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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없이도 먹는 구강붕해정 … 편의성 높이고 약가 올리고
  • 정종호 기자
  • 등록 2012-04-14 17:36:47
  • 수정 2019-11-27 20:2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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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기부전·피임·치매·우울증·정신분열증·소아질환에 구강붕해정을 쓰는 이유

제약업계에 물 없이 입에 넣고 그냥 빨아 녹여먹는 구강붕해정(ODT),구강용해필름(ODF) 제형의 약물이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이들 제품은 언제 어디서나 먹을 수 있고, 노인이나 중증환자처럼 약을 삼키는 게 곤란한 사람에게 유용하다.복용 편의성을 높인다는 게 이들 제형의 약들이 쏟아져나오는 명분이지만 약의 속사정까지 알면 더 재미있다.

여성 파트너에게 티 안나게 ‘남성’을 과시하고 싶을 때엔…

바이엘헬스케어가 지난해 7월 내놓은 발기부전치료제 ‘레비트라구강붕해정’(성분명 바데나필)와 같은 해 12월 SK케미칼이 발기부전치료제 ‘엠빅스에스’(성분명 미로데나필)는 각각 물없이도 먹을 수 있는 구강붕해정과 구강붕해필름으로 출시됐다. 언제 어디서나 간편하게 복용함으로써 환자의 복약순응도(compliance)를 높이기 위한 게 겉으로 드러난 목적이지만 속내가 있다.

발기부전 환자들은 여성 파트너와 성관계를 맺을 때 약을 복용한 사실을 눈치채지 못하게 하기 위해 노력한다.복용 사실이 발각나면 창피함(?)으로 인해 발기유발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있다.이 때 입게 되는 자존심의 상처는 회복하기 어렵다. 설사 들키지 않더라도 복용 사실을 감추려 신경쓰는 과정에서 남성들은 심리적 위축감을 느끼고 발기 정도가 약해질 수 있다.레비트라와 엠빅스에스는 이처럼 발기부전 치료제를 복용할 때 느끼는 심리적 불안을 덜어주는 게 태어난 큰 이유다.

레비트라구강붕해정은 10㎎짜리 단일 용량으로 민트(박하)맛이 나고 약효와 안전성 등은 기존 필름코팅정과 거의 동일하다.하루 최대 권장용량은 1회 1정으로 성관계 60분 전에 입안에 넣어 녹여먹으면 된다.그동안의 임상시험 결과 레비트라는 발기지속시간을 12.81분으로 늘려 가짜약 복용군(5.45분)보다 2.4배 긴 것으로 나타났다.발기강직도는 경쟁약물과 동등하거나 더 우수하며 성인병으로 발기부전이 초래 또는 악화된 환자에게 투여할 경우 더 나은 효과가 나타나는 강점을 가진 약물로 평가받고 있다.

SK케미칼의 ‘엠빅스에스구강붕해필름’(미로데나필)은 세계 최초로 발매된 ODF 제형 발기부전 치료신약이다. 기존 ‘엠빅스정’의 제형을 혁신적으로 개선, 지갑 속에 들어갈 만큼 얇고 가볍게 만들어져 휴대와 복용의 편의성을 극대화시켰다는 평가다. ODF는 수용성 부형제를 사용한 신제형으로 물 없이도 복용 가능하다. SK케미칼의 제제 기술로 약물의 생체흡수율 정도를 나타내는 혈중약물농도곡선하면적(AUC: Area Under the plasma level-time Curve)을 기존 정제보다 16.7% 개선시켰다. 가격 면에서도 엠빅스에스는 1매당 5000원의 저렴한 약가를 책정해 화이자의 ‘비아그라정’(실데나필), 동아에스티의 ‘자이데나정’(유데나필), ‘레비트라정’ 등(이상 하루 고용량 기준) 한 정당 1만1000~1만4000원하는 경쟁 제품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다. 

한국화이자의 대표적 발기부전치료제인 ‘비아그라정’도 구강용해필름으로 생산되고 있다.씨티씨바이오가 실데나필 성분의 ‘플리즈 구강용해필름’을 수출용으로만 만들어내고 있으며 국내서는 유통되지 않는다.

