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대 가톨릭중앙의료원 기초의학사업추진단은 정연준 초정밀의학사업단장(교신저자), 박지연 정밀의학연구센터 연구교수(제1저자)가 유전자의 선택적 스플라이싱(alternative splicing)이 암 원격 전이의 주 기전인 상피간엽이행(epithelial–mesenchymal transition, EMT)의 마커가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12일 발표했다.
스플라이싱은 유전자가 단백질을 만들기 위해 DNA가 RNA로 바뀌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과정 중 하나다. 전사 과정에서 나온 pre-mRNA를 성숙한 mRNA로 만드는 과정 중 하나로, 스플라이싱 과정에서 RNA의 인트론(비암호화 부위)이 제거되고 엑손(암호화 부분)끼리 서로 결합한다.
선택적 스플라이싱은 하나의 유전자가 여러 종류의 단백질을 만들 수 있게 한다. 즉 같은 유전자라도 다양한 방식으로 스플라이싱 되면 서로 조금씩 다른 단백질을 생성하게 된다. 이런 차이로 같은 유전자가 질병에 각기 다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 과정은 유전자질환과 관련된 유전자 마커를 찾는 데 매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기 때문에 최근 유전체 연구 분야에서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연구팀은 세포 단백질 합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RPS24 유전자의 선택적 스플라이싱 변형이 암 전이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발견했다. RPS24 유전자에서 4가지 종류의 선택적 스플라이싱 변형이 발생한다는 것을 밝혀냈으며, 이 변형들이 정상조직과 암조직에서 서로 다른 발현 패턴을 보인다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23종의 주요 암을 대상으로 선택적 스플라이싱 변형의 발현 패턴을 분석한 결과, 암 종류마다 발현 비율이 크게 다르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는 RPS24 유전자의 선택적 스플라이싱 변형이 암 진단 및 예후 판단에 유용한 마커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또 선택적 스플라이싱 변형이 암 전이 과정에서 상피간엽이행(EMT, 상피세포가 침윤성과 운동성을 띠는 중간엽 세포로 변화하는 것, 암 전이 또는 섬유화가 발생할 때 나타나는 현상)을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기존 연구에서는 선택적 스플라이싱 변형이 암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으나, 매우 미세한 변형(염기 3개 차이) 때문에 정확한 분석이 어려웠다. 이번 연구에서는 ‘fragment analysis’라는 새로운 방법을 사용해 RPS24 유전자의 선택적 스플라이싱 변형을 성공적으로 검출했다. 이는 선택적 스플라이싱 연구 분야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는 중요한 성과다.
박지연 교수는 “이 연구는 암 연구 및 치료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줄 발견”이라며 “RPS24 유전자의 선택적 스플라이싱 변형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암 진단 도구 및 치료제 개발이 추진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정연준 교수는 “암 진단 및 치료에서 새로운 전략을 개발하는 데 중요한 기반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되며, 선택적 스플라이싱 변형의 생물학적 기능을 규명하는 연구를 통해 암 발생 및 진행 메커니즘을 더욱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평했다.
이번 연구는 가톨릭중앙의료원 기초의학추진단의 인프라 지원으로 수행됐으며 네이처 자매지인 ‘Scientific Reports’(IF=3.8 )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