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췌장외과학회(회장 장진영 서울대병원 간담췌외과 교수)와 대한항암요법연구회(간담췌분과위원장: 이명아 서울성모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1, 2기 췌장암에서 폴피리녹스(FOLFIRINOX) 선행항암치료의 효과를 입증하는 ‘NeoFOL-R’ 국제 임상연구를 시작한다고 7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장진영 교수가 주관 책임을 맡아 한국이 주도하는 다국가·다기관·다학제 공동 임상연구다. 대만, 호주, 싱가포르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 60여개 대학병원과 암센터가 참여하는 세계적으로 가장 큰 규모의 췌장암 임상연구다.
췌장암 절제술에 앞서 선행항암치료가 효과적인지를 과학적으로 입증해 췌장암 치료의 새로운 지평을 열 것으로 기대된다.
췌장암은 전 세계적으로 예후가 가장 나쁜 암 중 하나로, 국내외에서 발생률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2030년 췌장암이 암 사망 원인 2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되며, 국내서는 2022년 암 사망률(암종별 사망자 수)에서 처음으로 위암을 추월해 4위를 기록했다. 2021년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췌장암의 5년 상대생존율은 15.9%로, 다른 암에 비해 여전히 매우 낮은 수준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췌장암 치료 성과를 향상시키기 위해 항암치료와 수술을 담당하는 내과와 외과의 대표 학회들이 협력하기로 했다.
보건복지부 암정복 추진사업의 주요 과제로 선정된 이번 연구는 2024년 4월부터 2028년 12월까지 4년 9개월 동안 진행되며, 총 17억원의 연구비를 지원받는다. 수술이 가능한 1, 2기 췌장암 환자 약 609명을 대상으로, 기존의 표준치료인 ‘수술 후 항암치료’와 새로운 프로토콜인 ‘선행항암치료 후 수술’의 치료 성과를 비교 분석하는 게 연구의 핵심이다.
현재 췌장암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조기 발견과 수술이지만, 진단 당시 수술이 가능한 환자는 전체 췌장암 환자의 약 25%에 불과하다. 그러나 항암제의 발전으로 수술이 불가능했던 진행성 췌장암 환자들 중 선행항암치료 후 수술이 가능해지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번 연구는 선행항암치료 후 수술 시행을 수술이 가능한 1, 2기 췌장암 환자들에게도 적용해 미세 암 전이를 사전에 치료하고 종양 크기를 줄여 완치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지 확인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이번 연구에 사용되는 항암요법은 ‘폴피리녹스’다. 플루오로우라실(5-FU), 이리노테칸, 류코보린, 옥살리플라틴이라는 4가지 항암제를 조합한 약제로, 2주 간격으로 2박 3일 동안 항암 주사를 맞게 된다. 국내외에서 췌장암 치료의 표준으로 사용되고 있다. 종양 크기를 줄여 수술 성공률을 높이는 효과도 알려져 있다.
장진영 교수는 “폴피리녹스를 이용한 선행항암치료는 진행성 췌장암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효과가 입증됐지만, 1, 2기 췌장암에 대한 대규모 임상 연구가 부족해 국내에서는 보험 적용에 한계가 있다”며 “이번 연구를 통해 환자들에게 효과적인 항암제를 적용하고, 내과·외과 협력 프로세스를 통해 신속한 검사와 치료 일정을 제공함으로써 췌장암 치료 성과를 크게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는 서울대병원과 서울성모병원이 공동 주관하고 삼성서울병원, 강남세브란스병원, 세브란스병원, 고려대 안암병원, 보라매병원, 분당서울대병원, 분당차병원 등 주요 병원이 참여한다. 또 부산대병원, 계명대병원, 전남대병원, 전북대병원 등 지역거점 암센터도 동참한다. 이들 공동 연구기관에서는 공통된 연구 및 치료 지침을 적용해, 췌장암 환자들에게 일관된 치료를 제공함으로써 치료 성과를 평가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