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12년 제네릭의 상한가를 오리지널 가격의 53.55% 수준으로 대폭 내린 이후 13년 만에 제약업계에 원자폭탄을 투하했다. 내년부터 제네릭 약가 산정 기준을 주요 선진국 수준인 40%대로 더 낮춘다는 방침이 골자다. 보건복지부는 업계 및 전문가들의 의견 수렴을 거쳐 2026년 상반기부터 순차적으로 시행할 계획이다.
보건복지부는 2025년 11월 28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신약개발 생태계 조성 △필수의약품 안정적 공급체계 마련 △약가 관리 합리화 등 크게 3가지 목표를 내세우고 과제별로 약가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보고했다. 내년 2월 건정심 의결을 거쳐 이 안을 최종 확정할 경우 업계 추산 연간 1조2000억원의 매출 감소가 예상된다는 추산이다.
제네릭 의약품의 산정률 개편은 내년 7월부터 개선된 기준이 적용될 방침이다. 이미 등재된 제네릭은 약가를 순차 인하한다는 방침에 따라 오리지널 대비 50~53.55% 수준의 약부터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인하해 2028년에는 40%까지 인하하기로 계획했다.
이 같은 신제품 산정률에 맞춰 기 등재 약제의 가격도 40%대로 인하된다. 이들 중 △기존 가산 적용 받고 있는 약제(가산 기간 종료 후에는 조정 적용) △퇴장방지·저가·희귀의약품 △단독 등재 △수급 불안정 사유로 최근 5년 이내 약가 인상된 의약품 △기초수액제·방사성의약품 △산소·아산화질소 등 안정적 수급이 필요한 약제를 제외하고 인하 대상이다. 추진 방식은 △기준금액 대비 약가 수준과 △등재시점 등 종합적으로 고려해 3년간 단계적으로 조정하는 것으로 추진한다.
현재 건강보험 요양비 중 약제비는 26조원 수준이다. 이 중 국산 제네릭 전문의약품 비중은 50%가 넘는다. 제네릭의 높은 가격 형성으로 건강보험 재정 낭비, 의약품 오남용, 혁신신약 개발의지 저하 등이 초래되고 있다는 게 정부 시각이다. 정부는 제약사들이 복제약 비중을 줄이고 R&D에 주력해 신약개발에 투자하라고 권하고 있다.
제약업계, 약가 인하로 연간 매출 1조2000억원 감소 주장 … 업체당 매출 손실액 233억원
하지만 제약사들은 약가가 40%대로 인하되면 R&D에 투입할 재원이 부족해지고, 결과적으로 신약을 만들기 어렵다고 항변하고 있다.
제약바이오협회 약가제도 개편 비상대책위원회는 최근 ‘최고경영자(CEO) 대상 긴급 설문조사’를 한 결과 국내 제약기업들의 연간 매출액이 1조2000억원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기업당 평균 매출 손실액은 233억원이다. 영업이익은 기업 평균 51.8%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CEO들은 영업이익 감소가 R&D와 설비 투자 위축으로 이어져 R&D 비용이 2024년 1조6880억원에서 2026년에는 4270억원(25.3%) 줄어든 1조2610억원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 기업당 평균 축소액은 366억원이다. 설비투자는 지난해 6345억원에서 내년엔 2030억원(32.0%) 축소된 4315억원이 될 것으로 조사됐다.
CEO들은 약가 개편이 고용 안정성에도 악영향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이번 조사에 참여한 59개 기업의 종사자는 현재 3만9170명인데, 약가개편안이 원안대로 진행될 경우 1691명을 감축할 것이라고 답했다. 종전 인원 대비 9.1% 줄어드는 것이다.
사업 차질도 현실화될 전망이다. 응답 기업의 74.6%는 제네릭의약품 출시를 전면 또는 일부 취소하거나, 출시 계획을 변경 또는 보류하겠다고 응답했다.
노연홍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은 “최근 정부가 발표한 약가제도 개편안은 산업 전반에 커다란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며 “R&D 투자 여력 위축, 고용 감소, 채산성이 낮은 필수의약품의 공급 불안 등으로 인해 보건 안보가 흔들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신약 약가유연계약 도입 … 희귀질환약 100일내 등재
복지부 일정 로드맵에 따르면 이르면 2026년 2월에 의약품의 실제 판매가격과 표시가격을 다르게 적용하는 이른 바 ‘약가 유연계약제’가 도입될 예정이다.
