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KRPIA)는 국내에 진출한 31개 글로벌 제약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2024년 R&D 비용과 연구 인력 현황'을 12일 발표했다. 이번 조사 결과, 글로벌 제약사들이 2023년 한 해 동안 국내 임상연구에 약 8천 7백 29억 원을 투자했으며, 이는 전년 대비 6.7% 증가한 수치로, 최근 5년간 연평균 15.9%의 성장세를 보였다.
2023년 글로벌 제약사들이 임상시험을 통해 국내 환자들에게 제공한 임상연구용 의약품 비용은 약 3천 2백 8억 원에 달했다. 임상연구 건수는 전년 대비 7.7% 증가하여 총 1천 7백 23건으로 집계됐고, 특히 3상 임상시험 건수는 12.8% 증가한 644건을 기록하며 전체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또한 초기 임상시험인 1상과 2상 연구는 최근 5년간 연평균 각각 14.5%와 7.9%의 증가세를 나타내어 국내 임상시험 역량이 질적인 면에서도 인정받고 있음을 시사했다.
중증 및 희귀질환 연구에서도 글로벌 제약사들의 지속적인 투자가 눈에 띄었다. 2023년 연구 중 항암제 연구가 69.0%인 975건을 차지했으며, 희귀질환 연구는 13.5%인 191건을 기록했다. 최근 5년간 항암제 연구는 연평균 10.0%, 희귀질환 연구는 35.3%의 성장률을 보이며 증가했다. 이는 기존 의약품으로는 치료가 어려운 중증 및 희귀질환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 옵션을 제공하기 위한 글로벌 제약사의 노력이 반영된 결과다.
이와 함께, 글로벌 제약사의 임상연구 투자는 국내 전문 인력 창출과 제약산업 발전에도 기여하고 있다. 2023년 R&D 활동 종사 인력은 2천 2백 99명으로 집계됐으며, 이 중 임상연구 인력의 비중은 52.9%에 달했다. 또한, KRPIA 소속 제약사들은 국내 제약사 및 연구소, 병원과 협약을 맺고 공동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으며, 대학과 연구소를 대상으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도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학교병원 김동완 임상시험센터장은 이번 보고서에 대해 “글로벌 제약사들이 한국에서 활발하게 임상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는 중요한 예시”라며, “임상시험을 통해 새로운 치료법을 안전하게 도입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신기술을 도입한 다양한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임상시험 환경과 제도의 선진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KRPIA는 "임상적 효과와 안전성이 입증된 글로벌 신약이 국내에서 신속히 제공될 수 있도록 약가와 급여 결정에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