득은 지식 아닌 훈련
뇌과학에 입각한 끊임없는 발음 및 읽기 훈련만이 해결책

KBS 프로그램에서는 성인도 4주간 열심히 외국어 발음·읽기훈련을 하면 대뇌피질 언어영역(측두엽 등)이 활성화돼 뇌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로 촬영하면 색상변화가 없었던 훈련 전에 비해 언어영역의 색상이 확연히 달라짐을 보여줬다.결국 외국어습득은 ‘지식’이 아니라 ‘훈련’이라는 결론이다.
핀란드의 경우 우리나라처럼 어휘 문법 독해 위주의 교육을 하다가 1980년대부터 실용 영어회화교육을 강조해 영어구사능력 세계3위 국가를 달성했고 이는 경제발전으로 이어지고 있다.특히 KBS프로그램에 등장한 핀란드 학생들은 상당수가 11살이 넘으면 영어로 된 외화를 자막없이도 귀로 들어 이해하고,길거리 노점상도 자기가 판매하는 음식의 레시피를 주절주절 영어로 막힘없이 설명하자 많은 시청자들이 놀라워했다.인구가 500만여명에 불과한 핀란드는 자국어로 된 영화나 드라마가 일년에 몇편 나오지 않는 상황인데 이런 조건과 영어회화 강조교육이 맞물려 훌륭한 영어구사능력을 갖추게 됐다.
이 프로그램은 몸이 기억할 때까지 반복해서 영어읽기훈련을 하면 쉽게 영어를 습득할수 있다고 강조했다.짧은 문장을 점차 늘려가는 것,단어를 바꿔 응용하는 것,자신과 관련된 일을 영어로 표현해 상상력과 감정을 자극하는 것 등이 영어실력을 높이는 지름길이라고 제시했다.나이들면 단어 하나 외우기도 쉽지 않다.외국어를 쉽게 배우려면 반복적인 훈련과 지극히 자극적인 기억(아주 유쾌하거나 불쾌한 감정)을 통해 단기기억을 장기기억으로 만드는 게 필수적이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은 정보력을 높이려고 자국 군인들이 불어와 독어를 빨리 습득토록 훈련시켰다.생사가 걸린 문제라 하루에 20시간씩 맹훈련한 결과 4주면 웬만한 불어와 독어를 듣고 해독할 수 있었다고 전한다.평창 동계올림픽을 유치하는데 혁혁한 공을 세운 나승연 유치위 대변인도 영어를 잘하는 비결로 소리내어 읽기를 꼽았다.

뇌과학에 입각해 듣기, 읽기(특히 낭독)을 강조한 영어교육 프로그램(패스트포워드, 리딩어씨스턴트 등)을 국내에 보급하고 있는 뉴로사이언스러닝의 최인태 대표는 “영어학원을 다니는 학생은 물론 별도로 영어학원을 다니지 않았지만 우리 프로그램에 담겨진 530여편의 스토리를  소리내어 반복해 읽은 학생이 자립형사립고에 입학했거나, 토익시험에서 고득점을 받은 사례는 부기지수”라고 소개했다.그는 “영어 교육비를 줄이고 학생들의 영어구사능력을 향상시키는데 최적의 훈련법이 바로 낭독훈련”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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