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연구팀은 BRCA1 및 BRCA2(BRCA1/2) 유전자 돌연변이가 없는 유방암 환자에서도 대측 유방암(contralateral breast cancer, CBC), 즉 반대편 유방암이 발생할 위험이 높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8일 발표했다. 특히 가족력이 있는 환자는 위험이 더욱 증가할 수 있어 맞춤형 관리가 필요한 것으로 결론지어졌다.
문형곤·강은혜 서울대병원 유방내분비외과 교수는 2005~2018년에 이 병원에서 치료받은 1만3107명의 유방암 환자 데이터를 분석하여 전체 생존율 및 반대편 유방암(유방암이 없다가 추가로 생긴 유방암) 발생 위험을 평가하고, BRCA1/2 돌연변이 유무와 관련된 임상적 예후를 분석한 후향적 코호트 연구 결과를 이날 내놨다.
유방암은 가장 흔한 국내 여성암 중 하나로, 특히 젊은 연령층에서 발병률이 높아지고 있으며 가족력과 유전적 요인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BRCA1/2 유전자는 유방암과 난소암 발생 위험을 크게 증가시키는 중요한 유전자로, 돌연변이가 발생하면 DNA 복구 기능에 문제가 생겨 암 발생 위험이 급격히 높아진다. BRCA1/2 유전자 돌연변이 환자는 유방암 발생 후 반대편 유방암 재발 비율이 높지만, BRCA1/2 유전자 돌연변이가 없는 고위험군 환자들에 대한 연구는 아직 충분하지 않았다.
연구팀은 BRCA1/2 유전자 돌연변이 검사 기준에 따라 환자들을 저위험군과 고위험군으로 나눴다. 저위험군은 유전적 요인이 적거나 BRCA1/2 돌연변이 위험이 낮은 환자들로, 고위험군은 유방암 가족력, 진단 연령, 삼중음성 유방암 등의 요인으로 유전성 유방암 가능성이 높은 환자들로 분류됐다. 고위험군은 다시 BRCA1/2 유전자 돌연변이 유무에 따라 △BRCA1/2 돌연변이 환자 △BRCA1/2 돌연변이 없는 환자 △유전자 검사를 받지 않은 환자로 세분했다.
연구 결과, BRCA1/2 돌연변이가 있는 환자들은 저위험군에 비해 반대편 유방암 발생 위험이 7.3배 더 높았으며, BRCA1/2 돌연변이가 없는 고위험 환자들도 저위험군에 비해 2.77배 높은 발생 위험을 보였다.
또 10년 누적 반대편 유방암 발생 확률은 BRCA1 돌연변이 환자는 9.9%, BRCA2 돌연변이 환자는 7.2%로 나타났으며, 이는 기존에 연구된 북미 및 유럽 환자들의 반대편 유방암 발생 확률(19.5~33.5%)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수치다.
이 결과는 BRCA1/2 돌연변이가 없는 고위험 환자, 특히 가족력이 있는 환자에서 반대편 유방암 발생 위험이 일반 환자보다 높을 수 있음을 보여주며, 대규모 한국인 유방암 환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수행된 연구로서 임상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강은혜 교수는 “유전성 유방암 가능성이 높은 환자들에게 BRCA1/2 유전자 변이 검사를 시행하는데, 변이가 없는 환자도 일반 환자보다 반대편 유방암 발생 확률이 높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특히 가족력이 있는 환자는 지속적인 추적 관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형곤 교수는 “BRCA1/2 유전자 돌연변이가 있는 환자의 반대편 유방암 발생 확률이 약 10%로, 서구 환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수치를 보였다”며 “이러한 차이를 반영한 맞춤형 치료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Breast Cancer Research’(IF=6.1) 최근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