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장쑤헝루이제약(江蘇恒瑞醫葯, Jiangsu Hengrui Pharmaceuticals, 항서제약)은 미국 신생기업 브레이브하트바이오(Braveheart Bio)에 심장 마이오신 저분자 억제제 ‘HRS-1893’의 중화권을 제외한 글로벌 권리를 이전하는 라이선스 아웃 계약을 체결했다고 지난 5일(미국 현지시각) 발표했다.
브레이브하트바이오는 심혈관질환에 주력하는 미국 기반의 신생 생명공학기업으로 벤처캐피털 포비온(Forbion), 오비메드(OrbiMed) 등을 포함한 주요 투자자 컨소시엄의 지원을 받고 있다. 회사의 구체적인 소재지도 알려진 바 없다.
계약에 따라 항서제약은 브레이브하트에 중국 본토, 홍콩, 마카오, 대만을 제외한 전 세계에서 HRS-1893을 개발, 제조, 상업화할 수 있는 독점적 권리를 이전한다.
브레이브하트는 항서제약에 선불 계약금 6500만달러(현금 3250만달러와 브레이브하트 주식 3250만달러)를 지급한다. 아울러 기술 이전 완료 시점에 최대 1000만달러의 단기 지급금을 전달할 예정이다.
향후 항서제약은 브레이브하트로부터 최대 10억1300만달러의 개발 및 상업화 마일스톤 지급금과 별도의 순매출액 관련 로열티를 받을 수 있다.
HRS-1893은 항서제약이 개발한 고선택적 저분자 마이오신 억제제로 마이오신 ATP 가수분해효소(ATPase) 활성을 특이적으로 억제해 심근의 과도한 수축을 억제함으로써 죄심실 비대를 감소시키며 이완기의 혈관 탄성을 개선할 수 있다.
HRS-1893에 대한 다수의 임상시험이 수행됐으며 최근 ‘유럽심장학회(ESC) 2025’ 학술대회에서 1상 결과가 발표됐다. 중국에서는 폐색성 비대성 심근병증(oHCM)에 대한 3상 임상이 개시됐다. 서구권에서는 지난 6월 호주에서 1상이 시작됐다.
중국 항서제약 로고
항서제약의 부사장 겸 최고전략책임자 프랭크 장(Frank Jiang) 박사는 “이번 계약은 항서제약이 18개월 만에 두 번째로 주요 국제 투자기관(창업투자회사가 출자한 신생 바이오기업)과 협력하면서 ‘NewCo’ 모델을 활용한 우리의 혁신신약이 전 세계 환자에게 혜택을 줄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을 보여준 사례”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의 다각화되고 높은 가치를 지닌 연구개발 파이프라인의 글로벌 경쟁력을 보여줬다. 심혈관질환에 대한 혁신적인 치료제 개발을 가속화해 전 세계 환자에게 보다 임상적으로 가치 있는 치료 옵션을 제공하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항서제약은 2024년 5월에 NewCo 모델을 활용해 미국 신생기업 카일레라테라퓨틱스(Kailera Therapeutics)에 GLP-1 계열 약물 파이프라인(HRS-7535, HRS9531, HRS-4729)을 라이선스 아웃하는 최대 60억달러 규모의 계약을 성사시킨 바 있다. 항서제약은 이 신생기업의 지분 19.9%를 확보했다. 카일레라는 Bain Capital Life Sciences, Atlas Venture, RTW Investments 등이 출자한 회사다.
이밖에 항서제약은 올해 3월에는 심혈관질환 2상 단계의 경구용 저분자 지질단백질(a)[Lp(a)] 억제제 후보물질 ‘HRS-5346’을 미국 머크(MSD)에 라이선스 아웃하는 최대 17억7000만달러의 계약을 체결했다.
올해 7월에는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과 PDE3/4 억제제 계열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치료제 후보물질 ‘HRS-9821’을 포함한 최대 12개의 신약후보물질에 대해 약 120억달러 규모의 계약을 맺었다.
브레이브하트바이오의 트래비스 머독(Travis Murdoch) CEO는 “항서제약과 협력해 HRS-1893의 후기 임상 개발 단계를 진행하게 돼 흥분된다. 최근 ESC 2025에서 발표된 HRS-1893의 1상 데이터는 이 후보물질에 대한 우리의 확신을 뒷받침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 약물이 심장 마이오신 억제제 가운데 최고 수준의 특성을 지닐 수 있다고 믿는다. 심혈관질환 분야에서 커지고 있는 미충족 수요를 해결할 차별화된 치료제로서의 잠재력을 더욱 발전시킬 수 있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머독은 2024년 5월, 휴먼이뮤놀로지바이오사이언스(HI-Bio, 하이바이오)를 11억5000만달러의 선불 계약금에 최대 6억5000만달러의 추가 마일스톤을 지급받는 조건으로 바이오젠에 매각한 주역이다. 그는 잠시 잠행했다가 이번에 브레이브하트바이오의 CEO로 복귀했다.
HRS-1893은 잠재적 마이오신 억제제 계열 최고의 신약후보물질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 계열 신약으로 미국 식품의약국 승인을 받은 약은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의 ‘캄지오스캡슐’(Camzyos 성분명 mavacamten 마바캄텐)과 미국 남샌프란시스코 소재 사이토키네틱스(Cytokinetics)의 아피캄텐(aficamten, FDA 심사 중, 2025년 12월 26일전 승인 여부 결정)이 있다.
캄지오스는 2022년 4월 28일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성인 증후성 뉴욕심장협회(NYHA) 2~3등급 폐쇄성 비후성 심근병증(obstructive hypertrophic cardiomyopathy, oHCM)의 기능 및 증상 개선제로 허가받았다. 아피캄텐도 같은 적응증으로 개발이 진행된 신약후보로 승인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현재 비 폐쇄성 비후성 심근병증에 대한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다. HRS-1893은 캄지오스나 아피캄텐을 능가할 잠재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