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소세포폐암 치료에서 얀센 ‘리브리반트주’(Rybrevant, 성분명 아미반타맙, amivantamab-vmjw)와 유한양행의 국산신약 ‘렉라자정’(LECLAZA, 성분명 레이저티닙, lazertinib) 병용요법의 유효성 및 안전성을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정’(Tagrisso, 성분명 오시머티닙 osimertinib) 단독요법, 렉라자 단독요법과 각각 비교평가한 ‘MARIPOSA’ 3상 임상시험의 최종 연구결과가 9월 7일자 ‘뉴잉글랜드조널오브메디신’(The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NEJM, IF=78.5)에 게재됐다.
이번 연구논문은 3가지 요법의 전체생존기간을 비교한 것으로 각각 429명의 환자가 아미아미반타맙-레이저티닙 또는 오시머티닙을 투여받도록 배정됐다. 중앙값 37.8개월의 추적 관찰 기간에 아미반타맙-레이저티닙은 오시머티닙보다 전체생존기간(OS)이 유의하게 길었다(사망 위험비, 0.75; 95% 신뢰 구간, 0.61~0.92; P=0.005). 전체생존기간 중앙값은 병용요법이 42.9개월 이상(데이터 미성숙으로 인한 최종 결과 미도출)인 반면 오시머티닙 단독요법은 36.7개월(35.4~41.0개월)로 산출됐다. 즉 병용요법의 사망위험이 25% 낮게 나타났다.
그동안 오시머티닙의 전체생존기간 3년 돌파 기록을 아미반타맙-레이저티닙 병용요법이 깰 수 없을 것으로 관측돼왔는데 드디어 이번에 이를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MARIPOSA’ 3상 임상시험의 전체생존기간 비교(출처 NEJM 캡처)
3년 전체 생존율은 각각 60%와 51%로 산출됐다. 임상 종료 시점에 아미반타맙-레이저티닙군 참가자의 38%와 오시머티닙군 참가자의 28%가 배정된 치료를 계속 받았다.
3등급 이상의 이상반응은 아미반타맙-레이저티닙(참가자의 80%)에서 오시머티닙(52%)보다 더 흔하게 나타났다. 특히 피부 관련 이상반응, 정맥 혈전색전증, 주입 관련 이상반응이 더 자주 발생했다. 이러한 결과는 각 치료제가 기존 임상에서 알려진 안전성 프로파일과 일치했다. 추가 추적관찰에서 새로운 안전성 징후는 관찰되지 않았습니다.
관심을 끌었던 뇌 전이 억제 효과는 아미반타맙-레이저티닙가 우위를 보였다. 이 병용요법의 뇌전이 무진행 생존기간은 25.4개월로 오시머티닙 22.2개월보다 길었다. 뇌전이 위험은 21% 낮은 것으로 평가됐다.
뇌전이 치료반응 기간 중앙값도 병용요법은 35.7개월로 도출된 반면 오시머티닙은 29.6개월로 짧았다.
이번 임상은 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EGFR) 엑손 19 결손 또는 L858R 치환 변이를 동반한 성인 국소진행성 및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현재 리브리반트와 렉라자 병용요법은 미국과 한국에서 ‘표피성장인자수용체(EGFR) 엑손 19 결손 또는 엑손 21(L858R) 치환 변이된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성인 환자의 1차 치료제’로 허가돼 있다.
이번 연구에서 조병철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암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교신저자로 참여했다. 논문제목은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에서 아미반타맙-레이저티닙 병용요법의 전체 생존기간’(Overall Survival with Amivantamab–Lazertinib in EGFR-Mutated Advanced NSCLC)이다.
조 교수는 논문에서 “아미반타맙-레이저티닙 병용요법은 이전에 치료받지 않은 EGFR 돌연변이 진행성 비소세포폐암 환자에서 오시머티닙보다 전체 생존기간을 유의미하게 연장시켰다”며 “다만 3등급 이상의 이상반응 발생 위험은 오시머티닙 대비 높았다”고 결론지었다.
