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석철 충북대 의대 교수(생화학)가 내놓은 '폐암 발생의 최소 필요충분조건’(A minimal sufficient condition for the development of lung cancer)이 독특한 이론으로 학계의 주목을 끌고 있다. 배 교수는 건국대병원 정밀의학폐암센터가 지난 6월 28일 병원 지하 3층 대강당에서 개최한 제4회 ‘건국대병원 정밀의학 폐암 컨퍼런스’(KUMC Precision Medicine Lung Cancer Conference)에 참가해 관련 연구성과를 설파했다.
세포주기는 DNA가 두 배로 복제되는 시기인 S기와 염색체 분배와 세포분열이 일어나는 M기, 그리고 이 두 시기를 준비하기 위한 사이 기간인 G1, G2기로 나눠진다. 세포는 G1, S, G2, M기를 주기적으로 반복하며 증식하게 된다.
세포 증식을 조절하는 주요 사건은 세포 주기의 G1기에서 발생한다. 배양하는 정상 세포의 성장은 성장인자, 세포 밀도, 기질에 대한 세포 부착을 포함하는 복잡한 상호작용에 의해 조절된다. 성장인자는 G1기의 시작과 유지, S기로의 전환에 필요하다. 배양 중 혈청 제거(removal of serum)와 같은 세포 내 성장인자 수치의 감소는 S기로의 진입을 막는다.
그러나 세포가 특정 G1 결정 기간을 거치면 혈청 제거가 더 이상 세포 주기 진행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며 이러한 세포는 G1의 나머지 기간을 거쳐 S, G2, M기로 진행한다. 세포가 세포 주기를 완료하기 위해 더 이상 성장인자가 필요하지 않는 G1기의 특정 지점을 ‘restriction point (R-point)’라고 한다. R-point를 지나면 세포는 DNA 합성에 전념하고 세포 주기의 나머지 기간에는 세포 외 성장인자와 독립적으로 작동한다. R-point 이행(transition)은 c-Myc, cyclin, CDK, p21, p27, E2F, pRB를 포함하는 R-point 관련 단백질(R-단백질)에 의해 조절되며, 이 과정에서 pRB는 주요 분자 조절자 역할을 한다.
배 교수는 지난해 2월 국제학술지 ‘셀(Cells)’에 기재된 ‘Role of RUNX3 in Restriction Point Regulation’이란 논문을 게재했다. 이 논문에서 세포 분열과 분화·사멸의 운명이 결정되는 중요한 단계인 ‘restriction point (R-point)’가 작동되는 기전을 밝혔으며, R-point 기전이 붕괴되면 RAS 유전자 돌연변이에 의한 암이 발병된다는 ‘필요 충분 조건’을 규명했다. 붕괴된 R-point 기전을 복구함으로써 암세포만 선별적으로 사멸시킬 수 있음을 확인했다.
그는 R 지점 결정을 제어하는 분자 메커니즘을 식별하는 것은 종양생물학의 근본적인 문제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그 중 RUNX3는 후성 유전적 변화에 의해 발생하는 종양에서 자주 불활성화되는 유전자 중 하나다. 특히 RUNX3는 대부분의 K-RAS 활성화 인간 및 마우스 폐 선암(adenocarcinomas, ADC)에서 하향 조절(downregulated)된다. 마우스 폐에서 Runx3 표적을 불활성화하면 선암이 유도되고. 발암성 K-Ras 에 의해 유도되는 ADC 생성에 필요한 잠복기를 현저히 단축시킨다.
RUNX3는 R-포인트 관련 활성화 복합체(RPA-RX3-AC)의 일시적 형성에 참여하여 RAS 신호의 지속 시간을 측정하고 이를 통해 종양성 RAS로부터 세포를 보호(암 예방에 관여)한다.
배석철 교수는 이러한 기전에 입각해 비타민 B3가 효과적인 암 예방물질임을 발견했다. 고용량의 비타민 B3로 동물의 암 예방과 치료가 가능함을 다양한 실험을 통하여 증명했다.
이런 이론이 인체 암에서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음을 밝힌 임상시험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다. 이 논문은 지난 4월 의학 및 임상시험분야 전문 국제학술지 ‘임상암연구’(Clinical Cancer Research)에 세계 최초로 비타민B3 항암보조 효과를 임상시험으로 입증한 논문을 게재해 세계적으로 많은 관심을 모았다. 연구 결과 비타민 B3는 항암치료를 받는 암환자의 기대 수명을 2배로 늘리고, 사망위험은 절반으로 줄일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 연구는 김영철 전남대 의대 교수, 박일영 충북대 약대 교수, 배석철 교수가 진행했다. 4기 폐암 환자 110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NCT02416739)에서 신일제약 ‘아미나엑스정’(니코틴산아미드)을 하루 1g 경구 투여해 표적항암제 치료를 받는 여성 폐암 환자 또는 비흡연 폐암 환자의 생존기간을 1년 이상 추가로 연장할 수 있으며, 사망 위험은 거의 절반으로 줄일 수 있음을 밝혔다. 이는 비타민B3가 암세포 내에서 기능이 저하된 암 억제유전자 RUNX3의 기능을 강화함으로써 표적항암제의 효능을 향상시키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됐다.
이번 컨퍼런스에는 이계영 건국대병원 정밀의학폐암센터장(호흡기내과 교수), 이재철 울산대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교수, 신순영 건국대 생명과학특성학과 교수, 김철현 원자력병원 호흡기내과 전문의(전 병원장) 등이 참석해 주로 폐암 발병 메커니즘과 관련 유전자 변이 등을 다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