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매사사추세츠 보스턴에 소재한 X4파마슈티컬스(X4 Pharmaceuticals, 나스닥 XFOR)이 개발한 ‘졸렘디캡슐’(Xolremdi, 성분명 마보릭사포 mavorixafor)가 지난 26일, 12세 이상의 WHIM 증후군 치료제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다.
WHIM증후군은 사마귀(Warts), 저감마글로불린혈증(Hypogammaglobulinemia), 감염(Infections), 미엘로카테시스(Myelokathexis, 골수호중구저류증, retention (kathexis) of neutrophils in the bone marrow(myelo), 백혈구 및 호중구 감소)) 등을 4대 특징으로 하는 희귀질환이다.
졸렘디는 WHIM증후군 환자에서 순환 성숙 호중구 및 림프구 수 증가를 위해 사용하는 용도로 허가받았다. 이 약은 선택적 CXC 케모카인 수용체 4(CXC chemokine receptor 4, CXCR4, fusin, CD184로도 불림) 길항제로, CXCR4 경로 기능장애로 인해 발생하는 희귀 복합 1차성 면역결핍증 및 만성 호중구 감소성 질환인 WHIM증후군에 승인된 최초의 치료제다.
WHIM증후군은 CXCR4 유전자의 변이로 미성숙하고 말단이 잘려나가 몸통만 남은 CXCR4 단백질이 생성됨으로 면역기능 결핍을 유도하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CXCR-4는 림프구에 강력한 화학적 주성을 가지며, 인간기질유래인자-1(stromal-derived-factor-1, SDF-1)에 특이적인 알파 케모카인 수용체다. CXCR4는 HIV(에이즈바이러스)가 CD4 양성 T 세포를 감염시키는 데 활용(악용)하는 여러 케모카인 공동 수용체 중 하나다. 케모카인(chemokine; 화학유인물질 사이토카인, chemotactic cytokine)은 사이토카인(cytokine)의 일종으로 체내 신호 분자이다. 케모카인의 크기(분자량)는 비교적 작은 편이며, 이들이 분비되어야만 면역계에서 백혈구들이 감염 부위가 어디인지를 알고 이동할 수 있다. CXCR4는 자궁내막에서 수정란의 착상과도 관련돼 있는 것으로 연구돼 있다. CXCR4는 배아 발생 및 성인기의 뉴런 생성에 가이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WHIM증후군에서는 이 수용체가 작동 상태로 있는 기간이 정상보다 길어 면역세포 간 긴밀한 소통과 견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전반적으로 면역기능이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환자는 혈중 호중구 및 림프구 수치가 낮으며(호중구감소증 및 림프구감소증) 심각하고 잦은 감염을 경험한다.
CXCR4 수용체를 차단하는 약물은 조혈줄기세포를 혈액으로 보내 말초혈액줄기세포로 동원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CXCR4 수용체에 결합하는 리간드가 SDF-1이기 때문이다. 이는 기존 G-CSF처럼 호중구 활성을 높여 면역력을 높이는 데 일조할 것으로 짐작된다.
이번 승인은 WHIM증후군을 진단받은 12세 이상의 환자 31명을 대상으로 졸렘디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평가한 글로벌, 피험자 무작위 배정, 이중맹검, 위약대조, 다의료기관 3상 임상시험인 ‘4WHIM’의 결과를 바탕으로 이뤄졌다.
임상에서 졸렘디는 위약과 비교해 절대 호중구 수치(absolute neutrophil count, TAT-ANC)가 역치 이상(500 cells/μL 이상)을 유지한 시간과 절대 림프구 수치(absolute lymphocyte count, TAT-ALC)가 역치 이상(1000 cells/μL 이상)인 시간을 증가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졸렘디는 총 감염 점수와 총 사마귀 변화 점수로 구성된 복합 평가지표를 통해 승률 방법(Win-Ratio method)으로 효과를 추가 평가했다.
복합 평가지표의 개별 구성요소 분석 결과 졸렘디 치료군은 위약군에 비해 감염 중증도에 따라 가중된 총 감염 점수가 약 40% 감소했다.
또 졸렘디 치료군은 위약군에 비해 연간 감염률이 60% 감소한 것으로 관찰됐다.
52주 동안 졸렘디 치료군과 위약군 간에 총 사마귀 변화 점수의 차이는 없었다.
임상시험에서 가장 흔하게 보고된 이상반응은 혈소판감소증, 잔비늘증( pityriasis, 장미색 비강진, 薔薇色粃糠疹), 발진, 비염, 비출혈, 구토, 현기증이었다.
미국 듀크대 의대 류마티스·면역학 부교수 테레사 태런트(Teresa K. Tarrant)는 “지금까지 WHIM증후군 환자를 위해 사용된 지지요법은 질병의 근본적인 원인인 CXCR4 경로 기능장애가 아닌 증상 관리에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절되지 않는 CXCR4 경로 신호전달을 해결하도록 만들어진 치료제인 졸렘디의 승인을 통해 절대 호중구 및 림프구 수를 증가시켜 감염과 싸울 수 있는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표적치료제를 확보하게 돼 흐뭇하다”고 말했다.
X4파마슈티컬스의 폴라 레이건(Paula Ragan) 최고경영자는 “졸렘디의 승인은 X4와 WHIM증후군 커뮤니티 모두에게 획기적인 이정표”라며 “임상 프로그램에 참여한 환자와 가족, 연구자, FDA, 표적치료제 개발을 현실화시킨 직원에게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앞서 FDA는 졸렘디를 WHIM증후군에 대한 혁신치료제로 지정했다. 코로나19가 한창인 2020년 10월초에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돼 이후 우선심사 절차를 거쳤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졸렘디의 도매가격은 체중이 50kg을 넘는 환자의 경우 1년에 49만6000달러, 50kg 이하인 환자의 경우 37만2000만달러로 책정됐다.
X4파마슈티컬스는 이번 졸렘디 승인을 통해 FDA로부터 추후 승인 신청에 사용하거나, 다른 회사에 매각(현재가치 1억달러 안팎)할 수 있는 희귀소아질환 우선심사 바우처를 수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