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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령의 우주사업은 과연 가시화되고 성공할 것인가? 긍정과 부정의 전망 교차
  • 정종호 기자
  • 등록 2025-11-19 14:2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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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주사업은 우주인 송출과 우주의학(신약개발) 두 가닥으로 추진되는 듯
  • 알짜배기 보령바이오파마 및 종로 본사 매각해 4500억원 실탄 확보 … 향후 집행 방향, 초미의 관심사
  • 우주사업은 자본, 전문인력, 전문지식 갖춰야 성공 가능 … 혁신신약 개발 대신 LBA 전략 구사는 ‘퇴행적’

2022년 시작된 제약회사 보령의 우주사업이 어언 4년의 시간이 흘렀고 그동안 투자된 돈이 900억원을 넘어섰다. 

 

보령은 민간 우주정거장을 개발하는 ‘엑시옴스페이스’(Axiom Space)에 2022년 2월에 121억원, 같은 해 12월에 2차로 649억원을 투자했다. 합치면 770억원에 달한다. 미국 달러로는 약 6000만달러 규모다. 이 과정에서 엑시옴 지분 2.7%를 확보했다. 

 

이어 2023년 12월, 10억원을 투입해 엑시옴과 합작법인 ‘브랙스스페이스’(BRAX SPACE)를 설립했다. 브랙스는 국내 및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의 액시엄의 독자기술 및 우주정거장 기반 사업 우선권을 확보하기 위한 행보다.

 

2016년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설립된 액시옴스페이스는 우주인, 기업, 우주기관을 대상으로 교육, 임무계획 설정과 안내, 하드웨어 개발, 궤도 운영 등 국제우주정거장(ISS) 여행과 운영에 대한 민간 임무를 수행하는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이 회사는 자체 우주정거장(Axiom Station)을 가지기 위해 현재 ISS의 한 부분을 구성하는 모듈을 이탈리아 탈레스알레니아스페이스(Thales Alenia Space)에 의뢰해 제작 중이다. 이 모듈을 휴스턴에서 배송받아 최종 조립해 발사하게 된다. 몇차례 계획은 지연됐지만 늦어도 2027년까지 첫 번째 모듈을 발사해 ISS에 연결한다는 목표다. 

 

2022년 11월(아르테미스 1호), 2026년 2월 발사 예정인 아르테미스 2호, 2027년 중 발사 예정인 아르테미스 3호 프로젝트와 관련, 아르테미스 임무 중에 입을 우주복을 개발하고 있다. 또 지구 저궤도에서의 상업적으로 판매될 우주복을 개발하고 있다. 

 

아울러 무중력 상태에서 상업적인 연구와 제조(의약품 등)을 촉진하기 위해 관련 기술을 연구개발하고 있다. 

 

보령은 2024년 12월에 인튜이티브머신스에 추가로 140억원 규모의 전략적 투자를 단행했다. 2023년 2월에 휴스턴에 설립된 이 회사는 미국우주항공국(NASA)와 협력하여 ‘노바 C’와 같은 무인 달 착륙선을 개발 중이다. 이를 달 표면에 도달시키는 게 최종 미션이다. 인튜이티브머신스는 2024년 2월, 두 번째 무인 달 탐사선 ‘아테나’를 달 표면에 성공적으로 착륙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밖에 보령은 우주헬스케어기업 육성 프로그램(2022년 Care in Space(CIS) Challenge로 시작해 2023년 Human In Space(HIS) Challenge로 개칭)을 2022~2025년에 걸쳐 그동안 총 4회를 개최하고 선정된 스타트업에 수억원(총 10억원 안팎)을 투자 집행한 바 있다. 

 

올해에는 보령이 지난 11월 7일 제4회 HIS 챌린지를 진행했고 박찬흠 한림대 춘천성심병원 이비인후과 교수팀(한림대 나노바이오재생의학연구소)이 최종 우승자로 선정됐다.

