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0월 29일은 세계뇌졸중기구(WSO, World Stroke Organization)가 지정한 ‘세계 뇌졸중의 날’(World Stroke Day)이다. 대한뇌졸중학회는 1998년 창립 이후 진료·교육·연구·정책·홍보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며 뇌졸중 환자들이 표준화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오고 있다.
학회는 뇌졸중 의심 증상인 ‘이웃손발시선’을 기억하고 골든타임 내 신속히 치료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뇌졸중은 갑자기 발생하는 뇌혈류 장애다. 뇌혈관의 폐쇄로 인한 허혈뇌졸중(뇌경색)과 뇌혈관의 파열로 인한 출혈뇌졸중(뇌출혈)로 나뉜다. 뇌경색이 전체 뇌졸중의 약 80%를 차지한다. 흡연,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비만, 불규칙한 식습관 등이 주요 위험 요인이다. 특히 요즘처럼 일교차가 큰 계절에는 혈관이 급격히 수축하면서 혈압이 상승해 발병 위험이 더 높아진다.
뇌졸중은 암, 심장질환, 폐렴에 이어 국내 사망원인 4위 질환이자, 성인 장애 원인의 1위 질환으로 연간 11만~15만명의 새로운 뇌졸중 환자가 발생하고 있으며, 해마다 2만명이 사망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뇌졸중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2020년 60만7862명에서 2024년 65만3275명으로 증가했다. 특히 60세 이상 고령층이 전체 환자의 80% 이상을 차지한다. 초고령사회로 진입한 우리나라에서는 향후 뇌졸중 환자 수가 더욱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뇌졸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골든타임 내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다. 특히 뇌경색 치료에서 ‘골든타임’은 환자의 생명과 후유장애, 사회 경제적 부담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어 치료를 가능한 빠르게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
뇌졸중은 치료 시점에 따라 예후가 완전히 달라진다. 증상 발생 후 4.5시간 이내여야 혈전을 녹이는 혈전용해제(정맥내 tPA) 치료가 가능하다. 막힌 혈관을 뚫는 기계적 혈전제거술을 병행하기도 한다. 6~24시간 이내 동맥 혈전제거술을 시행하면 뇌 손상을 최소화해 뇌경색으로 인한 기능적 회복의 호전을 기대할 수 있다.
최근에는 머리를 절개하지 않고 허벅지 혈관을 통해 1mm 이하의 미세 기구를 삽입해 막힌 부위를 제거하거나 출혈 부위를 막는 혈관 내 치료가 활발히 시행되고 있다. 이 시술은 뇌혈관 손상을 최소화하면서 회복 기간을 단축시킬 수 있다. 
김태정 학회 홍보이사(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검사 및 약물 준비 시간을 고려하면 증상 발생 후 최소 3시간 이내에는 병원에 도착해야 한다”며 “큰 혈관이 막힌 경우에는 동맥 내 혈전제거술이 필요하며, 일반적으로 6시간 이내가 권장되지만 영상 소견에 따라 최대 24시간까지 시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경문 학회 이사장(성균관대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은 “정맥 내 혈전용해제를 투약하면 발병 3개월 후 독립적 일상생활이 가능한 확률이 2배 이상 높아지고, 성공적인 동맥 내 혈전제거술은 좋은 예후의 가능성을 2.5배 높인다”며 “뇌졸중 증상이 나타나면 지체 없이 병원으로 이동해 초급성기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초급성기 및 급성기 뇌졸중 치료 이후에는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심방세동과 같은 위험인자를 조절하고 뇌경색의 경우 항혈전제를 복용해 뇌졸중 재발의 이차 예방 치료가 진행된다”고 강조했다.
한국뇌졸중등록사업 보고서에 따르면, 증상 발생 후 3시간 이내 병원에 도착하는 환자는 여전히 30% 미만이다. 황성희 학회장(한림대 강남성심병원 신경과 교수)은 “70% 이상의 환자가 늦게 병원을 찾아 골든타임 내 치료 기회를 놓치고 있다”며 “빠른 119 신고와 뇌졸중센터 방문이 생명을 살리고 후유증을 줄이는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웃손발시선’으로 기억하는 골드타임 암기법
뇌졸중 증상은 갑자기 발생하게 되는데, 뇌졸중 의심 증상은 대표적으로 안면마비, 발음장애, 편측마비, 실어증, 안구편위, 시야장애, 중심을 잡지 못할 정도의 심한 어지럼증, 심한 두통 등이 있다. 따라서, 평소에 ‘이웃손발시선’을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웃: 이~하고 웃지 못하는 경우 (안면마비)
△손: 두 손을 앞으로 뻗지 못하거나 한쪽 팔, 다리에 힘이 더 없는 경우 (편측마비)
△발: 발음이 어눌해지거나 말이 통하지 않는 경우 (구음장애, 실어증)
△시선: 시선이 한쪽으로 쏠리는 경우 (안구편위)
대한뇌졸중학회는 “뇌졸중 첫 증상의 80~90%는 ‘이웃손발시선’으로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경험해보지 못한 두통, 어지럼증, 중심을 잡지 못하는 운동실조, 복시 등의 증상이 있다면 즉시 119를 통해 가까운 뇌졸중센터를 찾아야 한다.
