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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보험 도입 60주년 심포지엄 … 고령화·원격재택근무·플랫폼 노동에 부합할 ‘노동법2.0’ 제언
  • 정종호 기자
  • 등록 2024-06-28 15:05:31
  • 수정 2024-06-30 00:3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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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령화로 노령 근로자 및 산재 증가 … 유럽선 재택근무 사고도 재해 인정 추세 … 플랫폼 노동자도 기존 기업근로자와 동등 대우해야

한국 최초의 사회보험인 산업재해보상보험(산재보험)이 시행된 지 60년이 됐다. 근로자의 업무상 재해에 대해 사용자의 무과실책임을 보상하는 책임보험 성격으로 1963년 11월 5일에 산재보험법이 제정 및 공포됐고 1964년 7월 1일부터 시행돼 지금에 이르고 있다.  


산업화 초기이던 당시에 근로자의 업무상 재해를 신속하고 공정하게 보상하기 위한 취지로 출발했으며 지금은 손해배상 성격은 물론 생활보장, 사회복지 성격으로 그 범위가 확대됐다.


근로복지공단은 지난 26일 중소기업중앙회 KBIZ홀에서 ‘산재보험 60주년 국제심포지엄’을 열고 고령화, 특수고용형태(플랫폼 종사자), 재택근무 등으로 변화하는 노동환경에 부합할 새로운 산재보험 형태에 논의하는 자리를 가졌다.


정연택 충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초고령사회 도래에 따른 산재보험의 과제’를 주제로 발제했다. 한국은 2025년 65세 이상 노인 인구비율이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전망이다. 노인의 건강 상태는 개선되는 반면 국민연금, 노령연금의 지급액은 기대치보다 낮아 2022년 국내 60~64세의 고용률은 62%로 다른 OECD 국가(평균 54%, 2023년 기준)보다 높다. 


이에 따라 65세 이상 고령자의 산재 승인율(신청 대비 승인 비율)은 1996년 1.42%에서 2023년 14.37%로 급증했다. 이는 전체 취업자 대비 65세 이상 취업자 비율(12.5%)보다 높아 고령 근로자의 산재 발생률이 높음을 시사한다.


국내서 산재로 인한 휴업급여는 1995년 최저임금 기준으로 설정됐다. 다만 휴업급여가 근로소득보다 많으면 요양기간을 장기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문제점이 있다. 국내 국민연금의 휴업급여는 보험료 기준이 되는 소득의 100%를 최대치로 삼고 깎아서 지급하는 방식이다. 일본은 5세 간격의 연령별 최저 및 최고 보상 수준을 정해 개인의 역량에 맞게 지급하고 있다. 핀란드는 최저 연간소득을 설정하고 여러 통제 기제를 바탕으로 민간보험사가 휴업급여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이에 정 교수는 "현행 최저임금과 근로일수를 기준으로 산정하는 휴업급여는 장기적으로 본인 근로소득 100%를 기준으로 바뀌어야 하며, 여러 일자리를 가진 경우 모든 소득을 합산해 이를 급여기준 소득으로 환산해 휴업급여를 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과거의 규격노동과 집단노동 형태가 최근 개인 단위의 독립노동으로 바뀌고 있다”며 “종속노동에서 자율노동으로 변모하고, 근로에서 도급으로 업무를 분업화시켜 위탁하는 형태가 나타나고 있다”고 고찰했다. 


그는 대표적으로 특수고용직(특고, 사업자와 개인간의 도급계약을 통해 일을 받아 일하는 사람, 근로기준법 적용 예외자)과 플랫폼 노동자 비중(배달서비스 종사자 등)이 늘어나는 노동시장 변화도 산재가 고려해야 할 점이라고 지적했다.


노동계는 800만명의 특고·플랫폼 종사자들이 산재보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권 교수는 “산재보험에서 산업재해란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에 대한 보상으로 규정돼 있는데 근로기준법 상 특고 및 플랫폼 종사자는 협의의 근로자 개념 범주에 넣는 것은 난해하지만, 사회적 보호 필요성이 있는 노무 제공자의 경우 근로자의 지위를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달원은 과거에 어느 기업에 속한 고용관계에 있는 근로자였다. 하지만 지금은 독립계약자로 바뀌었다. 권 교수는 “이같은 자율적 노동 형식에 대해 이를 종속노동으로 다시 포섭시켜 기존 공장제 노동법 체계에서 보호하려는 것은 시대착오”라며 “노무제공자의 실질적인 보호에 기여할 수 있는 ‘노동법 2.0’이 등장해 건강하고 자율적인 노동을 보장하고 노동약자를 보호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라파엘 해프링거(Raphaël Haeflinger) 프랑스 산재보험기관(EUROGIP) 사무총장은 “코로나19 팬메딕 이전인 2019년에 유럽의 재택 또는 원격 근무 비율이 11%였고 그것도 부정기적으로 이따금씩 있었다”며 “코로나19 유행 이후인 2022년에는 20%로 높아졌으며 하나으 정형화된 형태로 굳었다”고 소개했다.


그는 자택에서 근무할 때의 사고에 대해 유럽 각국의 다양한 사례를 예시했다. 최근 스페인에서는 원격근무자가 자택의 화장실을 다녀오다 집안 복도에서 넘어진 사고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했다. 오스트리아도 PC 케이블에 걸려넘어지는 사고에 대해서도 산재를 인정했다. 반면 스웨덴과 핀란드에서는 업무와 엄격한 관련성이 있는 것에 국한해서 재해를 인정하는 상황이다. 집안에서 넘어지는 것, 뜨거운 커피를 타서 마시다가 화상을 입은 것 등은 인정하지 않는다.


그는 “프랑스 플랫폼 근로자의 대다수는 자영업자로 분류 돼 산재보험 의무가입 대상이 아니다”며 “그 결과 많은 이들이 업무상 위험에 대한 보장을 받지 않고 있거나 보장이 중단된 상태”라고 우려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럽에서는 플랫폼 노동과 재택 또는 원격 근무에 대해 사업장에서 일어난 것과 동일한 산재 적용을 인정하려는 추세다. 해프링거 총장은 “새로운 고용 형태는 고용 불안, 안전 모니터링 약화, 근로자 고립 및 정신건강 위험, 교육 접근성 감소 등을 초래하므로 이에 대한 악영향을 최소화하고 예방하는 조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날 행사에는 박종길 근로복지공단 이사장, 이재갑 전 고용노동부 장관, 허재준 한국노동연구원 원장과 노동 분야 전문학자 등이 패널로 참석했다. 공단은 이날 아시아산재보험협회 회의를 개최했다. 협회의 현재 의장기관은 한국의 근로복지공단이다. 회의에는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등 7개국 8개 회원기관이 참석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산재보험 분야 협력 성과를 진단했다. 또 향후 2년간 협회가 추진할 계획을 논의했다. 


박종길 이사장은 개회사에서 “변화하는 시대 상황에 맞춘 산재보험의 미래 발전방향을 모색하겠다”며 “일하는 모든 사람들이 일터에서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행복파트너로 산재보험이 더욱 발전하는 계기를 마련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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