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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건강
서울아산병원, 로봇 이용한 흉부 접근 기관절개술 및 재건술 국내 첫 성공
  • 정종호 기자
  • 등록 2024-07-24 10:02:22
  • 수정 2024-08-19 00: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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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난도 기관지내시경 시술·정확한 진단·로봇수술로 환자맞춤형 치료
  • 심장혈관흉부외과·호흡기내과·병리과 다학제진료팀, 전세계 3건만 보고된 희귀종양 치료

71세 남성 구모 씨는 기관지폐색으로 인한 심한 호흡곤란과 폐렴으로 지난 6월 초 병원을 찾았다. 주 기관지를 종괴가 막고 있어 숨쉬기가 어려워 휠체어를 타지 않으면 가벼운 보행조차 힘들었다. 지원준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종괴 일부를 제거하고 스텐트를 삽입해 숨길을 확보하는 중재기관지내시경 시술을 시행하고 진단을 위한 조직을 확보했다. 

   

제거된 종양을 분석해보니 희귀한 기도 내 ‘사구맥관근종’으로 진단됐다. 종양의 특성 때문에 남은 종양 부위에서 출혈이 쉽게 일어나 혈전이 또다시 기관지를 막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김용희 서울아산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는 환자의 종양을 완전히 제거해 출혈점을 없애고 재발 가능성을 없애기로 했다. 환자의 전신 상태와 출혈이 많은 종양의 특성을 고려해 로봇수술로 환자의 종양을 제거했다. 국내에서 처음 로봇으로 시행된 기관절개 및 재건술이었다. 환자는 1주일 뒤 무사히 퇴원했으며 현재 양호한 상태다.

 김용희 서울아산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왼쪽부터), 지원준 호흡기내과, 안보경 병리과 교수 이 병원 김용희, 지원준 교수와 안보경 병리과 교수팀이 전세계에서 3건만 보고된 희귀성 기관(trachea) 내 종양으로 인해 심한 호흡곤란이 동반된 환자에게 최근 로봇을 이용한 기관절개 및 재건술을 국내 처음으로 성공했다. 

   

이번 치료는 호흡기내과의 선 시술(고난도 중재내시경수술), 병리과의 정확한 진단, 심장혈관흉부외과의 로봇수술로 환자맞춤형 치료가 이뤄졌다. 특히 주로 개흉수술을 시행했던 기관지수술에 로봇수술을 도입함으로써 환자들의 치료 선택지를 넓힐 수 있게 됐다. 

   

이번에 적용된 경직성 기관지내시경을 이용한 중심부 기도질환 시술은 매우 고위험 술기로, 국내에서 이 시술을 시행할 수 있는 의료기관은 10곳 안팎이다. 서울아산병원은 매년 40여 건을 시행하고 있다.

   

지원준 교수는 환자의 호흡곤란을 완화하고 진단을 위한 조직 채취를 위해 중재기관지내시경을 시행하고, 종양을 가능한 만큼 제거한 후 스텐트를 삽입해 기도를 확보했다.

   

안보경 교수는 이때 제거된 종양 조직을 분석해 희귀 양성 종양인 사구맥관근종임을 진단해냈다. 사구맥관근종은 일반적으로 손가락 등에 흔히 생기는 사구종 중에서도 혈관이 발달돼 있고 평활근 조직의 분포가 많은 경우를 말한다. 중심부 기도에 생기는 사구종은 흔치 않은데, 특히 기도 내 사구맥관근종은 전 세계적으로 3건만 증례가 보고됐을 정도로 극히 드물다.

   

환자는 기관지내시경 중재시술로 종양의 대부분을 제거해 호흡이 가능해졌고 양성종양이라 처음엔 수술 고려대상이 아니었다. 하지만 병리과 진단 결과 종양의 형태가 혈관을 많이 포함하고 있으며 평활근 조직으로 인해 단단하고 주변조직과의 경계가 좋지 않다보니 환자가 기침을 심하게 하면 절제된 종양과 삽입된 스텐트 자극에 의해 쉽게 출혈이 발생했다.

   

기관지내 출혈로 인한 혈전이 다시 중심부 기관지나 스텐트 내부를 막을 수 있다는 재발 가능성을 고려한 의료진은 기관 내 잔존하는 양성종양을 수술적 절제로 모두 제거하고 출혈점도 없애기 위해 김용희 교수에게 수술을 의뢰했다.

   

김 교수팀은 환자가 폐렴으로 인한 전신 쇠약 상태이며 혈관종의 특성상 출혈이 많을 것으로 예상했고, 종양의 위치가 우측 무명 동맥 기시부에 위치해서 통상적인 접근이 매우 어렵다고 판단했다. 

김용희 교수(왼쪽)가 로봇수술을 시행하고 있다. 이에 최소 절개 및 빠른 봉합이 가능한 다빈치 로봇을 이용해 기관절개 및 재건술을 시행했다. 흉부로 접근하는 기관 절개 및 재건술은 흉부외과의 고난도 수술로, 로봇으로는 국내에서 처음 시도되는 수술이었다. 로봇수술은 개흉술과 비교해 시야 확보가 용이하고, 로봇 관절을 이용하여 기관지 문합을 세밀하고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김 교수팀은 4시간에 걸친 수술 끝에 환자의 사구맥관근종을 완전히 제거했다. 환자는 7일 만에 퇴원하였으며, 한 달 째 특이소견 없이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환자의 기관지종양 수술 전(왼쪽 및 오른쪽 위)과 수술 후(오른쪽 아래) 사진 (서울아산병원 제공)

지 교수는 “중심부 기도를 막고 있는 종양 때문에 극심한 호흡곤란으로 숨쉬기가 힘들었던 환자에게 중재기관지내시경을 통한 선 시술과 정확한 진단, 로봇수술을 통한 종양 절제까지 각 진료과의 역량과 긴밀한 협력이 잘 발휘돼 환자 맞춤형 진단과 치료를 시행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환자의 병변이 아주 희귀한 사구맥관근종이고 전신쇠약인 상태를 고려했을 때, 로봇수술은 시야확보가 용이하고 정밀하게 기관지 문합을 수행할 수 있어 환자에게 최적의 치료 방법이라 판단했다”며 “이번 성공을 통해 기관지 종양 환자들에게 더 효과적인 치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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