이는 건강보험공단과 제약사가 계약을 맺어 건강보험 등재가(표시가격)와 실제 판매가격(협상금액)을 다르게 2원화하는 것이다. 당초 ‘이중약가제’라 불렸으나 어감이 좋지 않아 약가유연계약제로 바뀌었다.
표시가(등재가)는 합리적인 수준으로 책정하고, 실제로는 더 낮은 가격으로 거래되도록 하여 약가 인하 압박을 완화한다는 취지다. 표시가는 A8 국가(미국, 일본,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위스, 캐나다 등 신약약가 결정시 참고하는 8개 선진국) 기준 보정 최고가 이내 수준으로 산정될 전망이다. 이와 별도로 공단과 제약사가 협상을 하고 계약을 맺어 실제 판매가격을 설정하게 된다.
등재 신약, 특허 만료된 기등재 오리지널, 위험분담 환급 종료 신약, 바이오시밀러 등이 대상이다.
이 제도는 희귀·중증질환 치료제 등 필수의약품의 국내 신속 도입을 활성화할 전망이다. 이중가격제는 해외 약가 협상 시 한국 약가가 참조돼 해당 제약사가 외국에서 약가를 내려야 하는 불이익을 받는 문제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중가격을 유지하는 데 따른 복잡한 행정절차, 과도한 적용 대상 포함, 유통가격 질서 붕괴 등 많은 과제가 남아있다. 또 A8 국가 중 독일과 캐나다는 본인부담금이 제외된 공적급여 가격인데 반해 한국은 본인부담금이 포함된 보험등재 가격이다. 따라서 A8 국가의 보정 최고가가 낮아질 수밖에 없어 신약 약가가 낮게 산정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게다가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신약 약가를 자국 내에서 종용하는 상황에서 국내 진출한 다국적제약사는 이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보건복지부의 약가제도 개편안이 발표되기 하루 전인 지난 11월 27일 저녁, 제약바이오협회 등 업계 관계자 등이 비상대책위 1차 회의를 소집하고 대응책을 논의하고 있다. 아울러 복지부는 협상 간소화를 통해 희귀질환 치료제의 신속등재를 추진한다. 현 최대 240일 걸리는 급여속도를 100일 이내로 당기겠다는 계획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급여기준 설정 단계를 1개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협상 단계를 1개월, 복지부 건정심 1개월로 타임라인을 설정해 100일 이내 급여등재가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혁신적 신약의 적정가치 평가가 낮게 매겨진다는 업계 불만과 관련, 정부는 단기 계획으로 ICER((Incremental Cost-Effectiveness Ratio) 임계값을 적정 수준으로 상향 조정할 방침이다.
ICER 임계값은 신약의 경제성을 평가할 때, 1QALY(완벽한 건강상태에서 1년의 삶을 영유하는 것) 당 추가로 지불할 수 있는 최대 비용을 의미한다. 현재 국내에서 명시적인 단일 수치를 공개하지 않지만, 1인당 GDP(약 3만~4만달러, 현재 환율기준 5000만원 선)를 참고하며, 최근에는 혁신 신약의 경우 1억 원까지 높여야 한다는 사회적 논의가 진행 중이다.
정부는 생존위협 질환의 위중도, 치료적 이익, 재정영향 등을 고려한 가중치를 도입해 ICER값 탄력 적용 시 반영하겠다는 계획인데, 이를 위한 연구를 2026년에 시행할 예정이다. 이르면 2027년에 연구결과가 정책에 반영될 전망이다.
필수약은 약가 우대 + 3년간 PVA 적용 제외 … 공급 안전망 강화
보건복지부는 필수의약품의 안정적 공급체계를 마련하기 위해 기관 간 의약품 공급·유통 현황을 모니터링하는 민관 합동 대응체계도 상반기 내 시행한다. 내년 하반기에는 혁신기업 우대를 강화하고, 다수의 필수의약품에 대한 퇴장방지 지정, 원가보전 기준을 개선한 제도를 적용한다.