 

박찬흠 교수팀은 HIS 프로그램 중 궤도 발사비용 지원(Orbital Launch Funding) 부문에 참가해 ‘소형 위성 기반 3차원 뇌종양 스페로이드 배양 및 약물 반응성 분석 시스템 개발(Developing a Mini-satellite based system for 3D brain tumor spheroid culture and drug response analysis)’이라는 주제의 과제로 3단계 심사를 거쳐 최종 우승을 차지했다.

 

이 과제는 8U(1U=10cm×10cm×10cm) 크기의 소형 위성에서 뇌종양 세포를 우주의 미세중력 환경에서 배양하고, 약물 농도 변화에 따른 세포 반응성을 지상 실험과 비교·분석하는 연구다. 지상 실험의 한계를 넘어 뇌종양의 항암제 반응성을 우주 환경에서 규명하려면 소형 위성을 활용한 실증 연구가 필수적이다. 연구팀은 이러한 연구 필요성과 과학적 타당성을 인정받았다.

 

이번 우승으로 박찬흠 교수팀은 현재 국가과제로 개발 중인 우주 의생명공학 연구 플랫폼 ‘바이오렉스(BioRexs, Bio Reentry Experimental Satellite)’의 발사 비용 30만달러(약 4억5000만원)를 지원받게 됐다. 더불어 HIS 고도화 지원 프로그램(Accelerator Program)을 통해 글로벌 우주 생명과학·헬스케어 전문가들의 맞춤형 멘토링, 국제 네트워킹, 실험 설계 및 궤도 실증 가능성 검토 등 후속 연구 전반에 대한 다각적 지원을 받게 된다.

 

또 아마존웹서비스(AWS)의 클라우드 기반 데이터 분석 환경을 활용할 수 있도록 10만달러 규모의 서비스 크레딧을 제공받으며, 프로토타입 제작 및 환경시험 등 기술 실증 단계에 필요한 전문 인프라와 컨설팅도 지원받을 예정이다. 프로토타입 제작은 우주 환경에서의 실증을 위해 연구 장비의 기능과 안정성을 먼저 검증하는 초기 시제품 개발 단계이다.

 

보령의 투자내역을 살펴보면 보령의 구체적인 우주사업은 크게 2가지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한국인 및 아시아인 가운데 우주선을 타고 우주정거장에서 체류 여행할 사람을 모집하고 관리하는 송출사업과 무중력 우주상태에서 의약품 개발(동물 및 세포실험 연구, 신약개발 기초기술 연구) 사업이다. 

 

보령은 엑시옴을 기반으로 하버드대, MIT, NASA, 독일 우주청 등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하며 우주의학 연구 생태계 조성에 힘쓰고 있다. 본업인 제약산업 및 생명공학사업에서 얻은 노하우를 우주과학 또는 우주의학과 연계해 시너지를 이룬다는 전략이다. 예컨대 미세중력 환경에서 약물반응을 연구하고 이를 통해 신약을 개발하는 프로젝트가 추진될 수 있다.


보령이 HIS 챌린지를 꾸준히 개최하며 우주사업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고 스타트업을 발굴하려는 노력의 의지는 긍정적이다. 무엇보다도 투지 넘치는 젊은 오너 경영인이 신념을 갖고 밀어붙이려는 모습은 이 사업이 핵심 추동력으로 보인다. 

 

보령 관계자는 “보령의 우주사업은 보령이 구축해 온 바이오의학 R&D 역량의 연장선”이라며 “2032년까지 우주정거장 관련해 신약개발과 관련한 가시적인 성과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우주인 송출 사업에 대해서는 언급을 꺼려했다. 하지만 보령의 우주사업을 주도하는 3세대 오너 김정균 대표는 어린 시절부터 우주를 동경해왔고, 이를 바탕으로 우주사업에 참여하게 됐으며, 신약개발보다는 우주인 송출 사업에 더 관심이 많은 것으로 제약업계에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주사업은 그 세부 관심사가 우주의학 또는 신약개발이든, 우주인 송출사업이든 간에 막대한 자금과 시간이 소요되는 장기 프로젝트로, 당장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한계로 지적된다.

