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 고부간의 갈등이나 경제적 곤란함이 부부갈등의 주된 요소였다면 최근에는 애정지수나 성생활이 결혼생활을 유지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처럼 부부관계의 장애요소가 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조루증이다. 남성 성기능 장애중 가장 흔하고 심각한 질환 중 하나인 조루증은 ‘사정을 수의적으로 조절할 수 없거나 성교에 만족을 얻을 수 없을 정도로 질내 삽입 즉시 또는 최소의 자극으로 극치감에 도달한 경우’를 뜻한다. 성 의학에서는 보통 질 내 삽입 후 2~3분 이내에 사정하는 경우를 기준으로 삼기도 한다.
조루증은 심리적 조루와 기질적 조루로 나뉜다.심리적 조루는 △개인의 과거 성 경험에서 비롯된 조급증 △부부간 성 기대치가 균형을 이루지 못해 생기는 자괴감 △강한 남자 콤플렉스로 인한 지나친 과대망상 등이 원인이다.기질적 조루는 음경 요도 전립선 정낭 요도괄약근 방광 방광삼각부에 병이 있거나 내분비장애로 생식선 기능이 지나치게 활성화돼 지각신경이 과민해져 발생하한다.심리적 조루에는 상담치료나 인지행동요법,기질적 조루에는 음경배부신경절제술 같은 외과적 수술이 많이 쓰인다.
그러나 상담치료나 인지행동요법은 효과의 편차가 크고 장기적인 효과가 불분명하며 실천하기가 번거롭고 어렵다.수술적 치료법은 배부신경 일부를 절제해 귀두의 감각을 무뎌지게 하는 것인데 음경진동자극을 통해 수술에 적합한 대상인지 가려내야 한다.조루증에 많은 치료법이 있지만 이번 칼럼에서는 약물치료에 국한해 설명코자 한다.
바르는 국소도포제
조루증의 약물치료 중에 가장 오래된 형태다.귀두나 음경에 연고를 발라 음경의 감각을 둔화시켜 사정을 지연하는 방법이다. 대부분은 국소마취제를 이용한 제제이다.
이 제제로 국내를 선도했고 가장 유명했던 약이 있는데 지금은 절판된 ‘SS크림’이라는 약이 있다.1999년에 태평양제약과 최형기 당시 연세대 영동세브란스병원 비뇨기과 교수팀이 합작해 만든 SS크림은 인삼 당귀 육종용 사상자 산초 계피 세신 정향 섬수(섬소) 등의 9가지 생약재에서 추출한 바르는 조루증약이다.특히 섬수(두꺼비 피부에서 나오는 독)는 강심 진통 부종완화 국소마취 등의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으며 진통·마취 성분인 부포톡신이 발견됐다.비록 성관계 1시간전에 발라야 하는 불편함이 있지만 1.5분의 사정시간을 10분 이상 늘리는 결과를 보였다.하지만 생약냄새가 여성 파트너에게 불쾌감 내지 약을 발랐다는 느낌을 전하면서 롱런하지는 못했다.
지금은 약국에서 처방없이 구입할 수 있는 국소도포제로 JW중외신약의 ‘BM겔’이 있다.이것도 국소마취제인 리도카인 성분인데, 쉽게 말해 연고로 음경을 마취시키는 방법이다. 처방받아 쓸 수 있는 국소도포제로는 리도카인과 프릴로카인이 절반씩 혼합된 한국아스트라제네카의 ‘EMLA 5% 크림’이 있다.
이처럼 귀두에만 바르는 제제는 부작용이 거의 없는 게 장점이다.그러나 귀두가 좀 끈적대고, 즉흥적으로 성관계시 이용할 수 없으며, 너무 과용하면 아예 한동안 감각이 없어져서 일시적으로 사정불능이 될 수 있는 게 단점이다.약을 닦지 않고 성관계를 가지면 파트너도 같이 마취돼 성감이 없어지는 단점 때문에 콘돔을 착용해야 할 수도 있다.다만 기계적인 사정지연 효과는 먹는 우울증 치료제보다 우수한 편이다.
먹는 항우울제
정신과에서 항우울제로 쓰이는 약물 중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SRI)’ 계열은 사정에 이른 시간을 늘려주는 세로토닌을 신경계에서 증가시켜 주기 때문에 조루치료에도 현재까지 많이 이용되고 있다.아직 조루치료용으로 공식적인 허가를 받지 않았지만 이전부터 많이 써왔다. 조루치료에 가장 많은 연구결과가 나온 약들이고 가격이 상대적으로 싸기 때문에 공식적인 경구용 조루치료제가 나와도 지금까지 계속 이용되고 있다.