2026년 하반기부터 퇴장방지의약품 지정 기준을 10% 상향(사실상 약가 10% 인상)하고, 직권 지정을 활성화해 실제 진료 현장에서 꼭 필요한 의약품을 퇴장방지의약품 체계 안으로 더 많이 편입한다는 방침이다. 이 과정에서 국가필수의약품 가운데 보건의료상 필수성이 높은 약제를 대상으로 퇴장방지의약품을 우선 지정하는 방안도 함께 추진해, 국가필수의약품 제도와의 연계를 강화하기로 했다.
원가 보전 방식도 손본다. 2026년 하반기부터 퇴장방지의약품 중 저가의약품에 대한 원가보전 기준을 상향하고, 원료 가격 인상분을 보다 신속하게 약가에 반영해 공급 차질을 최소화할 계획이다.
퇴장방지의약품의 원가보전 대상의약품의 연간 청구액 지정 기준이 현행 1억원 미만에서 5억원으로 상향 조정된다. 이와 함께 산업계 변화를 합리적으로 반영하기 위해 최대 7% 수준의 ‘정책가산’(정부 인센티브)을 새로 마련하고, 원가 산정 방식도 개선한다.
제조경비 산정 시에는 지금까지 활용해 온 노무시간 대신 기계가동시간을 반영하고, 증빙이 가능한 경우 시설투자 비용을 반영할 수 있도록 한다. 노무비 산정에서는 법정근로시간 초과분은 별도로 적용하지 않고, 실제 투입된 직접 노무시간을 보다 충실히 반영하는 방식으로 변경한다.
퇴장방지의약품의 안정적 공급을 담보하기 위한 유인책을 강화하기 위해 2026년부터 제약사와의 공급계약 과정에서 공급량 등 계약 이행을 보다 적극적으로 독려하고 퇴장방지의약품으로 지정된 품목이 시장에서 실제로 빠지지 않고 지속적으로 공급될 수 있도록 관리할 계획이다.
필수약 기 등재품목도 약가우대 … 수입약 → 국내생산 전환하면 ‘리쇼어링 보상’
복지부는 필수의약품 수급 친화적 약가제도를 운영한다. 우선 공급 안정화를 위한 가산(예: 원료 직접생산 등)에 대해 가산 기간을 보다 안정적으로 보장하고, 가산 적용 대상을 전향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는 2026년 하반기부터 국산 원료를 사용하는 국가필수의약품에 대한 약가 우대를 이미 등재된 기 등재 품목까지 확대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기존에 수입하던 품목을 국내 생산으로 전환한 의약품에 대해서는 ‘리쇼어링 보상’ 성격의 새로운 가산을 부여하는 방안도 검토해, 생산기반의 국내 회귀를 유도하겠다는 입장이다.
생산 및 공급 안정성 제고를 이유로 약가가 인상된 약제의 경우, 사용량-약가 연동제(Price-Volume Agreement, PVA) 적용 대상에서 일정 기간(예: 3년간) 제외하는 방안을 2026년 하반기부터 도입한다. 국가비축물자 의약품 등 국가적 차원에서 공급관리가 필요한 약제에 대해서는 약가 인하를 적용하지 않는 방안도 병행 검토해, 필수 의약품의 안정적 비축과 공급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계획이다.
다만 약가 우대를 통해 혜택을 받은 약제에 대해서는 공급 책임도 더 엄격히 묻는다. 정부는 2026년부터 우대받는 약제를 대상으로 보다 강화된 공급계약을 체결해, 제약사가 시장 공급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도록 유도한다는 구상이다.
처방단계부터 특정 의약품 수급불안 및 대체처방 안내
2026년부터 개정 ‘약사법’에 따라 설치되는 안정공급협의회를 중심으로 민·관 합동 대응체계를 가동해 의약품 수급 안정에 통합적이고 선제적으로 대응한다. 여러 기관 간 협력을 통해 의약품 공급·유통 현황을 상시 모니터링하고, 수급 불안정 우려가 감지될 경우 원인에 따라 맞춤형 조치를 신속히 시행하는 방식이다.
