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암, 식도암 등 전이성 고형암 환자의 면역항암제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임상연구 결과가 세계 최초로 발표됐다.
대변이식으로 간암
박숙련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교수, 박한수 광주과학기술원(GIST) 의생명공학과 교수팀은 면역항암제에 내성이 생겨 암이 진행된 13명의 전이성(4기) 고형암(간암, 위암, 식도암 등) 환자들에게 면역항암제 치료 효과가 좋은 환자(6개월 이상 완전관해 또는 부분관해를 보임)의 대변을 이식한 후 면역항암제 치료를 실시한 결과, 절반의 환자에서 면역항암제 치료 효과가 다시 나타났다고 7일 밝혔다.
13명 중 1명은 암이 부분관해(PR)됐으며, 5명은 암이 더 이상 진행되지 않는 병변안정(SD) 상태를 보였다. 13명 중 거의 절반에서 면역항암제 효과가 다시 나타났다.
연구팀은 대변이식 전 수혜자에게 경구 항생제를 투약해 장내 미생물을 제거한 후, 공여자의 대변에서 미생물만 분리해내 대장내시경을 통해 이식했다. 이후 면역항암제 치료를 실시하며 6~8주마다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로 암 상태를 추적 관찰했다.
그 결과 1명의 전이성 간암 환자에게서 대변 이식 후 암 크기가 48%가 감소해 부분관해가 나타났다. 또한 대변이식 전 간암 종양 표지자 검사(AFP) 수치가 백만 ng/ml 이상까지 증가했는데, 대변 이식 후 3000ng/ml으로 감소했다.
연구팀은 또 면역항암제 내성을 극복하는 대변이식의 치료 효과를 높이는 유익균을 새롭게 발견하고 ‘프레보텔라 메르대 이뮤노액티스’로 명명했다.
연구팀은 암이 부분관해된 전이성 간암 환자를 대상으로 첫 대변 이식 및 면역항암제 치료에도 암이 계속 진행됐다가 다른 환자의 대변을 다시 이식 받고 8주 후 효과가 나타난 원인을 파악했다. 치료 효과가 다르게 나타난 원인을 찾기 위해 각 대변 이식 후 장내미생물 구성 변화를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면역항암제 치료 효과를 높이는 새로운 균주를 최초로 발견하고 ‘프레보텔라 메르대 이뮤노액티스’로 이름 붙였다. 또 ‘박테로이데스 플레비우스’균과 ‘락토바실러스 살리바리우스’균은 면역항암제 치료 효과를 억제하는 유해균이라는 사실도 발견했다.
세계 최초로 악성흑색종 이외의 전이성 고형암 면역항암제 치료에서 대변 이식의 임상적 효과를 밝힌 이번 연구결과는 세계적인 생명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셀’의 자매지인 ‘셀 호스트 앤 마이크로브’(Cell Host & Microbe, IF=20.6)에 최근 게재됐다.
최근 ‘질병 치료의 열쇠’로 마이크로바이옴은 여러 장내 미생물의 조합으로, 체내 면역 시스템을 조절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대장질환뿐만 아니라 비만, 대사성질환, 심혈관질환, 자가면역질환, 뇌신경질환, 암 등 여러 질환을 치료하는 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면서 전세계적으로 장내 미생물, 대변이식에 대한 관심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면역항암제에 내성이 생긴 악성흑색종 환자에게 대변이식을 통해 장내 미생물 구성을 변화시키면, 다시 면역항암제 치료 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는 있었지만 다른 고형암 치료 효과에 대한 임상 연구 결과는 없었다.
최근 면역항암제가 표준 항암치료법 중 하나로 부상하고 있다. 하지만 치료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암종의 환자 가운데 20~30%에서만 면역항암제 치료 효과가 나타나며, 그 중 대부분은 면역항암제에 내성이 생겨 암이 재발한다.
암 치료에서 면역항암제 내성 극복은 매우 중요한 과제인데, 대변이식이 면역항암제 치료 효과를 개선시킨다는 사실과 그 유익균까지 규명한 이번 연구는 향후 이를 이용한 새로운 치료법을 창출할 것으로 기대된다.
박숙련 교수는 “이번에 새롭게 발견한 면역항암제 유익균 ‘프레보텔라 메르대 이뮤노액티스’와 사람의 면역세포인 T세포를 함께 배양한 결과 T세포에서 나오는 면역반응 물질인 인터페론감마가 유의미하게 증가했고, 종양 마우스모델을 이용한 동물실험에서도 이 유익균과 면역항암제를 같이 적용했을 때 암 크기가 50% 이상 유의미하게 감소하는 것을 확인했다”며 “면역항암제에 내성이 생기면 적용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이 없어지는 것과 같은데, 면역항암제 내성 극복을 위한 새로운 치료법 개발을 위해 장내 미생물 연구를 이어나가겠다”고 말했다.
박한수 교수는 “장내미생물 조합과 암 면역반응 최적화 연구를 통해 암 치료 결과를 향상시킬 수 있도록 유익균을 높이고, 유해균을 낮추는 최적의 미생물 군집을 찾기 위한 연구를 지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