 

보령은 올해 4월 15일에 공모 회사채 수요 예측을 진행했다. 이는 2020년 6월 이후 5년 만에 이뤄졌다. 총 1000억원 모집에 4750억원의 자금이 몰려 흥행에 성공했다. 보령은 이 과정에서 “우주사업에 예정된 투자 내역은 없다”고 공표했다. 이는 고위험 우주사업에 대한 보류를 의미해 다수 주주들의 안심을, 한편으로는 우주사업에 대한 투자 중단으로 해석돼 주주들의 우려를 자아냈다. 

 

일단 달리는 호랑이의 등에 올라탄 우주사업이니 만큼 어떤 식의 구체적인 결단과 끝맺음은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항간의 시각처럼 단지 김정균 대표가 우주사업에 대해 ‘보여주기식 이벤트’에 머물고 있다는 비판은 온당하지 않아 보인다. 그보다는 보령의 우주의학(신약개발), 우주인 송출 사업 가운데 어떤 분야에 더 집중할 것인지, 아니면 양자간 균형을 맞추며 절충적인 봉합에 나설 것인지가 더 중요하고 그 결말이 궁금해진다.

 

일각에서는 보령의 우주사업이 지분 투자 구조에 머물러 있어 한계가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엑시옴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으며 독자적인 사업 기반이나 내부 전문인력 확보는 시작되지도 않았다는 지적이다. 합작법인 브랙스가 설립된 지 2년이 다 돼 가지만 그동안 어떤 일을 진행했는지 궁금해하는 투자자도 많다. 

 

이에 보령이 인수합병(M&A)을 통해 우주사업 확장을 가속화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김 대표가 올 3월 CEO 레터에서 “단순 지분 투자에서 벗어나 보령이 직접 오너십을 가질 수 있는 방향을 고려하고 있다”고 언급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보령이 지난해 11월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한 1750억원의 자금에도 주목이 쏠린다. 현재 ‘타법인 증권 취득’ 용도로 편성돼 있는 500억원 규모의 유증자금은 미사용 상태인 것으로 파악된다. 우주사업과 연관된 M&A에 투입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보령 관계자는 “미사용 유증자금의 경우 아직 활용 계획이 결정되지 않았다”며 “다만 기업가치 증대를 위해 사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보령은 2024년 6월, 유진프라이빗에쿼티(PE)와 산업은행 PE 컨소시엄에 보령바이오파마를 3200억원에 매각했다. 매각 지분은 보령파트너스 지분 69.1%와 잔여 투자자 지분을 포함해 80%다. 나머지 20%는 여전히 보령파트너스가 들고 있다.

 

보령파트너스는 보령의 지주회사(보령홀딩스)가 아니라, 보령의 최대주주 중 한 사람이 김정균 대표가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회사다. 보령파트너스는 2015년 보령수앤수(건강기능식품, 화장품, 의료기기 취급 기업)에서 물적분할해 설립된 비상장회사로, 현재 김정균 대표가 88%의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로 있다. 최근 유상증자 등을 통해 보령파트너스가 보령의 2대 주주로 올라섰다. 향후 보령홀딩스와 보령파트너스가 합병하면 김정균 대표의 지배력이 더욱 강화될 수 있다. 


이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 회계(과도한 자산평가)를 통해 제일모직의 가치를 부풀리고 이를 통해 이재용 삼성 회장이 삼성물산을 레버리지로 삼성전자의 지배권을 장악한 사건의 데자뷔가 연상된다. 비록 이재용 회장이 대법원에서 무죄 판정을 받았다지만 이 과정이 상식적이라고 믿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보령홀딩스는 2024년 6월, 서울 종로구 원남동의 보령제약 사옥을 한국토지신탁에 1315억원에 매각했다. 보령바이오파마 매각과 사옥 매각을 통해 그 돈의 주머니가 어디 있든지 간에 보령은 약 4500억원의 실탄을 확보했다. 

 

보령바이오파마는 백신 및 유전자진단, 제대혈은행 등을 운영하는 알짜배기 회사였다. 매각된 후에도 신규 사업을 왕성하게 펼치고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매각 전보다는 구성원의 로열티나 회사 집중력이 떨어진다는 소문도 들린다. 


