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외선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는 멜라닌 색소가 동양인이 서양인보다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평균수명 증가와 늘어난 야외활동 등으로 피부암의 주요 원인인 햇빛 노출이 많아지면서 한국인에서도 피부암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일반적으로 피부암은 서양인에게 흔하고 동양인에게서는 드물다고 알려져 있다
권순효 강동경희대병원 피부과 교수팀이 지난 20년간의 한국인 피부암 발생률 및 생존율을 국내 처음으로 조사해 5일 발표했다.
연구팀은 중앙암등록본부 자료를 바탕으로 1999년부터 2019년까지 피부암 역학조사를 했다. 연구 결과 1999년 1255명이던 피부암 신규 환자가 2019년 8778명명으로 약 7배 증가했다.
피부암의 발생률은 고령 인구에서 높게 나타났다. 2019년도 중앙암등록센터의 통계에 의하면 악성흑생종, 기저세포암, 편평세포암은 70세 이상에서 가장 많은 환자가 발생했다.
암종별로 보면 기저세포암 환자가 가장 많이 늘었다. 1999년 488명에서 2019년 3908명으로, 20년 동안 8배 증가했다. 편평세포암, 보웬병, 악성흑색종 등이 그 뒤를 이었다. 권 교수는 “피부암의 실제 발생이 많아지기도 했지만, 피부암에 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암의 초기 단계에서 진단되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에 환자 수가 급증했다고 생각된다”라고 설명했다.
가장 흔한 피부암인 기저세포암은 5년 상대 생존율이 100%를 넘는다. 즉 피부암에 걸리지 않은 사람보다 더 오래 살 가능성이 있다.
편평세포암의 경우 1996년~2000년 77.3%에서 2015~2019년 89.3%로, 악성흑색종은 경우 1996~2000년 47.8%에서 2015~2019년 63.9%로 지속해서 높아지는 양상을 보였다. 그러나 악성흑색종의 경우, 5년 상대 생존율이 63.9%, 혈관육종의 경우는 24.7%에 그치고 있다.
이번 연구는 중앙암등록본부 자료를 이용해 국내 피부암의 발생과 생존율을 연구한 첫 연구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막연하게 그 수가 증가하고 있다고만 생각했던 국내의 피부암 환자를 객관적인 통계자료로 확인한 첫 연구인 것이다.
연구결과는 피부과 분야 국제학술지인 ‘Japanese Dermatological Association: Journal of Dermatology’ 2023년 11월에 게재됐다. 권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는 향후 피부암의 치료와 예방에 관한 국내 진료지침을 정립하는 데 기초자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부모님 얼굴의 이상한 ‘점·상처’ 놓치지 말아야
피부암은 초기에 발견하는 게 중요하다. 가장 흔한 피부암인 기저세포암과 편평세포암의 1차치료는 수술이다. 따라서 일찍 발견할수록 수술 범위도 작아지고 기능적 또는 미용상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도 작아진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내 피부암 환자가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는 추세를 반영하지만 일면 대한피부과학회, 대한피부암학회 등의 지속적인 대국민 홍보활동을 통해 피부암이 조기에 발견된 측면도 있다. 이로써 피부암의 생존율도 점차 상승세다.
권 교수는 “피부암은 주로 고령의 얼굴에서 발생한다는 것을 참작해 부모님의 얼굴에서 이상한 점, 혹은 낫지 않는 상처가 보이면 일찍 피부과를 방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