조병철 교수는 이번 논문으로 한국인 의사로는 처음으로 ‘NEJM’에 종양학 분야에서 세 번째 논문을 게재하게 됐다. 특히 한국에서 개발된 ‘레이저티닙’과 관련해 두 차례 게재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리브리반트-렉라자 병용요법이 내놓은 뜻밖의 전체생존기간 호실적에 맞서 아스트라제네카도 7일(스페인 현지시각) 의미 있는 결과를 발표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이날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최된 세계폐암학회(WCLC2025) 학술대회에서 ‘FLAURA2’ 임상시험 최종 전체생존기간(OS) 결과를 발표했다. 타그리소 단독요법과 타그리소+화학요법 병용요법을 비교한 연구 결과로, 리브리반트-렉라자 병용요법에 맞불을 놓겠다는 심산이다.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오시머티닙)와 페메트렉시드 및 백금 기반 항암화학요법을 병용한 치료는, 타그리소 단독요법 대비 EGFR 변이(Ex19del 또는 L858R)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비편평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1차 치료에서 주요 2차 평가변수인 OS를 통계적으로 유의하고 임상적으로 의미 있게 개선한 것으로 나타났다.
타그리소 병용요법군의 전체생존기간 중앙값(mOS)은 약 4년(47.5개월)으로, 이는 타그리소 단독요법군의 약 3년(37.6개월) 대비 생존기간이 연장됐다. 데이터 성숙도 57% 기준 분석에서, 병용요법은 단독요법 대비 사망 위험을 23% 낮췄다(HR 0.77; 95% CI: 0.61–0.96; p=0.02).
병용요법군의 3년 시점 생존율은 63.1%, 4년 시점 생존율은 49.1%이었으며, 단독요법군은 3년 시점 생존율 50.9%, 4년 시점 생존율 40.8%였다.
FLAURA2 연구의 책임연구자인 프랑스 귀스타브루시병원(Gustave Roussy, Villejuif)의 데이비드 플랜차드(David Planchard) 박사는 “폐암 치료의 핵심 목표는 생존기간 연장과 동시에 환자의 삶의 질을 유지하는 데 있다. 이번 연구는 전체생존기간 중앙값에서 성과를 보인 의미 있는 결과로, 타그리소 병용요법이 이 두 가지 치료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타그리소는 항암화학요법 병용 여부와 관계없이 EGFR 변이(Ex19del or L858R)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비편평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1차 치료에서 표준 치료 옵션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아스트라제네카 종양∙혈액질환 R&D 총괄 부사장인 수잔 갤브레이스(Susan Galbraith)는 “이번 FLAURA2 연구 결과는 EGFR 변이(Ex19del 또는 L858R)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비편평 비소세포폐암 환자에게 새로운 생존기간 데이터를 제시한 중요한 이정표다. 타그리소 병용요법은 1차 치료에서 전체생존기간 중앙값 약 4년을 달성하며, 기존 FLAURA 연구에서의 3년 생존 기준을 넘어섰다. 지난 10년 동안 타그리소는 폐암 전 병기에 걸쳐 우수한 생존기간 데이터와 내약성을 지속적으로 확인해 왔으며, 이번 결과를 통해 타그리소가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에서 백본 치료제임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같은 얀센과 아스트라제네카의 전체생존기간 임상 결과는 비록 병용요법 간 헤드 투 헤드(직접비교) 결과는 아니지만 타그리소+화학요법과 리브리반트+렉라자 병용 모두 타그리소 단독 대비 사망 위험을 각각 23%, 25% 낮추며 사실상 유사한 수준의 성과를 보였다.
특히 지금까지 1차 치료에서 OS 연장을 최종적으로 입증한 조합은 렉라자+리브리반트가 유일했지만, 이번 WCLC 2025에서 타그리소 병용요법의 결과가 추가되면서 라이벌 구도가 정립될 전망이다.
한편 국내 임상 현장에서 두 약제의 병용요법 경쟁은 급여여부에 따라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5월 항암제 병용요법 부분급여 제도가 시행되면서 렉라자 병용요법과 타그리소 병용요법을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제로 사용할 수 있게 됐다. 다만 급여가 적용되고 있는 렉라자, 타그리소, 화학항암요법은 급여가 가능하지만 리브리반트는 비급여로 사용해야 한다. 상대적으로 약가 부담이 큰 렉라자와 리브리반트 병용요법에 이번 결과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