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보건복지부(HHS)와 식품의약국(FDA)은 폐경기 증상을 완화하는 여성호르몬 대체요법(HRT)과 관련, 20년 넘게 붙어 있는 포괄적인 돌출주의문(black box warnings)을 삭제하기로 결정했다고 10일(현지시각) 발표했다.
양 기관의 수뇌부인 보건복지부의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장관과 FDA의 마티 A. 매커리 총괄국장은 200여명의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보건부 청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 같은 발표문을 내놓았다.
여성들은 폐경기에 수반되는 증상들을 완화시키고자 지난 수 십년 동안 호르몬 대체요법제들을 사용해 왔다. 하지만 호르몬 대체요법제의 사용은 FDA가 2000년대 초반 ‘여성건강 이니셔티브’(Women’s Health Initiative, WHI) 연구 결과를 토대로 돌출주의문을 삽입토록 하면서 사용이 급감했다.
WHI 조사에서 유방암 진단 위험성이 통계적으로 유의할 만한 수준은 아니었지만(non-significant) FDA는 당시 조사에 응한 여성들의 평균연령이 63세에 달해 여성들이 폐경기를 경험하는 평균 연령대를 10년 이상 경과했고 지금은 이 치료법이 더 이상 일반적이지 않고 특정 부류만 사용하고 있다고 최근 지적했다.
이에 FDA는 과학문헌에 대한 포괄적인 검토와 지난 7월 소집했던 전문가 패널, 의견 공개수렴 기간 등을 거친 끝에 이번에 돌출주의문을 삭제하는 조치를 내렸다.
FDA는 이와 함께 관련 제약사들과 함께 해당 제품들의 표현내용을 개정해 심혈관계질환, 유방암, 치매 발생 가능성(probable dementia) 등의 위험을 언급한 내용들을 삭제하기 위한 협의에 착수했다.
다만 전신용 에스트로겐 단독요법제들의 자궁내막암 위험성에 각별히 유의토록 하는 내용의 돌출주의문은 삭제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케네디 보건장관은 “오늘 우리가 폐경기 증상들을 나타내고, 자신의 선택지를 알고 싶어하고, 잠재적으로 삶에 변화를 줄 수 있는 치료제를 원하는 모든 여성들을 지지하는 자리에 서 있다”면서 “지난 20여년 동안 잘못된 과학(bad science)과 관료주의적 타성이 호르몬 대체요법제에 관해 여성들과 의사들이 잘못된(incomplete) 견해를 갖도록 하는 결과로 이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매커리 FDA 총괄국장은 “안타깝게도 수천만 명의 여성들이 위험에 대한 왜곡된 인식에 뿌리를 둔 의학적 도그마 때문에 호르몬 대체요법의 삶을 변화시키는 장기적인 건강상의 혜택을 누리지 못했다. 너무 오랫동안 여성의 건강에 대한 문제가 제대로 인식되지 않았다. 여성과 의사는 두려움에서 벗어나 데이터에 기반을 둔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여성들은 폐경기를 거치는 동안 난소의 에스트로겐 및 프로게스테론 생성량이 감소한다. 에스트로겐 및 프로게스테론을 함유한 호르몬 대체요법은 호르몬을 보충하고 안면홍조, 야간발한, 수면장애, 골손실 등의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
무작위 배정 연구에 따르면 폐경 시작 후 10년 이내(일반적으로 60세 이전)에 호르몬 대체요법을 시작한 여성들은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및 골절 발생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호르몬 대체요법을 통해 심혈관질환 위험을 최대 50%, 알츠하이머병 위험을 35%, 골절 위험을 50~60%까지 감소시킬 수 있는 것으로 관찰됐다.
호르몬 대체요법의 시작 시기와 사용 기간은 의사와 환자가 함께 결정해야 하는 사항이지만 FDA는 호르몬 대체요법을 폐경 시작 후 10년 이내에, 전신 호르몬 대체요법의 경우 60세 이전에 시작하는 것을 권고하고 있다.
대표적인 여성호르몬 대체요법제 '프레마린'
FDA는 박스 경고문 제거 외에도 폐경 증상 치료 옵션을 확대하기 위해 두 가지 신약을 승인했다. 첫 번째는 천연 결합형 에스트로겐 프레마린(Premarin, Conjugated equine Estrogens, 임신한 말의 소변에서 추출)의 제네릭 의약품이다. 이는 널리 사용되는 호르몬 대체요법에 대한 30년 만에 처음으로 이뤄진 제네릭 승인이다. 화학적으로 합성된 여성호르몬(에스트로겐, 프로게스테론)은 지양돼야 한다.
두 번째는 폐경과 관련된 중등도~중증의 혈관운동증상(안면홍조, 야간발한)에 대한 비호르몬 치료제다. 이 치료제는 호르몬 요법을 사용할 수 없거나 사용을 원하지 않는 여성에게 치료 대안을 제공할 수 있다.
FDA는 비호르몬 치료제로서 2023년에 아스텔라스제약의 NK3(뉴로키닌 3) 수용체 길항제 ;베오자‘(Veozah, 페졸리네탄트, Fezolinetant)를 승인한 바 있으며 지난달에는 바이엘의 NK1 및 NK3 수용체 길항제 ’린큐엣‘(Lynkuet, 엘린자네탄트, elinzanetant)을 승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