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의료기관 공동연구를 통해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중 안면마비(벨마비)의 발병 위험이 높아졌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그 중 고령 당뇨병 환자에서 안면마비 발병률이 가장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안면마비는 신경기능 이상으로 얼굴을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하고 근육이 마비되는 질환으로 벨마비‧람세이헌트증후군 등이 있다. 안면마비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단순포진 바이러스 (HSV-1), 대상포진바이러스(VZV), 엡스타인바바이러스(EBV), 거대세포바이러스(CMV), 에이즈(HIV) 등 바이러스 감염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코로나19 감염 시 안면마비가 초기 증상으로 보고되면서 상호 연관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23년 10월 기준 전세계 인구 중 7억6700만명이 코로나19에 걸리고 690만명이 이로 인해 사망했다고 보고한 바 있다.
이에 이종대‧이세아 순천향대 부천병원, 곽민영‧김진 한림대 동탄성심병원, 이호윤 이대 목동병원, 정준희 가톨릭대 부천성모병원, 정재호 한양대병원, 전범조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여승근‧김상훈 경희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팀은 국내 5개 대학병원에서 안면마비로 진료받은 환자 943명(팬데믹 전 497명, 팬데믹 후 446명)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다기관 후향적 코호트 연구를 수행했다. 연구팀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2017~2019년)과 이후(2020~2022년) 안면마비의 발병률과 회복률, 재발률을 비교‧분석했다.
그 결과, 전체 안면마비 환자 중 벨마비(Bell’s palsy) 환자 비중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75.3%에서 이후 83.6%로 약 8.3% 포인트 증가했다. 완전 회복률은 88.2%에서 73.9%로 하락했으며, 재발률은 2.9%에서 7.5%로 증가했다.
벨마비 환자의 평균 연령은 47세에서 53세로 높아졌고 당뇨병을 동반한 환자 비율은 8.5%에서 24.2%로 높아져 당뇨병을 앓는 고령 환자의 벨마비 위험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람세이헌트증후군(Ramsay Hunt syndrome) 환자는 발병 연령대나 당뇨병 동반 비율에서 큰 변화가 없었다.
이종대 교수는 “이번 연구는 코로나19 바이러스나 예방접종이 안면마비 발병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주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며 “향후 코로나19와 안면마비 간 연관성과 병리기전을 규명하기 위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The Impact of the COVID-19 Pandemic on Bell’s Palsy and Ramsay-Hunt Syndrome: A Multicenter Retrospective Study’라는 제목으로 한국의학회 국제학술지 JKMS(Journal of Korean Medical Science, IF=3.0) 4월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