신속한 약효 발현과 프라이버시, 노인·유소아 복약순응도 향상에 기여하는 SK케미칼의 ‘몬테프리 ODF’(윗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글락소스미스클라인의 ‘조프란자이디스’, SK케미칼의 ‘엠빅스에스 ODF’, 바이엘헬스케어의 ‘레비트라 구강붕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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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이 무너지듯 순식간에 녹아 약효를 내는 구강붕해정

구강붕해정(ODT:Oro Dispersible Tablet,Oral Disintergrating Tablet,Mouth dissolving tablet,Dissolve-on-the-toungue Tablet)은 속붕정 또는 확산정이라고도 한다. 구강붕해정은 알약을 털어넣고 물을 마셔야 기존 정제의 형태를 바꿔 물 없이도 입안에서 수초 안에 녹아버리는 제형이다.ODT는 혀 위에서 신속히 녹아 물 없이도 삼킬 수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ODT의 붕해시간을 ‘몇 초 만에(a matter of seconds)’ 녹아야 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영국약전(BP)은 3분 이내를 기준으로 한다. 일반적으로 약이 구강내 타액에 닿으면 10~60초안(통상 40초)에 녹아 액화된다. 액화된 약리물질은 위로 넘어가 위장관 점막을 통해 흡수된다. 혀 위에서 직접 녹아 맛이 바로 느껴지기 때문에 당류(자일리톨·만니톨 등) 및 수용성 고분자를 고함량으로 포함해 특유의 쓴맛을 느끼지 못하도록 제조된다. 원하는 맛으로 붕해정을 생산할 수 있다.

구강붕해정은 빠른 붕해를 위해 비교적 낮은 압력으로 압축하지만 일정 이상의 경도와 압축성을 가지고 있다. 다른 정제에 비해 무른 편이라 약을 세게 쥐거나 손톱으로 누르면 바스러질 수 있어 조심스레 개봉해야 한다.습기를 강하게 빨아들여 쉽게 녹으므로 건조하고 시원한 곳에 보관하는 게 좋다. 물성이 좋아 ODT 함량의 50%안팎을 활성성분으로 채울 수 있는데다가 이를 빠르게 방출해 약효발현속도도 높일 수 있다.

질병 성격 따라 다양하게 애용되는 구강붕해정

구강붕해정은 각 질병의 성격에 맞게 제조돼 환자들의 불편함을 없애고 복약순응도를 높인다. 노인이나 어린이 등 약을 삼키기 어려운 환자, 수분섭취에 제한을 받는 환자, 약 복용을 꺼려하는 정신질환자 등에 유용하게 쓰인다.다만 복잡한 제조공정으로 제조원가가 올라가는 게 단점이다.

구강붕해정 중에는 정신질환치료제가 많다.대표적인 제품으로 정신분열증치료제인 한국릴리의 ‘자이프렉사자이디스확산정’, 한국얀센의 ‘리스페달퀵릿정’ 등과 항우울제인 한국오가논의 ‘레메론솔탭정’과 한독테바의 ‘테바미르타자핀오디티정’이 있다.

치매치료제로는 도네페질 성분의 ‘아리셉트에비스정’을 비롯해 SK케미칼의 ‘엘다임오디정’, 보령제약 ‘도멘탁속붕정’, 명인제약 ‘실버셉트오디정’, 종근당 ‘뉴로페질오디정’, CJ제일제당 ‘에이페질에프디정’, 신풍제약 ‘바로페질오디정’ 등이 있다.

정신분열증 환자는 △종종 연하장애(식도협착·종양 등으로 소화관에 병변이 생기거나 이물질에 막히거나 또는 무의식 상태에 빠져 근육이 잘 조절되지 않아 삼킬 때 통증을 느끼는 증상)를 호소하고 △자신의 정신질환을 인정하지 않아 약물복용을 꺼리고 몰래 뱉거나 △급작스럽게 정신발작이 일어날 경우가 많아 구강붕해정이 유용하다. 우울증이나 치매 환자는 노인 환자의 비중이 높고 다른 질환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은데다 정신상태가 온전하지 않기 때문에 구강붕해정이 투여에 편리하다. 노인들은 연하장애로 약을 삼키기 어려운 경우가 상당히 많다.