보령은 2022년부터 보령바이오파마를 매물로 내놨다. 당초 기업공개(IPO)를 추진했으나 증시 악화로 인해 매각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업계에 따르면 보령은 100% 지분을 기준으로 5000억원을 매각가로 내정하고 협상에 들어간 반면 인수에 나선 희망자들은 2000억원선으로 낮춰 잡았다. 네 차례의 매각 시도 끝에 성사된 절충 매각가가 3200억원인 셈이다. 

 

보령이 확보한 4500억원의 실탄은 예산공장 증설, 신규 파이프라인 확보 등에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2019년에 준공된 예산캠퍼스는 이미 1600억원이 투입돼 4500억원과는 무관하다. 보령은 2024년 11월 유상증자를 통해 확보한 1750억원 중 500억원을 항암제 생산라인 증설에 투입할 예정이다. 이 또한 4500억원과 무관한 주머니다.  세포독성항암제 위주의 필수의약품 항암제를 주로 생산하는 보령의 예산공장

보령은 지난 9월 30일, 프랑스 사노피(Sanofi)와 화학항암제 ‘탁소텔(Taxotere, 성분명: 도세탁셀)’을 1억7500만유로(2878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른바 명성 있는 오래된 오리지널 브랜드를 인수하는 LBA(Legacy Brands Acquisition) 전략을 구사해 기존의 시장 영향력을 확보하고 글로벌 영업망을 손쉽게 구축한다는 것이다. 

 

이 전략은 장점도 있지만 혁신적 신약개발이 없는 회사의 미래는 없다는 측면에서 전망을 어둡게 볼 측면도 있다. 보령은 2024년 연간 연결기준 매출액은 1조171억원을 달성했다. 독자 개발한 고혈압약 ‘피마사르탄’(카나브 패밀리)과 LBA 전략이 주효했다. 이 중 카나브 패밀리 매출은 약 1509억원 수준이었다. 적은 매출은 아니지만 혁신신약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상대적으로 낮고, 후속 유망 신약이 없다는 게 이 회사의 비전이 탁해보이는 이유다. 

 

과거 유한양행이 외자사 오리지널 신약으로 매출을 올렸지만 국산 신약 ‘렉라자’(레이저티닙) 출시를 계기로 최근 개방형 이노베이션을 통해 신규 파이프라인 창출로 태세를 전환한 것을 본다면 보령의 LBA 전략이 탐탁스럽게 보이지 않는다. 유한양행은 2014년 국내 제약사 최초로 매출 1조원을 달성했지만 외자사 제품(대행판매) 비중이 무려 61%에 달해 ‘제조회사’가 아닌 ‘유통회사’라는 비아냥에 시달려야 했다. 이후 유한양행은 이 비중을 낮추기 위해 노력했지만 2024년 상반기 기준 52.7%로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보령은 항암제 사업 매출(연결재무제표 기준)이 △2022년 1606억원 △2023년 2170억원 △2924년 2412억원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며 낙관하고 있다. 하지만 레전드 올드 제네릭으로 구성된 항암제 포트폴리오가 과연 얼마나 높은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항암제가 세포독성항암제→표적항암제→면역관문억제제로 발전해가고 있고 CAR-T, ADC, 유전자치료제 등 신규 모달리티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보령의 포트폴리오는 세포독성항암제 가운데 채산성이 떨어지지만 아직은 없어서는 안 될 필수의약품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성장성이 높아 보이지 않는다. 사노피나 릴리에서 LBA를 처분하는 데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보령의 LBA 전략은 최신 경영 트렌드가 아닌 ‘퇴행적’ 행보로 읽혀진다.

 

4500억원 실탄 중 일부는 김승호 명예회장 사후 김정균 대표의 상속에 사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보령바이오파마, 보령사옥 등 회사의 성장과 모토였던 것들은 팔리고, 우주사업이라는 고위험 비즈니스에 신성장동력을 창출하려 하고, LBA라는 낡은 전략에 회사의 안정적 경영을 기대려는 일련의 흐름이 위태해 보이는 2025년 만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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