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리의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키순라’(Kisunla, 성분명 도나네맙, Donanemab )가 미국에서 부작용 위험을 줄인 새로운 용법을 승인받았다.
릴리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월 1회 투여하는 아밀로이드 표적치료제 키순라에 대한 새로운 권장 적정 투여 일정을 포함하는 라벨 업데이트를 승인했다고 9일(현지시각) 발표했다.
키순라는 아밀로이드 병리 존재가 확인된 알츠하이머병으로 인한 경도인지장애(MCI) 및 경증 치매 환자를 포함한 초기 증상성 알츠하이머병 성인 환자의 치료제다.
키순라의 새로운 권장 투여용법은 보다 점진적인 적정(滴定, titration)을 추구한다. 새 용법은 첫 달에는 하나의 바이알을, 두 번째 투여에서 2개의 바이알을, 3번째 투여에서 3개의 바이알을 각각 사용하고 이후 매달 4개 바이알을 투여한다. 기존 용법은 첫 3개월 동안 매월 2바이알을 투여하고 4개월 차부터 표준용량(월 4개 바이알)을 투여하는 것이었다.
FDA가 승인한 수정된 적정 일정은 ‘TRAILBLAZER-ALZ 6’ 임상연구에서 기존 투여 일정과 비교했을 때 24주 및 52주 차에 부종/삼출을 동반한 아밀로이드 관련 영상 이상(Amyloid-Related Imaging Abnormalities-edema/ effusion, ARIA-E) 발생률을 유의하게 낮추면서 아밀로이드 플라크 제거 및 P-tau217 감소 효과는 유사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난 결과를 바탕으로 설정됐다.
ARIA-E는 키순라를 비롯한 아밀로이드 플라크 표적치료제(항체)의 부작용으로, 대개 무증상이지만 심각하고 치명적인 사건이 발생할 수 있다.
TRAILBLAZER-ALZ 6 연구의 주요 결과에 따르면 24주 차 ARIA-E 발생률은 수정된 적정용법을 받은 환자군이 14%, 기존 투여용법을 받은 환자군이 24%로, 수정된 적정용법이 ARIA-E 발생률을 유의하게 41% 낮췄다.
52주 차 ARIA-E 발생률은 수정된 적정용법을 받은 환자군이 16%, 기존 투여 용법을 받은 환자군이 25%로, 수정된 적정용법의 상대적 위험이 35% 낮았다.
수정된 적정용법을 받은 환자군에서 52주 시점에 무증상 방사선학적 사건을 포함한 ARIA, ARIA-E, ARIA-H〔뇌내 미세출혈(microhemorrhage) 및 헤모시데린(표재철) 침착(hemosiderin deposition, superficial siderosis)〕 발생률은 각각 29%, 16%, 25%였다.
24주 시점에 아밀로이드 PET를 사용해 관찰한 결과 수정된 적정용법을 받은 환자군의 아밀로이드 플라크 수치는 기저치 대비 평균 67% 감소했고 기존 투여용법을 받은 환자군은 69%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연구에서 새로운 이상반응은 확인되지 않았는데 과민반응 및 주입관련반응 발생률은 더 높은 것으로 관찰됐다.
릴리의 알츠하이머병 글로벌·미국 의학부 부사장 브랜디 매튜스는 “이번 키순라 라벨 업데이트는 의료전문가들이 환자를 위한 적절한 치료 옵션을 평가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환자 안전과 알츠하이머병 치료 발전을 위한 릴리의 변함없는 노력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미국 FDA는 작년 7월에 ‘TRAILBLAZER-ALZ 2’ 임상시험 데이터를 기반으로 키순라를 승인했다.
이 임상시험에서 키순라는 알츠하이머병이 병리적으로 덜 진행된 환자의 인지 및 기능 저하를 18개월 시점에 위약 대비 최대 35% 늦췄고 전체 연구 집단에서는 22% 늦춘 것으로 입증됐다. 이 기간에 키순라는 다음 질병 단계로 진행될 위험을 37% 감소시켰다.
현재 릴리는 다수의 임상시험을 통해 도나네맙에 대한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임상전(증상발현 전) 알츠하이머병 환자에서 증상성 알츠하이머병으로의 진행 위험 감소 가능성을 평가하는 ‘TRAILBLAZER-ALZ 3’ 임상시험과 중국, 한국, 대만 등에서 초기 증상성 알츠하이머병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허가용 임상시험인 ‘TRAILBLAZER-ALZ 5’ 등이 진행 중이다.
한편 도나네맙은 올해 4월 유럽의약품청(EMA)으로부터 승인을 거절당했다. EMA는 키순라에 대해 인지기능 개선 효과가 제한적이며 아밀로이드 관련 영상이상(ARIA)이 높은 빈도로 발생한다며 승인하지 않았다.
ARIA 위험이 더 낮은 에자이의 ‘레켐비’(Leqembi, 성분명 레카네맙, lecanemab)도 유럽 EMA 산하 CHMP로부터 2024년 11월 조건부 승인 권고를 받았다. 또 올해 2월 EMA는 해당 결정을 유지하면서 ApoE4 유전자형에 따라 투약 대상을 제한한 바 있다.
실제로 레켐비는 투여 환자 12.6%에서 ARIA가 발생했다. 반면 키순라의 ARIA 발생 비율은 ARIA-E(뇌부종)의 경우 약 24%, ARIA-H (뇌출혈)의 경우 약 31.4%로 나타났다. 키순라는 레켐비보다 높은 ARIA 발생률을 보인 것이다. 키순라는 FDA 승인을 받을 때도 부작용 문제로 난항을 겪었다. 추가 진단 검사가 필요하고 잠재적으로 예상되는 치명적인 부작용이 여전히 처방 확대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