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혈증(敗血症, Sepsis)은 감염에 대한 비정상적인 인체반응으로 생명을 위협하는 장기 부전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높은 치사율로 악명이 높다. 국가의 의료수준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치사율은 보통 20~35%로 보고된다. 특히 패혈증에 저혈압이 동반되는 패혈증 쇼크(septic shock)가 40~60%까지 치솟는다.
김경훈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패혈증은 빠른 시간에 여러 장기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신속한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자칫 치료가 늦어지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매년 9월 13일은 ‘세계 패혈증의 날’(World Sepsis Day, WSD)이다. 세계보건기구 2020년 글로벌 보고서에 따르면 패혈증은 전 세계적으로 매년 4700만~5000만 명의 환자가 발생하고 이 중 약 1100만 명이 사망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국내 패혈증 사망자 수도 2022년 6928명을 기록하며 10년 전인 2012년보다 사망률(인구 10만 명 당 3178명)이 218.0%나 증가했다. 김경훈 교수의 도움말로 패혈증의 치료와 관리에 대해 알아본다.
패혈증의 원인은 박테리아, 바이러스, 진균 등 다양한 미생물에 의한 감염이다. 폐렴, 요로감염, 복막염, 뇌수막염, 봉와직염, 심내막염, 복막염, 욕창, 담낭염, 담도염 등 모든 신체에서 나타나는 중증 감염이 원인이 될 수 있다. 패혈증을 일으키는 병원균은 연쇄상구균, 포도상구균, 대장균, 폐렴균, 녹농균, 진균 등 다양하다. 원인이 되는 미생물이 혈액 내로 침범하며 패혈증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여름철에 언론에 많이 보도되는 비브리오 패혈증은 바다에 사는 비브리오 불니피쿠스 세균 감염으로 발병한다.
패혈증이 발생하면 38도 이상의 고열이나 36도 이하의 저체온증이 나타날 수 있다. 평소보다 호흡이 빨라지고 심장 박동수도 빨라진다. 피부색이 변하기도 하고 혈압이 점차 떨어지면서 소변량이 줄고 의식 저하가 나타날 수 있다. 더 진행되면 우리 몸의 여러 장기로 가는 혈액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장기 기능에 문제가 생긴다. 또 혈전이 생기면서 장기나 조직이 혈액을 공급받지 못해 괴사하는 경우도 있다.
패혈증은 감염이 있는 경우 누구에게나 나타날 수 있지만 특히 나이가 많거나 어린 경우, 임산부나 기저질환이 있는 경우 더 위험하다.
패혈증을 진단하기 위해서는 여러 검사와 임상 증상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패혈증이 의심되면 먼저 장기 기능부전 또는 감염을 시사하는 다양한 증상과 징후를 파악한 후 그에 맞는 다양한 진단 검사를 진행하는 게 중요하다. 보통 혈액, 소변, 뇌척수액 배양검사와 함께 감염이 의심되는 부위에 대한 추가 검사를 진행한다. 단 배양검사를 확인하는 데 2~3일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 전에 백혈구 수의 증감과 급성 염증성 물질의 증가 상태를 살펴야 한다.
김 교수는 “패혈증은 한자로는 ‘피(血)가 썩는(敗) 병(症)’이라는 의미지만 실제 피가 썩는다기보다는 감염에 의한 면역반응 이상으로 장기 부전이 온 상태라고 보면 된다”며 “호흡곤란이나 의식 저하 등 패혈증 징후가 나타나면 빨리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치료는 원인이 되는 감염 병소에 항생제, 항진균제 등을 적절히 투여하는 게 기본이다. 항생제 치료 기간은 균의 종류, 뇌막염의 합병 유무에 따라 결정된다. 보통 1~3주가 필요하다. 내성균이 자라면 항생제 변경과 격리치료가 필요할 수도 있다.
패혈증은 초기에 항생제를 적절하게 투여하면 완치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뇌막염이 함께 나타나면 신경학적 후유증이, 화농성 관절염이 합병되면 관절이나 뼈에 성장 장애가 각각 생길 수 있다.
환자의 혈압이나 호흡이 불안정한 경우 집중치료를 위해 중환자실에 입원하기도 한다. 신장이 손상된 경우에는 혈액투석을, 폐기능이 떨어져 호흡부전이 오면 인공호흡기 치료를 각각 시행한다. 사망률을 낮추는 데에는 패혈증 묶음치료(Surviving Sepsis Campaign bundle)가 유용하다. 환자에게 젖산 농도 측정, 혈액배양 검사, 항생제 투여, 환자의 순환상태에 맞는 수액치료, 필요 시 승압제 투여 등을 한꺼번에 수행하는 것을 말한다. 미국 중한자의학회의 지침에서는 패혈증 환자에게 1시간 이내에 5가지의 묶음치료를 권고한 바 있다.
패혈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감염을 일으킬 수 있는 상처나 질환을 적절하게 관리하고, 면역력을 높이는 생활습관을 가지는 게 중요하다.
김 교수는 “패혈증 치료는 감염에 대한 인체의 비정상적(과도한 또는 억제된) 면역반응이 일어나고 이로 인해 혈압이 떨어지는 쇼크가 올 수 있고 이 경우 다발성 장기 기능부전으로 진행될 수 있는 게 문제”라며 “패혈증 쇼크가 발생하면 사망률은 더 올라가게 되는데 이때는 수액치료를 하거나 혈관수축제나 승압제를 투여해 혈압을 적절히 유지시키고 다양한 장기 기능부전에 대한 보전적 치료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패혈증 치료는 보전적 치료를 통해 환자가 감염으로부터 벗어나고 부적절한 반응이 호전될 때까지 시간을 벌어주는 것으로 이후 더 집중적인 치료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