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약품비 지출에서 신약이 차지하는 비중이 OECD의 평균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으로 조사됐다.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KRPIA)는 22일 신약에 대한 국내의 낮은 급여 보장율에 대한 문제를 지적한 '신약의 치료군별 약품비 지출 현황 분석'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는 동덕여대 유승래 교수가 진행했으며, 최근 6년간(2017~2022년) 국내 건강보험 약품비 지출 내 신약의 비중을 분석했다. 연구에 따르면, 국내 신약의 지출비중은 13.5%로 OECD 국가 평균 33.9%, A8 국가(영국, 프랑스, 캐나다 등) 평균 38.0%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KRPIA는 이번 연구를 통해 국내 신약 지출비중이 주요 국가에 비해 절반 이하 수준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이는 비교 가능한 OECD 26개 국가 중에서도 최저 기록에 해당하며, 특히 2022년에는 A8 국가와의 격차가 3배까지 벌어졌다는 점을 강조했다. KRPIA는 이를 통해 국내 환자들의 신약 접근성이 국제적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음을 우려했다.
연구는 우선 사망원인 질환을 중심으로 국내외 신약 지출비중을 비교했다. 항종양계 신약 지출 비중은 OECD 평균 54.4%, 한국 46.2%로 큰 차이가 없었으나, 심혈관계, 신경계, 호흡기계 질환에서는 큰 격차가 드러났다.
심혈관계 신약의 지출 비율은 OECD 평균 20.2%, 한국 2.4%로 나타났으며, 신경계 신약은 각각 30.1%와 4%, 호흡기계 신약은 각각 43%와 6.7%로 확인됐다. 이는 환자들이 중증 질환에 대한 적절한 치료를 받기 어려운 현실을 반영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연구는 또한 경제성평가가 면제된 신약과 진료상 필수약제로 등재된 신약의 수와 약품비 지출 비중이 낮다는 점도 지적했다.
경제성평가 면제 신약은 전체 신약 중 11.6%, 진료상 필수약제는 3.6%에 불과하며, 약품비 지출 비중 역시 각각 0.6%, 0.3%에 머물렀다. 전체 등재 신약 중 경제성평가를 거쳐 등재된 신약의 비중은 26.8%였고, 항종양계를 제외할 경우 이 비중은 14.5%에 불과했다.
유승래 교수는 “총 진료비 내 약품비 비중은 24% 수준으로 관리되어 왔지만, 신약의 적정 지출에 대한 구체적인 목표나 방향이 없었다”며, “질병부담이 높은 질환에 대해서는 혁신 신약의 급여화를 포함한 치료 보장성 강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영신 KRPIA 부회장은 “국내 건강보험 재정에서 신약의 지출 비중이 해외에 비해 터무니없이 낮다”며, “이는 곧 국내 환자들이 적절한 신약 치료 혜택을 충분히 받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경제성평가 개선과 면제제도 및 위험분담제도 확대 등 실질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9월 11일 국회에서 열린 심포지엄에서 발표됐다. 이 심포지엄은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KAMJ)와 더불어민주당 전진숙 의원, 개혁신당 이주영 의원이 공동 주최했으며, ‘외면받는 중증·희귀질환, 치료 기회 확대 방안’을 주제로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