여기에 의약품 수급 불안정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의료현장에서 혼선 없이 처방·조제가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먼저 처방 단계에서는 의사가 사용하는 처방 관련 전산 시스템을 통해 특정 의약품의 수급불안 정보를 안내하고, 해당 목록 내에서 동일 제제로 대체 처방이 가능하도록 시스템적인 안내 기능을 마련한다.
조제 단계에서는 원활한 대체조제를 위해 약사가 대체조제를 시행한 후 그 내역을 의사에게 사후 공유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공적 정보시스템의 구축·운영 근거를 법령에 마련하고, 실제 시스템 구축을 추진한다. 이때 대체조제의 범위는 생물학적 동등성이 인정된 품목 또는 동일 제조업자가 제조한, 함량만 다른 동일 성분·제형 의약품까지 설정해 환자의 치료 효과는 유지하면서도 수급 불안을 완화할 수 있도록 한다는 복안이다.
제네릭 등장에 따른 일률적 가산제도 폐지 … 연구개발 투자비용 높은 기업에 혜택
혁신형제약기업의 오리지널 가산 기간, 1년에서 3년으로 연장 … 혁신의약품 개발 장려
제네릭 최초 등재 시 오리지널 의약품 가격의 70%, 혁신형제약기업의 제네릭은 오리지널의 68%, 비혁신형(일반) 제약기업은 오리지널의 59.5%로 1년 동안 일률적 적용되던 기존 약가차등제도(가산제도)가 폐지된다.
대신 혁신형 제약기업 R&D 투자 비율에 따라 가산을 차등 적용하는 방안이 마련된다. 오리지널의 경우 기존 1년에서 3년까지 가산기간이 늘어난다. 시행은 2026년 7월 예정이다.
복지부 개선안을 보면 우선 오리지널 약제는 70%가 유지된다. 반면 혁신형제약은 R&D 투자비율에 따라 가산이 차등 적용된다. 혁신형제약기업 중 매출액 대비 R&D 비율이 상위 30%(대략 매출액 대비 투자비중이 13% 이상)인 기업은 68%가 적용된다. 기존 혁신형 제약기업이 모두 68% 적용 받았던 것과 비교하면 R&D 투자비율 상위 30%라는 허들이 하나 더 생겼다.반면 혁신형제약기업 중 매출액 대비 R&D 비율이 하위 70%인 기업의 가산은 60%로 줄어든다.
여기에 국내 매출 500억원 미만이나 신약개발을 위한 임상 2상 승인 실적이 3년간 1건 이상인 기업(임상 1상 결합된 복합임상(1/2상) 승인은 제외)은 55% 가산을 받을 수 있다. 또 원료를 직접 생산하거나, 국산원료를 사용한 국가필수의약품도 68% 가산이 적용된다.
특허 만료 오리지널의 경우 70% 가산도 유지되는데다 가산 기간도 3년으로 늘어나는 셈이다. 국내 제네릭 기업들도 3년에 추가로 플러스 알파의 기간 동안 가산 혜택을 유지하게 된다. 원료를 직접 생산하거나 국산원료 사용 국가필수약은 5+5년 형태로 최대 10년간 가산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제네릭의 20개 계단식 약가 차등적용은 10개로 줄어든다. 현재는 제네릭이 20개 이내이면 △자체 생동성시험 실시 △식약처에 등록된 원료의약품을 사용하는 요건 등 2가지를 모두 만족하면 오리지널의 53.55%, 1가지만 만족하면 오리지널의 45.52%(53.55%의 85%), 만족하는 요건이 전혀 없으면 오리지널의 38.69%(45.52%의 85%)로 약가가 인하된다. 하지만 출시된 제네릭이 20개를 초과하면 기존 최저가의 85%로 매겨진다.
개정 방향은 이 기준요건은 그대로 적용하되, 조건 미 충족 시 인하율을 85%에서 80%로 하향 조정해 업계 충격을 다소 줄였다. 그러나 현재 21번째부터 적용되는 계단식 약가는 내년부터 11번째 의약품부터 약가가 깎인다. 동일 제제 11번째 등재 품목부터는 퍼스트 제네릭이 산정된 약가에서 5%p씩 감액한 약가로 산정된다. 다만 이때 혁신형 제약기업의 약제는 퍼스트 제네릭 약가 기준으로 3%p씩 감액한 약가로 산정한다. 11번째 품목부터는 혁신형 제약기업과 비혁신형 제약기업을 구분해 각각 산정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퍼스트 제네릭 등재 후 1년이 경과하면 퍼스트 제네릭을 제외한 모든 제네릭이 11번째 품목 약가로 일괄 산정한다.
