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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만과 모럴해저드 늪에 빠진 한국의 보험상품【5】
  • 안지용 기자
  • 등록 2012-04-26 11:05:55
  • 수정 2012-10-07 20:4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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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노인 등골 빼 먹는 노인보험

고령화사회로 성장하는 노인보험, 정작 노심(老心)은 외면

노인들은 병원 치료비, 장례비용 등 자신 때문에 자식들이 짊어질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어 주려 노인보험에 가입하지만 보험사들은 이런 노심(老心)조차 헤아려 줄 여유가 없다.보험사들은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는다’며 어느 노인이나 노인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고 ‘따발총’ 쏘듯 광고하기에 바쁘다.노인보험은 ‘실버보험’, ‘부모님보험’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며 일반보험 가입이 어려운 노인층을 대상으로 한 특화보험이다.노인보험은 보험대상자가 노인이라는 특성 탓에 약관이나 용어설명 등 정보제공 부족,이에 따른 불완전 마케팅 및 허위·과장 광고, 약정한 보험금 지급 약속 어김 등의 행태를 보이고 있다. 보험사의 손익계산이 소비자혜택보다 우선이니 오히려 노인들을 힘들게 하는 게 노인보험의 한 단면이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가입할 수 있다’는 노인보험
건강보장보험 아닌 장례비보장보험… 보장 범위 작고 보험료도 비싸

오 모씨(65)는 홈쇼핑 광고를 보고 인터넷에 들어가 A보험사 무심사 실버보험을 ‘20년 만기,보험보장금 1000만원’으로 설계해봤다.그러자 매월 납입할 보험료가 6만9200원으로 산출된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이럴 경우 20년간 총1660만원을 내는데 순수보장형 상품이다보니 보험기간(20년) 안에 사망하지 않으면 납입한 보험료만 없어지는 꼴이었다. 보험기간 이전에 사망했다해도 단돈 1000만원만 받는 상품이었다. 이 보험은 가입 후 2년 이내엔 재해로 사망했을 경우에만 보험금이 나오게 돼있어 오 씨는 과연 노후보장을 위한 노인보험이 맞는지 황당했다. 결국 그는 보험가입을 포기했다.
보통 노인보험(실버보험, 부모님보험) 하면 노인들 병원치료비, 입원비, 약값 등을 보장해주는 보험이라 생각하지만 실상은 전혀 딴판이다.흔히 케이블TV에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가입할 수 있다’고 광고되는 무진단ㆍ무심사 노인보험은 장례비용을 사전에 적립하는 장례보험의 성격만 갖고 있다. 노인의 병원비나 입원비 등을 보장받으려는 목적으로 이런 보험에 가입한다면 다시 한번 보장 내용을 따져봐야 한다.
노인보험은 가입자가 일반사망 또는 재해사망에 해당할 때 보험금이 지급된다. 일반사망은 가입후 2년이 지나 사망했을 때 보장 보험금이 지급된다. 2년이 지나지 않았는데 사망하면 그때까지 납입한 보험료만 돌려받는다. 재해사망은 사망 즉시 보장한 보험금이 지급된다.
L생명보험 무진단ㆍ무심사 노인보험의 경우 보험에 가입할 때 질병 여부에 대한 고지 및 심사 없이 가입할 수 있지만 평균 보험료 납입금이 자사 일반 보험에 비해 월등히 비싸다. 이 보험사 관계자는 “보험 상품이 무진단ㆍ무심사이고 노인들 대상으로 판매하는 상품이라 적잖은 리스크를 안고 가야 한다”며 “보험료가 비쌀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보장금액이 일반사망 1000만원, 재해사망 2000만원 등 보험료에 비해 보장 범위가 너무 작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런 보험 상품들은 보통 7년, 10년, 15년 등의 만기시점이 있다. 만기가 지나면 1년 또는 5년마다 자동 갱신되는 상품이다. 갱신 시점 및 보험사 판단에 따라 해마다 보험료가 오를 여지가 크다.  갱신을 원하지 않으면 보험은 해지되기 마련이다. 해마다 보험료가 인상된다면 정작 사망했을 때 나오는 1000만원 또는 2000만원의 보험금이 이미 납입한 보험료에 비해 크다고 느끼기 어려울 것이다.

