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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숨쉬고 말하는 ‘삶의 질’과 직결된 두경부암 … 초기 증상 없어 조기발견 중요
  • 정종호 기자
  • 등록 2024-07-25 18:40:52
  • 수정 2024-07-26 12:4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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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은재 서울대병원, 남인철 인천성모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 두경부암 부위별 증상 및 치료법 소개

매년 7월 27일은 ‘세계 두경부암의 날’이다. 주로 머리와 목 부위에서 발생하는 두경부암은 먹고, 숨 쉬고, 말하는 것은 물론 심미적 기능과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어 적극적인 기능 보존과 재건이 중요하다. 


완치를 넘어 환자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세심한 치료가 필요한 두경부암. 정은재 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남인철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이비인후과 교수의 도움말로 각 두경부암의 원인, 증상, 치료법을 알아본다. 


두경부는 머리와 목 부위를 중심으로 가슴, 폐 위쪽으로 눈과 뇌를 제외한 부분을 이르는 말이다. 인간의 생존에 필수인 먹고 말하고 숨 쉬는데 필요한 기관인 입, 코, 목, 혀 등이 모두 두경부에 속한다. 


두경부암은 두경부에 발생한 모든 종류의 악성종양을 총칭하는 것으로 코, 부비동, 구강, 안면, 후두, 인두, 침샘, 갑상선 등에 발생한다. 두경부암은 암이 생기는 위치에 따라 인두암, 구강암, 후두암, 침샘암, 비강암 및 부비동암(코) 등으로 나뉜다. 갑상선암도 포괄적인 의미에서 두경부암에 속한다.최근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갑상선암을 제외한 두경부암은 전체 암 발생의 2.2%를, 갑상선암을 포함하면 약 15%를 차지한다.


두경부암의 5년 생존율은 평균 60%로 높은 편이다. 하지만 초기에는 증상이 거의 나타나지 않아 조기 발견이 어렵고 암이 진행된 상태에서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남인철 교수는 “두경부암은 조기(1~2기)에 발견해 치료하면 완치율이 80~90%로 높은 것은 물론 두경부 기능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치료가 가능하다”며 “두경부암이 주로 발견되는 3~4기에 치료를 받게 되면 주변 기관까지 많이 도려내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치료 후 먹지 못하거나 말하지 못하는 등 큰 장애를 남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두경부암의 가장 중요한 위험인자(원인)는 흡연이다. 흡연은 두경부암 발생 위험을 약 15배 정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흡연자는 특히 후두암의 발생 위험이 비흡연자보다 1.7배~2배 높다.


흡연에 음주까지 병행하면 점막세포 돌연변이를 유발해 두경부암 위험이 더욱 커진다고 알려졌다. 음주는 하인두나 후두부에 발생하는 암에 주로 관여한다. 


이밖에 인유두종 바이러스(HPV)는 구인두암에 관련 깊다. 구인두 편평상피세포암의 약 15~50%에서 HPV가 발견된다. 엡스타인-바 바이러스(EBV)는 비인두암과 관련돼 있다. 이밖에 위식도역류, 식도질환, 두경부의 물리적 자극 등이 위험인자로 꼽힌다.


증상은 암의 발생 부위와 진행 정도에 따라 다양하다. 구강암은 구내염과 비슷하지만 회복되지 않는 입속 궤양이 생긴다. 또는 구강점막의 변색(백색 또는 적색), 통증, 귀 밑 또는 목 윗부분의 혹이 생긴다.


후두암은 초기에 목소리가 쉬고, 이물감을 느끼게 되며. 종양이 진행되면 호흡곤란을 겪을 수 있다. 


인두암(하인두암)은 초기에 지속적으로 목 안쪽 통증과 이물감이 생긴다. 진행 후 삼키기 어려운 증상(연하장애, 삼킴곤란)이 생기거나 목에서 멍울이 잡힌다. 비인두암은 목의 혹이 가장 흔한 증상이며 한쪽 귀의 충만감이나 중이염을 유발할 수 있다.


비강암, 부비동암은 코 막힘이 흔히 발생하며, 한쪽 코에서만 지속적인 코피가 나기도 한다.


침샘암은 침샘 부위(귀밑, 턱밑, 혀밑)가 붓고, 이들 부위에서 구슬 같은 혹이 만져진다. 종양이 진행되면 얼굴신경을 침범해 얼굴통증과 안면마비를 동반할 수 있다.


갑상선암은 특별한 증상이 없다. 일부에서 통증, 쉰 목소리, 삼킴곤란과 같은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진단은 신체검사(이비인후과적 내시경 검사, 경부 촉진검사) 및 영상검사를 기본으로 실시한다. 경부 컴퓨터단층촬영(CT)이나 자기공명영상(MRI) 등 영상검사로 진행된다. 최근에는 치료에 들어가기 전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CT) 검사를 추가로 실시해 림프절이나 간·폐·뼈 등으로 원격전이 여부를 정밀하게 판단한다. 초음파검사도 상세한 진단과 전이 여부 파악에 도움이 된다.


