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이상 노인도 간암 감시검사 75(고위험군을 대상으로 한 정기검진)를 받았을 때 간암 진단 후 생존 기간이 2배 이상 긴 것으로 나타났다.
김아령 인제대 일산백병원 소화기내과 교수팀(교신저자 신동현 삼성서울병원 소화기내과 교수)이 75세 이상 간암(간세포암종, HCC) 환자를 분석한 결과, 감시검사를 받은 노인이 증상이 발생해 간암 진단을 받은 노인보다 평균 생존 기간이 2배 더 길고, 사망 위험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2009~2021년에 간암 진단을 받은 75세 이상 노인 환자 419명의 의무기록 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연구팀은 감시검사를 통해 간암 진단을 받은 235명(검진그룹)과 증상이 나타나 간암 진단을 받은 184명(증상그룹)으로 나눠 생존기간을 분석했다. 연구결과 검진 그룹에서 평균 생존기간이 4.4년으로 증상 그룹(2.1년)보다 2배 이상 길었다. 검진그룹이 증상그룹보다 사망 위험도 36% 낮았다.
80세 이상의 환자만 따로 분석한 결과 역시 검진 그룹 평균 생존기간이 3.3년으로 증상 그룹(1.8년)보다 길었다.
검진그룹 생존율이 높은 이유는 간암의 ‘조기 발견’이 주효했다. 검진그룹에서는 간암 초기 단계인 1~2기에서 진단된 비율이 72.3%인 반면 증상그룹에서는 39.1%로 약 2배가량 차이를 보였다.
김아령 교수는 “어르신들은 간암 발생의 고위험군임에도 불구하고 정기적인 간암 검진을 소홀히 하는 경향이 있다”며 “간암 조기 발견과 생존율 향상을 위해 고령을 포함한 모든 연령에서 B형간염, C형간염, 간경화와 같은 간암 발생의 고위험군 환자들은 적극적인 정기 간암 감시검사를 받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또 “암 검진은 기대여명이 10년 이상일 때 시행하는 것이 권장된다”며 “국내 2021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75세의 기대여명은 13.4년, 80세는 9.9년으로 기대여명을 고려하였을 때 간암 검진은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덧붙였다.
국내에서 간암은 암종으로 인한 사망원인 중 2위다. 간암 5년 생존율은 40% 미만으로, 예후가 좋지 않은 암이다. 조기에 발견하면 평균 생존기간이 5년 이상이지만, 진행된 상태로 진단되면 완화 치료만 받을 수 있어 평균 생존 기간이 2년으로 줄어든다.
국내에서는 B형간염과 C형간염이 간암의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 꼽힌다. 최근에는 지방간과 알코올에 의한 간암 발생 비율이 증가하고 있다.
간암은 진행 전까지는 대부분 무증상이기 때문에 선별검사(검진)를 통해서만 조기진단이 가능하다. B형‧C형 간염, 간경화와 같은 간암 발생의 고위험군 환자들은 6개월에 1번씩 정기적으로 간암검진(간초음파검사와 혈청 알파태아단백 검사)을 받는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이번 연구결과는 세계적인 과학 학술지 네이처(Nature) 자매지 ‘사이언티픽리포트’(Scientific Reports. IF=3.8) 최신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