복용방법은 지속적으로 하루 한알씩 복용하는 방법과 성관계를 가질 때마다 약 4~6시간전에 복용하는 방법이 있는데 많이 쓰이는 약물은 한국화이자의 ‘졸로푸트’와 한미약품의 ‘셀트라’(이상 성분명 서트랄린)이다. 이와 함께 플루옥세틴,파록세틴 같은 SSRI계열 항우울제가 처방된다.
삼환계 항우울제인 아미트립틸린(환인제약 에나폰정,동화약품 에트라빌정),이미프라민(환인제약 이미프라민정),퀴누프라민(환인제약 키누프릴정),클로미프라민(환인제약 클로미프라민캡슐) 등과 비선택적 세로토닌재흡수차단제인 트라조돈(국제약품 트리티코정) 등이 있다.이들 전문의약품은 반드시 의사에게 처방받아서 복용해야 한다.
이들 항우울제는 매일 복용하는 방법이 더 효과적이지만 부작용이 있기 때문에 필요시에만 복용하는 경우도 많다.그러나 이들 약은 대체로 단기간 사용하면 효과가 없다.최소 2∼3주간 장기 투여해야 비로소 시냅스에 작용하는 세로토닌의 양이 늘어 조루를 개선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었다. 부작용으로는 구역질이나 어지러움, 목마름, 불면증 및 성욕감퇴, 다리풀림 같은 근무력증 등을 호소할 수 있다.이들 약을 2주간 사용하면 70%이상의 환자에서 오르가슴저하,근육무기력증 등의 부작용을 초래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세계 최초의 조루증 전문치료제 ‘프릴리지’
한국얀센의 ‘프릴리지’(성분명 다폭세틴)는 2009년 국내 최초로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조루치료제로 공식 허가받은 약이다.SSRI계열의 항우울제처럼 세로토닌을 증가시키는 기전이다.차이점은 항우울제는 작용시간이 매우 긴데 반해 프릴리지는 복용 1~2시간안에 최대작용으로 조루치료를 한다는 점이다.
제제는 30mg, 60mg 두 종류가 나와 있다. 반드시 의사의 처방을 받아 성관계 하기 약 1~3시간전에 복용해야 하며, 보통 7시간까지 효과가 지속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치료결과는 1분 이내 사정을 하는 남성을 약 3~4배정도로 시간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부작용으로는 메스꺼움, 두통, 나른함 등이 있을 수 있다.
프릴리지는 반감기가 2∼4시간에 불과하고 세로토닌 재흡수 펌프를 단시간 억제했다 해제하는 능력이 뛰어나다.이는 성행위 1∼3시간 전에 복용하면 사정을 지연시킬 수 있을 만큼의 세로토닌이 시냅스에 집중된다는 얘기다.임상시험 결과 가짜약을 복용한 사람은 IELT(Intravaginal Ejaculation Latency Time: 질내 삽입 후 사정까지의 시간)가 치료전 0.9분에서 치료 12주후 1.9분으로 늘어나는데 그친 반면 프릴리지 30㎎복용군은 3.1분으로,60㎎복용군은 3.6분으로 각각 연장되는 효과를 나타냈다.
단 부작용도 있다.부교감신경계인 혈관미주신경을 촉진시키므로 혈관이 확장되고 맥박과 혈압이 떨어지는 효과를 나타낸다.건강한 사람은 이 정도의 변화에 큰 문제가 없지만 탈수상태인 사람과 지나치게 감정자극과 공포감에 예민한 사람은 실신에 빠질 수 있다.전세계 임상시험 결과 0.25%(5929명 중 15명)에서 실신(의식상실)의 부작용이 나타났다.따라서 복용 전 수분을 충분히 보충하고 성교 후 갑자기 일어나는 것을 피하며 어지럼증을 느끼면 자리에 눕되 운전이나 기계조작은 금해야 한다.
경구용 발기부전치료제
노인의 경우 발기부전과 조루증세가 동반한다면 1차적으로 경구용 발기부전치료제인 비아그라,시알리스,레비트라,자이데나,엠빅스,제피드 등을 써서 효과를 볼 수 있다.경구용 발기부전 치료제 투여 후에도 조루증세가 계속 된다면 다른 조루치료제를 같이 써볼 수 있다.
마약성 진통제 ‘트라마돌’
국내서 진통제로 쓰이는 트라마돌(유한양행 트리돌캡슐)은 중추신경계의 마약에 반응하는 수용체에 작용하는 기전을 갖고 있다.또 사정 때까지의 시간을 늘려주는 세로토닌을 증가하는 효과로 최근 유럽에서 조루치료제로 많이 쓰이고 있다.국내서는 대부분 쓰이지 않으나 일부 항우울제와 마찬가지로 공식 조루증치료제는 아니지만 한번쯤 시도해볼수 있는 약물이다.이 제제도 반드시 의사의 처방을 받아야 하며 성관계 1~2시간 전에 복용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