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결함으로 피부에 존재하는 7형 콜라겐 형성이 원활치 않아 피부와 점막이 손쉽게 손상되고 만성적인 피부 상처를 안고 살아가게 되는 ‘열성 이영양형 수포성 표피박리증’(recessive dystrophic epidermolysis bullosa, RDEB)은 대표적인 희귀 중증 유전성 피부질환이다. RDEB를 겪는 환자들은 아물지 않는 피부 상처 때문에 반복적으로 2차 감염과 통증에 시달리며, 피부암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두려움 속에서 생활한다.
선천적인 유전질환 환자 중 유전적 돌연변이를 가진 피부세포 일부가 정상적인 유전형으로 되돌아가는 현상이 간혹 자연적으로 발생하기도 한다. 이러한 자연복원 현상을 ‘리버턴트 모자이시즘’(revertant mosaicism)이라 부른다.
몇몇 유전성 피부 질환, 예를 들어 어린선이나 수포성 표피박리증 환자 일부에서 드물게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수포성 표피박리증 환자에게 리버턴트 모자이시즘이 발생하면 해당 부위는 표피와 진피를 연결하는 기저 막대에 결핍되었던 단백이 회복되어 피부를 문질러도 수포와 상처가 일어나지 않는 정상적인 외관의 작은 섬처럼 관찰된다.
이상은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 피부과 교수와 배상수 서울대 의대 생화학교실 교수로 구성된 연구팀은 ‘리버턴트 모자이시즘’이 발생한 RDEB 환자를 대상으로 자가 피부이식을 통해 만성궤양 치료에 성공한 증례보고를 미국의사협회가 발행하는 권위 있는 피부과 학술지인 ‘JAMA Dermatology’(IF=11.5) 2024년 9월호에 게재했다.
연구팀은 30세 여성 중증 RDEB 환자 팔 부위에서 수포가 발생하지 않는 손바닥 크기 정상 피부를 발견하고, 해당 부위의 세포에서 나노포어 시퀀싱을 통한 RNA 분석을 통해 자연적으로 유전자 결함이 교정되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돌연변이 자연복원 현상이 일어난 팔 부위 피부에서 약 2mm 크기 조직을 40∼50개 정도 채취한 후, 환자 신체에서 가장 심각했던 등 부위의 만성 궤양 (약 20X14㎝)에 8차례 이식 치료를 했다.
치료 후 2∼6주에 이식된 조직은 빠르게 재생됐고, 주변 피부까지 재생과정이 일어나 재상피화된 영역이 이식 부위 대비 최대 360% 초과하였음을 관찰했다. 이식 부위는 15개월 동안 재발없이 유지됐고, 환자는 통증 감소와 삶의 질 개선을 경험했다.
연구를 주도한 이상은 교수는 “이번 연구는 RDEB 환자 치료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 중요한 성과”라며 “돌연변이 자연복원이 일어난 세포는 자연치유 플랫폼으로서 강력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음을 입증한 결과”라고 말했다.
배상수 교수는 “이 연구는 향후 유전자 교정을 통한 치료법 개발에도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 것으로 평가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