따발총 쏘듯 노인보험 파는 텔레마케팅 … 노인들 이해는 못하고 대답만 ‘응응’

보험사들은 대부분 따발총식 광고를 케이블 TV에 내보내거나 홈쇼핑 보험판매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형태로 보험상품을 판매한다.노인 고객이 TV를 보고 전화를 걸면 콜센터 직원들이 응대하는 텔레마케팅(TM: Tele Marketing)방식이다. 노인 고객은 보험설계사와 직접 만나 보험상품에 대한 설명을 듣고 약관 내용을 확인한 후 가입하는 게 아니라 전화로 상품 설명을 듣고 일단 보험에 가입한 뒤 약관 및 증서를 나중에 받는 방식으로 노인보험에 들고 있다.이렇다보니 노인들에게 불리한 계약이 성행하고 있다.
전화로 얘기하는 텔레마케터(전화상담사) 목소리는 젊은 사람이 들어도 무슨 얘기인지 알아듣기 힘들 정도로 빠르다. 노인들은 그렇지 않아도 나이가 들어 귀가 잘 들리지 않는데 텔레마케터가 ‘자진모리’의 빠르기로 보험가입 설명을 장황하게 늘어놓는 것을 들어보면 보험내용을 이해하기는 커녕 지금 들리는 소리가 우리말인지도 헷갈릴 정도다.노인들의 이해도가 떨어지는 건 당연하다. 다시 얘기해 달라고 해도 같은 말을 연거푸 되풀이 할 뿐이다.
이렇게 구렁이 담 넘어가듯 노인들을 노인보험에 가입시키고 나중에 보험금 지급을 청구하면 보험사는 이런 저런 이유를 들어 보험금 지급을 거부한다. 최고 보상한도만을 광고나 증권안내장 등을 통해 광고하지만 실제로 약관상 보험금을 지급할 때 제한되는 내용이 많다는 말은 어느 누구도 하지 않는다. ‘55∼70세까지 누구나 전화 한 통화만으로 가입 가능’‘나이 불문,병력 불문,직업 불문’‘골절 치매 화상 장기손상 등 모두 보장’‘80세까지 묻지도 않고 가입가능’ 등의 문구로 선전하나 만기 후 보험료의 매년 인상 가능성이나 해지할 경우 손해를 보는 등의 내용은 알려주지 않는다.
김창호 한국소비자원 보험금융팀 박사는 “보험사는 노인보험에 가입할 때 가입자에게 상세하게 설명했다고 하지만 녹취 내용을 들어보면 그 내용은 설명이라 할 수 없고 차라리 글을 읽는다는 표현이 적절하다”고 비판했다.그는  “보험법상 상품설명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면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있지만 이런 경우 보험금은 지급되지 않고 납입한 보험료 원금만 돌려받을 수 있다”며 “보험금을 지급받지 못하는 것도 손해고, 그동안 납입한 보험료에 이자 한 푼 받지 못하는 것도 손해”라고 말했다.1대1 대면면접으로 보험계약을 하지 않고 보험사의 시간 및 공간적 한계를 이유로 노인들이 이해할 수 없는 형태로 보험을 판매하는 방식은 시급히 고쳐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주계약 아닌 특약으로 보장되는 부분 많아 광고에서 제시한 보험료보다 턱없이 높아

보험에 가입할 때 가장 신경 쓰이는 부분은 매월 납입해야 하는 보험료다.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고 보장보험금이 같으면 1원이라도 보험료를 싸게 납입하고 싶은 게 사람 심리다. 노인보험 광고에서 매월 납입해야 하는 보험료는 보험사마다 다르지만 60세 남자 기준 1만원~1만5000원 사이다. 저렴한 가격에 사망, 질병, 상해, 입원 등 많은 부분을 보장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 괜찮은 보험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여기에 속으면 안된다. 1만원~1만5000원은 어디까지나 주보험 계약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노인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보험 보장 내용은 거의 특약 부분에 있다. 주보험만 가입하면 외래 병원비나 입원비 등은 보험금 보장을 받지 못해 특약을 하나 둘씩 추가하다보면 보험금은 광고에서 봤던 납입보험료보다 최소 2~3배, 많게는 7~8배까지 껑충 뛰게 돼 있다. 한마디로 ‘특약 폭탄’이다. 주계약 보험에 특약까지 추가한 매월 납입 보험료는 통상 4만~6만원이 된다. 납입 보험료가 너무 비싸 노인보험 가입을 고민하다 결국 포기하는 노인들이 부지기수다. 보험사들이 저렴한 납입 보험료를 미끼로 노인들을 현혹하고 있다.