이 같은 증상이 잠깐 나타났다가 24시간 이내로 곧 회복되는 경우도 있다. 이는 ‘일과성허혈발작(TIA, Transient Ischemic Attack)’으로, 단순히 일시적 현상이 아닌 곧 닥칠 본격적인 뇌경색의 경고 신호다.
FAST vs BE-FAST
1998년 영국에서 구급대 교육용으로 고안했던 ‘얼굴(Face)–팔(Arm)–말(Speech)-타임(Time)’의 증상 변화와 시간의 촉박함를 특징적으로 표현한 FAST 골든타임 암기법도 있다. 얼굴 한 쪽이 처졌는지, 한쪽 팔과 다리에 힘이 빠졌는지, 말이 어눌해졌는지 등을 알아채고, 그런 증상이 하나라도 있다면 그 즉시 119 구급차를 불러야 한다는 것이다. 가장 핵심적인 증상들을 기억하기 쉽게 조합한 셈이다. 전세계에서 가장 널리 쓰인다.
하지만 일부 핵심증상들이 여기서 빠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균형을 못 잡고 흔들리는 소뇌, 뇌간 쪽 뇌졸중 증상, 눈이 정면을 응시하지 못하고 한쪽으로 치우는 안구 편향 현상을 놓칠 수 있다는 것. 이에 균형(Balance)와 눈(Eyes)을 추가해 보강한 것이 BE-FAST. 연구 결과, FAST에 BE를 더하면 뇌졸중을 더 잘 찾아낼 수 있게 민감도가 올라간다는 보고다.
대한뇌졸중학회에서 인증한 초급성기 치료가 가능한 뇌졸중센터는 재관류치료(정맥내 혈전용해술과 동맥내 혈전제거술)까지 가능한 뇌졸중센터 77곳, 일반 뇌졸중센터 11곳으로 국내에 총 88곳이 있다. 본인 근처의 뇌졸중센터는 뇌졸중학회 홈페이지에서 확인이 가능하다.
학회는 “뇌혈관이 막히고 1분이 지나면 뇌세포는 200만개씩 손상되기 때문에 뇌졸중은 골든타임 내에 1분 1초라도 치료를 빠르게 받는 것이 예후와 직접적으로 연결된다”며 “평소 뇌졸중 증상을 기억하고 있다가 증상이 발생하면 즉시 119에 신고하고 뇌졸중센터로 방문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때 자가 운전은 물론 택시 탑승도, 가족 운전도 금물이다. 119 앰뷸런스를 타야 뇌졸중센터로 직행하면서도 의료진과 소통하고, 언제든 긴급 상황에 바로 대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뇌졸중은 철저한 관리로 예방이 가능하다. 금연과 절주는 기본이다. 소금 섭취를 줄이고 신선한 채소와 과일 위주의 식단을 유지하는 게 좋다. 또 주 3회 이상 30분 이상 꾸준한 유산소 운동을 통해 혈관의 탄력을 유지해야 한다.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 수치를 정기적으로 확인하고 이상이 있을 때 즉시 교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특히 고혈압은 뇌졸중의 가장 큰 위험 요인으로, 수축기 혈압이 10mmHg 낮아질 때마다 뇌졸중 발생 위험이 약 30%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김태원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뇌병원 신경과 교수는 “뇌졸중 예방은 특별한 방법이 아니라 평소의 생활습관 관리에서 시작된다”며 “규칙적인 운동과 절주, 혈압·혈당 관리만으로도 발병 위험을 절반 이하로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오미영 부천세종병원 신경과 과장은 “건강검진을 통해 자신도 모르게 진행되는 혈관질환을 조기에 발견할 수도 있다”며 “가족력이 있거나 고혈압·당뇨·고지혈증·심장질환 등이 있는 고위험군이라면 ‘뇌혈관 건강검진’을 받아보는 게 뇌혈관 질환을 조기에 발견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