복용편의성이 개선된 구강붕해정이 일반 정제보다 보험약가가 싸다니…

아리셉트 에비스는 물없이 먹을 수 있도록 복약의 편의성을 높였을 뿐만 아니라 ‘카르기난’이라는 물질을 이용해 도네페질염산염 특유의 쓴 맛을 없앴다. 치매약 중 구강붕해정이 많은 이유는 보험약가 책정과도 직접 관련이 있다. 2008년 치매약의 대명사인 아리셉트의 도네페질 성분에 대한 물질특허가 풀리자 2009년 1월 SK케미칼이 제형을 개선한 개량신약인 ‘엘다임 OD정’을 내놓아 선수를 쳤다. SK케미칼은 오리지널약인 아리셉트나 퍼스트제네릭인 한미약품의 ‘도네질정’보다 더 싼 가격으로 보험약가를 받아 시장점유율 확대를 노렸다. 이후 보령제약,명인제약,종근당 등이 잇따라 구강붕해정 복제약을 내놓고 시장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2012년 4월 현재 오리지널 브랜드를 갖고 있는 ‘아리셉트정’ 및 아리셉트 에비스가 여전히 도네페질 성분 치매치료제 시장의 45%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희한한 것은 아리셉트정은 10㎎짜리가 2460원,5㎎짜리가 2060원인데 반해 복용편의성이 개선된 아리셉트 에비스는 10㎎이 1545원, 5㎎이 1235원으로 더 싸다는 점이다. 그런데 처방 비중은 아리셉트정 대 아리셉트에비스이 65대 35대로 약값이 비싼 아리셉트정이 더 많이 처방되고 있다. 건강보험 재정 절감과 소비자 보호를 위해 아리셉트정의 함량별 약값을 아리셉트에비스 수준으로 동등하게 내리든지, 더 낮게 책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 또 아리셉트정 국내 복제의약품의 전반적인 보험약가 수준이 전반적으로 아리셉트 에비스보다 높은 것도 시정해 대폭 내릴 필요가 있다. 의사들도 소비자부담과 건강보험재정을 고려하지 않고 관행으로 또는 리베이트를 받기 위해 아리셉트정이나 상대적으로 고가인 국내 제네릭을 처방하고 있다면 관행을 고쳐나가야 한다.

모 제약회사 관계자는 “제약회사는 환자의 복약 편의성을 제고하는 측면도 있지만 제네릭을 출시하면서 보험약가를 더 높게 받기 위해 구강붕해정이나 구강붕해필름 제형을 개발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구강용해필름,지갑에 넣고 다니니 휴대 편리하고 프라이버시 보호에도 그만

구강용해필름(ODF: Oral Disintegrating  Film,Oral Dissolving Film,Oral soluble Film, Orally thin Film, Edible Film,EDF,구강붕해필름)은 유효성분이 함유된 얇은 필름 막을 혀 위에 올려놓으면 신속히 용해된 후 구강점막을 통해 체내로 흡수되는 제형이다. 물 없이 또는 물과 함께 삼키면 된다.

구강용해필름은 입에 넣기만 하면 되므로 투여가 간편하다.이규현 코오롱제약 연구개발본부장(상무)은 “의학적 통계에 의하면 환자의 약25%는 정제나 캡슐을 삼키기 힘들어서 질병치료를 위한 적정한 의약품 투여가 어렵다”며 “노인, 영유아, 중증환자들은 약을 삼키기 어렵고 기력과 인지능력,참을성이 부족해 구강용해필름이 유용하다”고 말했다.

일단 입에 들어가면 뱉기 어렵기 때문에 위장질환, 영유아, 중증환자처럼 정제나 캡슐을 복용할 때 토할 우려가 있는 환자에 적합하다.동물약품으로 만들면 개나 고양이 등 애완동물에게도 쉽게 먹일 수 있다.발기부전치료제나 피임약 등 다른 사람이 보는 앞에서 복용하기 곤란한 약물을 구강용해필름으로 만들면 감쪽같이 복용해 프라이버시를 보호할 수 있다.엠빅스에스는 지갑 속에 들어갈 만큼 얇고 가볍게 만들어져 휴대와 복용의 편의성을 향상시킨 제품이다.

구강용해필름은 주로 구강내에서 흡수되고 정제나 캡슐처럼 위점막내에서 약물이 분해되지 않아 적은 양으로도 같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위장장애를 줄인다.여행할 때 야외에서 필요한 시간에 물 없이 간편히 투여 할 수 있다.약효발현 속도도 조절 가능하다.마약성 진통제나 발기부전치료제처럼 속효성을 요하는 약은 발현속도를 높이고,반대로 항생제나 소염진통제처럼 지속성을 요하는 약은 용해속도를 늦출 수 있다.

또 구강용해필름이나 구강붕해정은 대체로 공통된 이점을 갖는다.투여 용량을 줄여서 다량의 의약품 투여로 인한 약의 부작용을 줄이고,정제나 캡슐을 복용할 때 나타나는 위장장애를 줄인다.위나 간에서 대사되면 약효가 떨어지는 약들도 이들 제형으로 만들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구강용해필름으로는 엠빅스에스구강붕해필름 외에 소아 비염·천식치료제인 ‘몬테프리오디에프’(SK케미칼),구토억제제인 ‘조프란자이디스정’(글락소스미스클라인), 프로톤펌프차단 위산분비억제제인 ‘란스톤엘에프디티정’(제일약품)’등이 있다. LFTD는 Lansoprazole Fast Disintegrating Tablet의 축약어다. 항암치료 환자는 항암제 복용에 따른 부작용으로 구토가 너무 심해 약을 삼킬 수 없고 물조차도 마시기 어려워서 구강붕해제가 필요하다. 위장병 환자에겐 구강붕해정이 신속한 약효를 내는데 유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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