약관 개선해야 … 노인들에겐 양 많고 내용 어려워

A손해보험사의 실버보험에 가입한 손 모씨(67)는 작업도중 추락해 척추골절 진단을 받았다. 손 씨는 실버보험에 가입하면 골절사고 최고 1500만원, 골절수술비 1000만원이 나온다고 해서 받을 보험금으로 치료비를 내려 했으나 보험사는 약관 세부내용을 들며 수술비는 줄 수 없다며 거절했다. 골절사고에 대한 보험금도 1500만원의 12%인 180만원만 지급했다. 보험사는 약관을 들며 ‘직접적인 뼈 접합수술을 받은 게 아니어서 수술비는 받을 수 없었고 진단비는 상해정도에 따라 지급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망에 이를 정도의 다발성 골절에 이르러야 1500만원의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 게 실버보험의 현실이다. 손 씨는 “40페이지가 넘는 약관을 받았는데 글씨도 작고 이해하기도 어려웠다”며  “도대체 관리감독기관은 뭐하는 곳인지 의문스럽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스마트폰, 컴퓨터, 아이패드 등 복잡한 기계를 잘 다루는 젊은이들조차도 보험은 잘 모른다. 특히 보험약관을 보면 ‘이보다 더 난해한 책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용어와 내용이 어렵다. 글자도 작아 5분만 들여다봐도 눈이 아프다. 노인들은 더 말할 것도 없다. 돋보기를 대고 약관을 봐도 읽기 어려운 말들이 가득 쓰여 있어 고령화사회를 대비한 노인들에 대한 배려가 무색하다.설명을 제대로 알아듣기도 힘들고 약관 읽는 것마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보험사들은 노인들을 위해 어려운 용어를 쉬운 단어로 바꾸고,약관 글씨도 굵고 크게 만들어야 한다.이런 배려가 없다면 노인보험의 주고객층을 영영 잃게 될지도 모른다.

