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리가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의 제너레이션파크에 65억달러 규모의 경구용 비만치료제 원료의약품(API)을 생산할 새로운 공장을 건설한다고 23일(현지시각) 발표했다.
이 생산시설은 앞서 릴리가 미국 내 의약품 생산을 확대하기 위해 약속한 신규 제조시설 4개 중 2번째 시설로 심장대사질환, 종양학, 면역학, 신경과학 등 여러 치료 분야에 걸쳐 저분자 의약품 파이프라인 생산에 주력할 예정이다. 특히 경구용 저분자 GLP-1 수용체 작용제 비만 및 당뇨병 치료 신약후보인 오르포글리프론(orforglipron)을 생산하게 된다. 릴리는 올해 말에 오르포글리프론을 비만 치료제, 내년 초에 당뇨병 치료제로 글로벌 규제기관에 허가 신청할 계획이다.
릴리는 신공장 건설로 그레이터휴스턴 지역에 고숙련 엔지니어, 과학자, 운영인력, 실험실 기술자를 포함해 615개의 새로운 고임금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부지 정리, 공장 신축, 설비 가동 과정에서 4000개의 건설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예상했다.
릴리는 머신러닝, 인공지능(AI), 디지털통합 시스템, 첨단 데이터 분석을 포함한 첨단기술을 활용해 처음부터 통합 제조 실행을 추진할 방침이다. 디지털 자동화를 전면적으로 도입해 운영을 간소화하고 안전한 고품질 의약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텍사스 지역 대학들과 협력하면서 교육 이니셔티브에 투자하고 강력한 인재 파이프라인을 구축키로 했다.
앞서 릴리는 앞서 릴리는 올해 2월 26일 워싱턴 D.C.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다양한 치료제 영역에 걸쳐 미국 내 의약품 제조 부문에 대한 투자를 확대한다는 계획을 공개한 바 있다. 당시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총 230억달러를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수정해 2020년부터 향후 5년간)에 걸쳐 500억달러를 투입하고 4곳의 새로운 의약품 제조시설을 건립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지난 9월 16일에는 미국 버지니아주의 주도(州都)인 리치먼드의 서쪽 구치랜드카운티(Goochland County)에 50억달러를 투자해 단일클론항체, 항체약물결합체(ADC)의 원료의약품 및 완제약 제조시설을 건립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릴리는 신규 제조시설 4개 모두 5년 이내에 가동에 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릴리의 데이비드 릭스(David Ricks) 이사회 의장 겸 CEO는 “새로운 휴스턴 시설은 오르포글리프론의 대규모 생산 역량을 강화해줄 것”이라며 “음식이나 물 섭취 제한 없이 복용할 수 있는 알약의 편리함을 선호하는 전 세계 수천만 명의 사람들을 위한 대사건강 치료제로서 오르포글리프론의 잠재력을 실현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미국 내 대규모 투자와 API 생산 역량의 온쇼어링(해외 생산시설의 자국내 이전)은 오르포글리프론을 포함해 미래에 출시될 삶을 변화시키는 의약품에 대한 더욱 신속하고 안전한 접근을 보장할 것”고 강조했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23일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미국 공장 인수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셀트리온 제공)
한편 릴리의 뉴저지주 브랜치버그에 있는 생산공장을 인수한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23일(한국 시간)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추가 생산 기지를 건설할 경우 현재 송도2공장의 1.5배 정도 되는 생산 규모를 확보하게 된다”며 “미국에 수출하는 셀트리온 제품뿐 아니라 추가적인 CMO 사업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생산 준비 및 인허가를 거쳐 2027년부터 셀트리온 제품 생산이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며 “공장의 절반은 셀트리온 제품의 미국 물량을, 나머지 절반은 기존에 생산 중이던 릴리의 제품을 생산하는 데 활용된다:고 말했다. 릴리와의 CMO(수탁생간) 계약은 공장 인수와 함께 체결됐다. CMO 매출은 내년부터 셀트리온 매출에 반영된다.
셀트리온 미국법인인 셀트리온USA은 이번 공장 인수에 4600억원을 투입했다. 공장 운영 자금까지 포함해 7000억원의 자금이 추가로 들어간다. 초기 투자 자금은 셀트리온USA를 통해 유상증자로 마련할 예정이다.
셀트리온이 인수하는 릴리 공장은 총 14만8760m²(약 4만5000평) 규모로 의약품 생산 시설 및 물류창고, 기술지원동, 운영동 등 4개 건물이 들어서 있다. 이 중 3만6363m²(약 1만1000평)는 추가 생산 시설을 지을 수 있는 유휴 부지다. 셀트리온은 미국 의약품 수요에 따라 7000억원을 더 투자해 추가 생산 시설을 확대할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이 공장에 투입되는 시설운용 자금은 최대 1조4000억원이 된다.
셀트리온이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것은 결국 트럼프발 ‘관세 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해서다. 서 회장은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정책은 그다음 정권까지 이어질 것“이라며 ”다음 정권이 오더라도 방식은 다르겠지만 현 정부의 관세를 없던 일로 만들진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이번 인수를 통해 셀트리온은 관세 리스크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8월 5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초기에는 소규모 관세를 부과하겠지만 1년 후, 최대 1년 반 안에 150%로 관세가 올라갈 것”이라며 “이후 250%까지 인상해 의약품을 미국 내에서 생산하게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하 25일 트럼프 SNS 발표내용 추가) 실제로 트럼프는 25일(미국 현지시각), 다음달(10월)부터 미국 내에 제조시설을 건설하지 않는 제약회사의 브랜드 및 특허 의약품에 대해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의 품목관세는 HS 코드로 관리되고 있는데, 의약품에 대한 HS 코드로는 브랜드의약품이나 특허의약품, 개량신약/바이오베터, 특허만료의약품(제네릭의약품/바이오시밀러)를 구분할 수 없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어떤 품목에 100% 관세가 적용될지는 미지수다.
한편 미국 생산 공장을 사려는 기업들이 늘어나며 미국 의약품 생산 공장의 몸값도 빠르게 오르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에 있는 캠브렉스라는 CMO 기업 공장이 약 40억 달러(약 5조5700억 원) 매물로 올라오기도 했다. 6년 전과 비교했을 때 약 2배가 오른 금액이다. 서 회장은 “미국 관세, 현지 공장의 숙련된 인원, 물류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현지 공장을 인수하는 것이 많은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봤다”며 “1조원이 넘는 돈이 들어갔지만 ‘남는 장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