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센코리아의 ‘빌베이(Bylvay)’의 담즙정체성 희귀 유전질환인 진행성 가족성 간내 담즙정체증(PFIC, Progressive Familial Intrahepatic Cholestasis) 환자의 소양증(가려움증) 치료제인 '빌베이캡슐‘(Bylvay, 성분명 오데빅시바트, odevixibat)이 이달 국내에 급여 출시됐다.
빌베이는 PFIC 증상 치료를 위한 세계 최초의 경구용 치료제로, 기존의 간이식 등 고위험 치료 외에는 선택지가 없던 환자들에게 비침습적이고 지속 가능한 치료 옵션을 제공한다. 미국과 유럽에서 2021년 최초 승인된 이후 주요 국가에서 허가를 받았으며, 한국에서는 2023년 보건복지부의 ‘허가-평가-협상 병행 시범사업’ 1호 약제로 선정돼, 2024년 8월에 국내 허가를 받았으며, 올해 10월부터 급여가 적용됐다.
성인 체중 55.5kg 이상인 사람은 하루 2400mg을 복용하게 되는데 이럴 경우 연간 약제비가 6억576만원에 육박한다. 소아들은 체중이 55.5kg미만인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하루 200mg부터 2000mg까지 복용하게 되는데 이런 경우에도 5057만원~5억5700만원이나 든다.
PFIC로 진단받은 생후 3개월 이상의 환자가 급여 대상이다. 최초 급여시에는 임상의가 평가한 소양증 지표(Clinician’s Global Impression of Severity, CGIS)가 2점 이상(중등도 이상)이어야 한다. 아울러 혈청 담즙산 농도(sBA): 혈청 담즙산 농도가 100μmol/L 이상이어야 한다. 두 가지 조건을 모두 만족해야 급여가 적용된다.
이후 6개월마다 CGIS를 측정해 가장 최근의 반응평가에서 혈청 담즙산(sBA) 농도가 기저치 대비 30% 이상 감소하였거나, 혈청 담즙산(sBA) 농도가 기저치 대비 30% 이상 감소하지 않았더라도 소양증 개선(CGIS 점수가 1점 이하 또는 기저치 대비 1점 이상 감소)이 있는 경우에만 급여가 인정된다.
서지현 경상국립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왼쪽부터), 오석희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고흥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가 지난 17일 기자간담회에서 패널로 나와 기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이에 오석희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입센코리아가 지난 17일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당초 건강보험공단은 6개월 이상 소아에게 사용할 수 있도록 급여기준이 설정했는데 6개월이면 간경화 진행을 돌이킬 수 없는 시기여서 생후 3개월 이상 소아로 앞당겨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용량을 늘려서 치료효과가 확실히 나타난 환자 사례도 있어 용량 증가와 관련된 급여 기준도 재설정하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흥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허가-평가-협상 병행 시범사업 제도에 따르면 지정된 의약품은 150일 안에 끝내도록 돼 있지만 이미 150일을 훌쩍 넘겼다”며 “희귀질환에 대한 국내 혁신신약 도입 과정에서 이 제도의 취지를 충분히 살리려면 개선할 게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희귀질환은 환자 수가 적고 유전자 변이가 다양해 평가 절차가 예상보다 길어졌다”며 “행정 절차와 협상 지연으로 신속 등재가 이뤄지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서지현 경상국립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고가 치료제의 지속 가능한 도입을 위한 대안으로 별도의 기금 조성을 제안했다. 그는 “빌베이는 15kg 아기 기준 연간 약 6억원이 드는 약으로, 이런 약을 건강보험 재정만으로 감당하기는 어렵다”며 “재난기금처럼 사회적 기부로 구성된 희귀질환 치료기금을 만들어야 한다”고 피력했다.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이번 국내 출시가 갖는 상징성은 단순한 신약 도입을 넘어선다. 한국은 아시아 최초로, 전세계 세번째로 ‘빌베이’의 건강보험 적용을 결정한 국가가 됐다. 이는 희귀질환 치료 환경 개선을 위한 제도적 진전이자 의료계와 환자단체, 정부, 제약업계가 함께 만든 변화의 상징이라고 입센 측은 강조했다.
PFIC은 대부분 소아기에 발병하며, 극심한 가려움증과 성장 장애, 간부전 등을 유발하는 유전성 희귀 질환이다. 환자와 가족은 수면 부족, 학업 중단, 사회적 고립 등 일상 전반에 걸친 고통을 겪는다.
고 교수는 “빌베이는 PFIC 치료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다”며 “가려움증 완화, 간 수치 개선 등 임상적 반응이 확인되고 있으며, 향후 적응증 확대 가능성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오 교수는 “간이식은 평균 10% 이상의 실패율과 심각한 합병증 위험을 동반하는, 어쩔 수 없이 선택해야만 했던 치료법이었다”며 “그동안 간이식 외에 특별한 대안이 없던 상황에서 빌베이는 간 이식 없이 환자를 지켜낼 수 있는 중요한 대안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 교수는 “빌베이는 주사가 아닌 경구제여서 아이에게 우유에 타서 먹일 수 있다”며 “지방에서도 처방이 가능한 ‘안전하고 쉬운 약’이라는 점이 의미 있다”고 평가했다.
최근 ‘빌베이’는 PFIC 외에도 알라질증후군(Alagille Syndrome)에 대해서도 식약처로부터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됐다. 이 적응증에 대한 국내 허가 및 급여 확대도 추진될 예정이다. 알라질증후군은 간 외에도 심장, 안면, 척추 등 다기관에 영향을 미치는 복합 희귀질환으로, 치료 접근성이 매우 제한적이다.
입센코리아는 원발성 담즙성 담관염(PBC) 치료제 ‘아이커보’(Iqirvo 성분명 elafibranor)의 국내 출시도 준비 중이다. 아이커보는 기존 치료(UDCA)에 반응하지 않는 환자들을 위한 새로운 옵션으로, 현재 국내 허가를 완료하고 급여 적용을 위한 절차를 진행 중이다.
빌베이는 장내 담즙산 수송체(IBAT)의 선택적 억제제로 담즙산의 장내 재흡수를 억제하는 기전인 반면 아이커보는 퍼옥시좀 증식체 활성화 수용체 알파(PPAR-alpha 및 PPAR-delta)의 작용제로서 지질대사를 촉진하고 담즙산 합성을 억제한다.
양미선 입센코리아 대표는 “희귀 간질환은 질환 자체의 복잡성뿐 아니라 사회적 인식 부족, 치료 접근성의 제약 등 다층적인 어려움을 안고 있다”며 “입센은 치료제 공급을 넘어, 환자들이 실질적인 삶의 변화를 경험할 수 있도록 제도적·사회적 환경을 함께 만들어가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