치매 완전 보장?
기질성 치매, 90일 경과 후 확진, 인지기능검사 3점 이상 등 3가지 요건 충족돼야 보장

입원ㆍ수술비를 보장하고 재해ㆍ골절은 기본, 치매까지 보장한다는 D생명보험사의 실버보험에 가입한 권 모씨(65)는 사고로 장애 2급 진단을 받고 뇌병변 진단으로 외상성 치매 진단을 받았다. 그러나 보험사는 ‘기질성 치매’가 아니어서 보험금 지급이 안된다며 보험지급을 거절했다. 기질성 치매가 무슨 뜻인지 약관에서도 쉽게 찾을 수 없었던 권 모씨 가족은 치매간병비와 보장보험금은 결국 보상받지 못했다.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는 노인보험 중 치매를 보장해주는 특화상품을 최근 잇따라 내놓고 있다. 생명보험사는 인간 생명과 관련된 보험을 취급하는 특성상 치매를 주계약 담보로 한 보험상품이 있다. 반면 손해보험사는 물질에 대한 보상을 위주로 하는 보험이라 치매 보장을 선택특약으로 분류해 보험상품을 판매한다.
생명·손해보험사의 치매보험은 보장 형태가 조금 다르지만 병원에서 치매 진단을 받아도 보험금을 지급받기 어렵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유는 이들 보험사의 약관에 나와 있는 ‘중증’이란 단어 때문이다. 치매보험 약관에 따르면 치매 진단을 받고 보험금을 지급받으려면 ‘중증’치매여야 한다고 적혀 있다. 기질성 치매이면서, 최초진단일로부터 90~180일이 지난 뒤 치매로 확진돼야 하며, 치매환자의 인지기능을 확인하는 임상적치매척도(CDR: Clinical Dementia Rating scale)검사결과 3점 이상이어야 한다는 의미다.
기질적 치매란 알츠하이머병으로 인해 뇌에 노인반이 형성되거나,뇌동맥경화증·뇌진행성마비·뇌염·간질·무도병·만성알코올중독 등에 의해 유발되는 치매를 말한다.확실한 원인을 규명하지 못한다면 기질적 치매라고 판정받기 어렵다.이동영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치매로 장기간 입원한 환자 중에도 치매척도 3점 이상 환자는 20% 정도뿐”이라며 “최초 진단시 인지기능검사 3점을 받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치매 진단을 받은 환자들이 보험금을 지급받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인지기능검사 때문이다. ‘인지기능검사 3점’ 짜리 치매는 혼자서 걷지 못하고, 음식을 먹지 못하거나, 배설 후 뒤처리를 할 수 없으며, 목욕을 하지 못하고, 옷을 입고 벗는 일을 할 수 없는 상태를 말한다. 더 쉽게 말해 환자가 느릴 망정 스스로 몸을 움직일 정도의 치매라면 보험금이 지급되지 않는다. 결국 ‘치매척도 3점 약관’은 의학적으로 ‘사기’나 마찬가지라는 얘기다.
치매에 대비한 노인보험은 진단서 없이 가입할 수 있어 인기를 끌었지만 치매에 걸려도 보험금을 지급받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보다 더 힘들다. 중증치매 확정을 받았더라도 알츠하이머처럼 질병에 의한 치매, 즉 ‘기질성 치매’만 보험금 지급을 보장받을 수 있다. 사고에 의한 ‘외상성 치매’는 보험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다. 기질성 치매의 개념을 잘 모르는 노인들이 치매를 보장해준다는 말만 믿고 가입하면 낭패보기 십상이다. 최초 진단 후에 보험금이 나오는 암보험과 달리 노인보험은 최초 진단 후에 즉시 보험금이 나오는 게 아니다. 보험사마다 기준이 달라 진단을 받고도 90~180일이 지나 치매 확진 판단을 받아야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
정리하자면 치매보험에 가입해서 보험금을 지급받기 위해선 뚜렷한 질병에 의해 치매에 걸리고, 초기 치매 진단후 90~180일이 지난 뒤 다시 치매 판정이 확정돼야 하며, 그 땐 사지를 움직이지 못해야 보험금을 받는다. 이런 조건을 맞춰 치매에 걸리기도 힘들 것이다. 하지만 보험설계사나 광고에선 이런 내용에 대해 일언반구도 없다. 치매 중에서도 ‘중증’이어야 한다는 말은 숨긴채 치매에 걸리면 당장 보상 받을 수 있다고만 얘기한다. 그야말로 미필적 고의를 내세운 허위광고다.
김창호 박사는  “치매보험의 보장내용을 확대하고 허위ㆍ과장광고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반드시 제정해야 한다”며 “보험사는 치매를 보장해준다며 보험상품을 만들고도 말도 안되는 약관으로 보험금 보장을 회피하고 있다”고 꼬집었다.금융당국은 보험사만 이익을 챙기는 구조의 현 치매보험 약관을 소비자를 위한 방향으로 수정해야 한다.

큰 병력 없으면 의료실손보험 유리, 가입전 병력 고지의무 준수해야 

질병치료를 위해 노인보험에 들려고 마음먹었다면 최대한 보장 범위가 넓은 상품을 선택하는 게 좋다. 가족력이 있다면 주계약이나 특약을 통해 해당 질병을 보장하는지 확인하도록 한다.50대이거나 큰 병력이 없다면 노인보험보다는 의료실손보험에 가입하는 것이 좋다. 노인보험은 보장 범위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많은 종류의 의료비를 실비로 보상 받을 수 있는 의료실손보험이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노인보험은 50대 이후에만 가입할 수 있는 반면 의료실손보험은 태아부터 60세까지 폭넓게 가입할 수 있다.상품에 따라 나이나 병력 등에 따라 제한될 수 있어 알아보도록 한다.
노인보험은 자녀들이 부모님을 위해 은밀히 또는 부모와 사전에 상의하지 않고 가입하는 경우가 많아 미처 확인 못한 부모님 병력을 보험사에 고지할 의무를 위반할 가능성이 다른 보험상품이 비해 상당히 많은 편이다. 자식은 부모님 병력을 충분히 파악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부모님이 숨기는 경우도 있어 주의할 필요가 있다. 노인보험은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보험상품이어서 보험료가 비싸다. 보험료가 부담된다면 만기환급형 상품보다는 순수보장형 상품을 선택해 보험료를 낮출 수 있다. 만기환급형이나 순수보장형이나 질병치료에 대한 보장내용에는 큰 차이가 없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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