임상적 유용성을 재평가하는 '급여적정성 재평가'는 매년에서 재평가 사유가 발생할 경우 실시하는 것으로 조정된다. 이는 2026년 상반기부터 시행한다.
기존 약가 사후관리제도도 정비된다. 사용량 약가 연동제와 사용범위 확대 등의 사후관리를 매년 4월과 10월, 1년에 2번으로 정례화한다.
청구자료를 기반으로 가중평균가와 상한금액을 비교하는 ‘실거래가 조사’는 2년 주기에서 ‘시장연동형’(실시간 반영)으로 전환한다. 저가구매 장려금 지급률을 현행 20%에서 50%로 확대한다. 이들 개선안은 2027년에 시행될 예정이다.
역대 주요 약가 인하 정책, 과연 한국 제네릭 가격은 저렴한가?
평지풍파를 겪지 않던 제약업계는 1999년 실거래가 상환제도 도입으로 첫 충격을 받았다. 병원이나 약국이 제약사로부터 실제 의약품을 구매한 가격(실거래가)을 기준으로 건강보험에서 상환(청구)하도록 했다. 고시가보다 의료기관이 더 싸게 약을 사면, 그 차액의 일부(주로 70%)를 병원에 인센티브로 돌려주는 제도로 제약업체간 약가경쟁을 통해 시장약가 인하를 유도하려는 취지였다. 업체간 과잉경쟁을 유발하는 부작용도 있으나 현재 이 제도의 근간은 유지되고 지속적으로 보완이 이뤄지고 있다.
2006년에는 약제비 적정화 방안이 시행됐다. 이른바 선별등재제도(Positive List System) 도입을 통해 비용 대비 효과가 입증된 의약품만 보험 급여 대상으로 인정하고, 의약품 재평가 등을 통해 기등재 의약품 중 효과가 없는 품목이 대거 정비됐다. 선별등재제도가 '‘급여권 진입’의 문턱 역할을 한다면, 의약품 재평가는 ‘급여 목록 내 유지’를 위한 지속적인 검증 및 사후 관리 시스템으로 작동하고 있다.
2012년 약가 일괄 인하제도가 시행됐다. 특허가 만료된 오리지널 의약품과 퍼스트 제네릭(복제약)의 상한가를 오리지널 가격의 53.55% 수준으로 일괄 인하했다. 이전에는 습니다. 등재 순서에 따라 계단식으로 가격이 차등적으로 내려갔는데 ‘동일 성분 동일 가격’ 원칙이 적용됐다.
이번 2026년에는 현재 오리지널의 53.55% 수준인 제네릭 약가 산정 기준을 주요 선진국 수준인 40%대까지 추가 인하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혁신신약 개발과 필수의약품 생산을 장려하기 위해 기존의 정책을 더 정교하게 가다듬은 게 골자다.
한국의 제네릭 약가는 절대가격 기준 미국의 26~50% 수준으로 저렴하다. 하지만 오리지널 대비 제네릭 약가의 비율을 따져보면 미국은 16~40% 수준인 반면 한국은 55~85% 수준으로 높은 편이다. 절대가격으로는 싸지만 상대가격(오리지널 대비)으로는 매우 비싼 편이다. 따라서 제약업계의 이번 정부 정책에 대해 원성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어느 정도는 감당할 여지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전히 의사들을 위한 제약사의 매출액 판매관리비(처방 대가 리베이트의 다른 이름) 비중은 30%대 초중반 수준이다. 영세한 제약사는 매출의 60% 이상을 판관비로 지출하기도 한다. 약가 인하를 통해 이런 거품과 부정한 돈이 사라져야 할 필요가 있고, 이는 건강보험 재정 절감에 기여할 수 있다. 인구 고령화로 앞으로 건강보험 재정 지출은 날이 갈수록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