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빈 차의과학대 강남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뇌의 낮은 수준의 체세포 돌연변이(somatic mutations)가 자폐증 유발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규명했다고 8일 밝혔다.
김 교수는 KAIST, 미국 메릴랜드주 록빌의 스탠리의학연구소, 서울아산병원, 고려대 의대 등 공동 연구팀을 이끄는 1저자로서 뇌에서만 국소적으로 발생하는 돌연변이를 찾아 자폐증의 핵심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검증했다. 자폐증을 뇌에 발생하는 ‘암’ 이라고 가정해 증명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연구팀은 24명의 자폐스펙트럼장애(autism spectrum disorder, ASD)과 31명의 대조군에서 181개 대뇌 피질, 소뇌, 말초조직 샘플을 얻어 평균 판독 심도가 559.3배인 고심도 엑솜 시퀀싱을 수행해 뇌 체세포 단일 뉴클레오티드 변이(somatic single nucleotide variant. SNV)를 식별했다.
연구팀은 뇌 영역을 로 나눠 고심도 엑솜 시퀀싱을 시행한 결과 엑솜 당 2.4개 이하의 뇌 체세포 SNV를 감지했으며, 변이 대립유전자빈도(variant allele frequency, VAF, 쌍으로 존재하는 염색체에서 같은 위치에서 마주 보지만 서로 다른 형질을 나타내는 염기서열)는 0.3%로 낮았다.
돌연변이 프로필(숫자, 시그니처. 유형 포함)은 ASD 환자와 대조군 간에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흥미롭게도 낮은 수준의 뇌 체세포 SNV를 갖는 유전자와 생식세포를 손상시키는 SNV를 갖는 ASD 유발 위험 유전자를 함께 분석했을 때 이들 두 SNV를 모두 가진 경우에 ASD를 유발할 병리를 갖는 것으로 분석됐다. 예컨대 수상세포 가시돌기 변형(dendrite spine morphogenesis p= 0.025), 정신지체(mental retardation, p = 0.012), 자궁내 성장지연(intrauterine growth retardation, p = 0.012) 등 자폐증 유발 병리요인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자폐증을 초래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두 가지 유전자 세트는 임신 초기 및 중기의 태아 피질, 편도체. 시상에서 ASD 관련 시공간적 발현을 보였다(모두 p < 0.05). 이 유전자 세트에서 뇌세포 손상을 가하는 돌연변이가 있는 환자는 대조군보다 ASD 위험이 더 컸다(오즈비 = 3.92, p = 0.025, 95% 신뢰 구간 = 1.12–14.79). </p>
김 교수는 이번 연구를 ‘낮은 수준의 뇌세포 체성 돌연변이와 생식기세포 돌연변이 동반 시 자폐증 위험을 내포함’(Low-level brain somatic mutations in exonic regions are collectively implicated in autism with germline mutations in autism risk genes’이라는 주제로 네이처가 발행하는 ‘실험분자의과학’(Experimental & Molecular Medicine, IF=12.8)에 최근 게재했다.
김 교수는 “기존에는 정신질환인 자폐를 ‘암’이라고 가정하고 증명한 연구가 없었다”며 “이번 연구에서 암을 확인하는 방법론을 정신질환에 적용해서 원인을 규명했기 때문에, 향후 항암치료처럼 특정 표적을 치료 타깃으로 정하는 방식을 자폐 치료에 도입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연구로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가 선정하는 ‘한국을 빛내는 사람들’에 꼽혔다. 생명과학 관련 SCI 등재 학술지 중 피인용지수(Impact Factor, IF)가 10 이상인 학술지에 제1저자 또는 교신저자로 논문을 발표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타이틀이다.
김 교수는 2021년, 2022년에 이어 이번에 세 번째로 한빛사에 등재됐다. 그는 자폐증뿐만 아니라 치매와 조현병과 같이 다양한 정신질환에 대해 유전체 연구를 활발히 진행해 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