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디스크(Novo Nordisk)의 GLP-1 수용체 작용제 계열 비만치료제 '위고비(Wegovy, 세마글루타이드 semaglutide 2.4 mg)가 지난 15일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대사 기능 이상 관련 지방간염(Metabolic dysfunction-Associated SteatoHepatitis, MASH) 치료제로 승인받았다. 이로써 위고비는 당뇨병, 비만을 넘어 간질환 치료로 영역을 넓히게 됐다.
위고비는 중등도, 진행성 간 섬유화(F2-F3)를 동반한 비간경변 대사이상 관련 지방간염 성인 환자의 치료를 위해 칼로리 저감 식이요법 및 운동요법과 병행하는 용도로 가속승인을 획득했다.
이번 승인은 3상 ‘ESSENCE’ 임상시험의 파트 1 데이터를 근거로 이뤄졌다. 이 임상은 중등도~고도 진행성 간 섬유화를 동반한 대사이상 관련 지방간염 성인 환자를 대상으로 주 1회 위고비 2.4mg의 효과를 평가했다. 참가자 1200명 중 800명은 위고비 2.4mg, 400명은 위약군으로 무작위 배정됐다.
위고비는 지방간염 악화 없이 위약 대비 통계적으로 유의하고 우수한 간 섬유화 개선 효과를 보였고 간 섬유화 악화 없이 지방간염을 해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치료 72주 차에 지방간염 악화 없이 간 섬유화 개선을 달성한 환자 비율은 위고비 치료군이 36.8%, 위약군이 22.4%였다. 간 섬유화 악화 없이 지방간염 해소를 달성한 환자 비율은 위고비 치료군이 62.9%, 위약군이 34.3%였다.
현재 ESSENCE 임상시험은 240주 시점에 위고비 2.4mg 치료의 간 관련 임상 사건 위험 감소 효과를 평가하기 위한 파트 2가 계속 진행 중이다. ESSENCE 임상시험 파트 2의 데이터는 2029년에 도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위고비의 주요 부작용은 메스꺼움, 설사, 구토, 변비, 복통, 두통, 피로, 소화불량, 어지럼증 등이다. 또 갑상선 수질암 병력이 있거나 다발성 내분비종양 환자, 성분 과민증이 있는 환자는 복용을 피해야 한다.
MASH는 간에 지방이 과도하게 쌓여 염증과 흉터를 일으키는 질환으로, 미국 성인의 약 5~6%에 해당하는 1490만 명이 앓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비만과 제2형 당뇨병, 고중성지방, 고 저밀도지단백(LDL)-콜레스테롤 등이 발병 위험을 높이며, 방치할 경우 간경변이나 간암으로 이어질 수 있다.
노보노디스크 미국 의학 부문 책임자인 제이슨 브렛(Jason Bret)은 “효과적인 치료법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질병 진행을 막을 수 있는 약물이 절실했다”고 말했다. 현재 FDA로부터 MASH 치료제로 승인받은 약물은 2024년 3월에 허가가 난 마드리갈파마슈티컬스의 THR-β(갑상선호르몬 수용체 베타) 작용제 ‘레즈디프라’(Rezdiffra 성분명 resmetirom)가 유일하다.
노보노디스크는 이번 임상시험 결과를 토대로 유럽과 일본에도 승인을 신청했다. 릴리는 GLP-1 및 GIP 이중 작용제 계열 터제파티드(terzepatide) 성분의 ‘마운자로’가 2상에서 MASH 환자의 상태가 악화되지 않으면서 흉터가 개선된 비율이 74%에 달했다고 보고했다.
베링거인겔하임의 글루카곤(GCG)/GLP-1 수용체 이중작용제 서보두타이드(Survodutide; BI456906)는 2024년 10월 8일, MASH 관련 혁신치료제(Breakthrough Therapy) 지정받았다. 이처럼 MASH를 둘러싼 시장 경쟁이 한층 가열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