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적인 요추뼈는 5개지만, 간혹 선천적으로 그 개수가 다르거나 구조가 비정상적인 경우가 있다. 이러한 척추의 기형을 ‘이행성 척추’라고 한다. 요추(허리뼈)가 비대해져 천추(엉치뼈)와 붙어 척추뼈가 4개로 줄어드는 ‘천추화’ 또는 천추의 일부가 분리돼 척추뼈가 6개로 늘어나는 ‘요추화’로 구분된다.
이행성 척추는 척추가 받는 압력과 부담이 달라지면서 척추 안정성이 저하될 수 있다. 이는 척추의 피로도를 쉽게 높이고 척추관협착증과 같은 퇴행성 척추질환의 위험을 높일 수 있다. 이로 인해 허리통증, 하지방사통 등이 나타나는 현상을 ‘베르톨로티증후군’(Bertolotti Syndrome)이라고 한다.
이 증후군은 전 세계 인구의 4~8%에서 나타나 비교적 발생률이 낮지만, X-레이나 자기공명영상(MRI) 등 영상 진단을 통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세부 증상에 따라 수술적 치료 또는 비수술적 치료가 시행된다.
수술적 치료로는 절제술, 감압 및 유합술 등이 있다. 비수술적 치료는 물리치료, 진통제, 스테로이드 주사 등이 대표적이다. 수술 과정이 일반 척추질환 환자에 비해 복잡하고 부작용의 위험이 있어 보존적 치료가 우선적으로 진행되는 편이다. 다만 발병률이 낮은 만큼 효과적이고 지속적인 보존적 치료법에 대한 연구는 부족한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조소현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 한의사 연구팀은 ‘베르톨로티 증후군으로 인한 요통 환자의 증례보고 및 인구역학적 분석 결과’를 SCI(E)급 국제학술지 ‘메디슨’(Medicine, IF=1.6)에 ‘Integrative Korean medicine treatment for low back pain with radiculopathy caused by Bertolotti syndrome: A CARE-compliant article and retrospective review of medical records’라는 제목의 논문으로 게재했다.
연구 대상은 MRI 상 베르톨로티증후군을 진단받은 30대 초반 요통환자로, 정상적인 보행이 어렵고 야간통으로 수면장애를 겪는 등 중증 이상의 요통 및 하지방사통을 호소해왔다. 이에 연구팀은 한달 여간 치료를 진행했고, 입원치료 후 5개월 간의 장기추적관찰을 통해 증상 변화를 살폈다.
환자에게는 염증과 통증을 빠르게 완화시키는 침·약침 치료, 신경을 비롯한 척추 주변 조직을 강화하는 한약 처방 등 한의통합치료가 진행됐다. 특정 혈자리에 침을 놓고 움직임을 유도하는 동작침법(MSAT)과 한의사가 직접 척추·관절의 균형을 맞추는 추나요법 치료도 이뤄졌다.
치료 결과, 입원 10일차부터 요통과 방사통의 통증숫자평가척도(NRS; 0~10)와 허리기능장애(ODI; 0~100) 점수가 점진적으로 낮아지기 시작했다. 특히 입원 시점 하지방사통 NRS는 중등도 수준인 5점에서 퇴원 시 2점으로, 하지방사통 NRS는 3점에서 2점으로 감소했다. ODI는 약 58점에서 40점으로 개선됐다. 삶의 질 상승과 함께 근력 회복, 요추 및 고관절 가동 범위 증가 등이 나타났다. 요·천추부의 기능도 크게 향상됐다. 이러한 호전세는 5개월 뒤 추적관찰에서도 안정적으로 유지됐다.
아울러 연구팀은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자생한방병원(강남·대전·부천·해운대)에 내원한 이행성 척추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인구역학적 연구를 실시했다. 분석 결과, 남성 환자에게는 천추화, 여성 환자에게는 요추화가 더 많이 발견됐고, 이로 인해 의료기관을 찾는 환자는 40~50대가 가장 많았다. 호발하는 통증 유형은 ‘요통(47%)’과 ‘방사통을 동반한 요통(41%)’이었다. 전체 환자의 수술 경험률은 4%에 불과해 대부분 비수술적 방법을 선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조소현 한의사는 “한의치료를 경험하는 이행성 척추 환자들의 역학적 특징을 분석한 첫 번째 연구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베르톨로티증후군에 대한 한의통합치료 효과가 입증된 바, 향후 대규모 후속 연구를 통해 임상에서 치료 선택지가 더 넓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