병변이 발견된 경우 외래에서 바로 조직검사를 진행하기도 한다. 다만 목 안쪽 깊숙이 위치한 후두암이나 하인두암처럼 조직을 즉시 떼어내기 어려운 부위는 전신마취가 필요할 수 있다.


치료는 수술적, 비수술적 치료로 나뉜다. 비수술적 치료로는 방사선치료, 항암제치료가 있다. 초기 두경부암은 수술 또는 방사선치료와 같은 단독 치료로 완치가 가능하지만, 암이 진행된 경우 어느 한 가지 치료만으로는 어렵다. 말하거나 삼키는 기능을 보존하기 위해 방사선치료와 항암치료를 동시에 시행하는 경우도 많다. 즉 수술, 항암, 방사선 치료를 적절히 병합하는 치료가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초기에는 수술 또는 방사선 단독치료, 진행된 병기에서는 수술과 항암방사선 병합치료가 시행된다. 

정은재 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왼쪽), 남인철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정은재 교수는 “두경부암은 먹고 말하고 숨 쉬는 기능과 관련된 부위에 발생하므로 삶의 질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며 “ 원발 부위 위치, 병기, 수술 시 예상되는 기능소실, 환자의 나이나 직업, 비수술적 치료(항암방사선치료 등)에 예상되는 반응성 등을 고려해 다양한 진료과의 다학제 논의를 거쳐 맞춤형 치료 계획을 결정한다”고 말했다. 


두경부암의 암종별 치료법은 다음과 같다.

(1) 비강암, 부비동암: 수술적 치료가 기본이며, 최근 코 기능을 보존할 수 있는 내시경수술이 선호되는 추세다. 입천장, 얼굴뼈를 제거해야 할 경우 팔·다리·어깨 등에서 자가 조직을 이식해 본래의 기능과 모양을 복원하는 재건술을 병행한다.

(2) 구강암: 초기에는 수술 부위가 적다. 종양이 진행될수록 제거 부위가 넓어져 재건술이 필요하고, 먹는 기능을 회복하는 시간이 많이 걸린다.

(3-1) 비인두암: 항암방사선치료 반응성이 좋다. 해부학적으로 뇌와 눈에 가깝고 깊어서 비수술적 치료를 우선 고려한다.

(3-2) 구인두암: HPV 바이러스로 인한 구인두암은 항암방사선치료에 매우 잘 반응한다. 항암방사선치료에 실패하면 구제수술을 실시하는데, 합병증을 줄이고 기능을 보존하기 위해 가능한 턱뼈를 가르지 않고 목을 통해 수술한다.

(4) 후두암: 초기 수술 혹은 방사선 단독치료를 진행한다. 진행된 경우 후두 보존을 위해 항암방사선치료를 선택할 수 있다. 재발한 경우 수술을 시행한다. 수술 시 후두를 보존할 수 있지만 대다수는 후두전적출술(후두 모두 제거)을 시행하며, 이 경우 발성이 가능하도록 인공성대를 삽입한다.

(5) 침샘암: 우선적으로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다. 종양이 안면신경을 광범위하게 침범하면 수술 후 심각한 안면마비가 발생할 수 있다. 최근 이를 최소화하고 안면 기능을 복원하는 수술이 발달해 합병증을 최소화하고 있다.

(6) 갑상선암: 온순한 암으로 알려졌지만 기도 및 식도, 성대를 움직이는 신경이나 근육을 침범할 경우 공격적인 암으로 분류된다. 이 경우 수술로 종양과 함께 침범된 기관지나 식도를 제거하고 적절한 재건술을 실시한다.


두경부암 예방을 위해서는 금연과 금주는 필수다. 흡연의 기간과 양이 많아질수록 암 발병률은 증가한다. 또 HPV의 감염을 막기 위해 건전한 성생활도 필요하다. 자궁경부암 백신으로 잘 알려진 HPV 백신을 사용하면 두경부암을 예방할 수 있다.


남 교수는 “두경부암은 진단부터 치료, 재건, 재활에 이르기까지 치료 과정이 긴 편이라 치료가 쉬운 암은 아니지만, 조기에 발견하면 충분히 완치가 가능한 암인 만큼 관심을 가지고 정기검진을 받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모든 암이 그렇듯 두경부암도 예방이 최선이고, 조기진단될 경우 완치율이 매우 높다”며 “단기간에 호전되지 않는 목의 혹이나 통증, 목소리 변화, 입안 궤양·출혈, 한쪽 코막힘·출혈 등 두경부암 의심 증상이 지속된다면 병원을 찾아 검진받기를 권장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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