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국 서울대병원 안과 교수팀은 시각장애 환자군이 정상군에 비해 자살 위험성이 높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연구팀은 2024년 2월 이전까지 발표된 ‘시각장애와 자살의 연관성’과 관련된 30건의 코호트 연구 결과들을 종합해 메타분석을 실시시한 결과 이같은 결론을 얻었다고 25일 발표했다.
시각장애는 선천적 이상 또는 후천적 안질환으로 인해 의학·광학적 방법으로 개선할 수 없는 시력 및 시기능 장애를 말한다.
기존에는 시각장애 정도가 심할수록 자살에 대한 생각을 자주 하며, 실제 자살 시도로 이어지는 위험도가 높다는 국내외 연구 결과가 보고되어 왔다.
하지만 이미 발표된 시각장애와 자살 위험 증가 사이의 연관성을 제시한 연구들의 규모와 일관성에 차이가 있어, 정확한 관련 위험도의 평가는 어려움이 있었다. 또 선행 연구들을 통합한 메타분석을 통해 자살위험도를 수치화한 연구는 지금껏 국내에 없었다.
이에 연구팀은 PubMed, EMBASE, Scopus 등 주요 의학데이터베이스에 등재된 문헌검색을 통해 2024년 2월 이전까지 국제학술지에 발표된 30건의 코호트 연구결과를 종합해 총 374만3668명의 표본을 확보했다. 이후 메타분석을 통해 시각장애가 잠재적으로 자살 위험에 미치는 영향을 비교 분석했다. 자살 위험성은 ‘자살시도’ 및 ‘자살사망’을 포함하는 ‘자살행동’을 뜻한다.
연구 결과, 시각장애를 가진 환자들은 정상군과 비교했을 때 자살 위험성이 약 2.5배(상대위험도 2.49, 95% 신뢰구간 1.71~3.63)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연령대 별 분석 결과, 시각장애가 있는 청소년의 자살 위험성이 약 10배(상대위험도 9.85, 95% 신뢰구간 4.39~22.10)로 가장 높았다. 이는 청소년 시각장애군이 생리적·심리적 변화가 시작되고 새로운 기술 습득 및 사회적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청소년기에 불안, 긴장, 고통 등이 더 심하게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그 다음으로는 65세 이상의 노년층의 자살 위험성이 약 6.7배(상대위험도 6.66, 95% 신뢰구간 2.95~15.00)로 잇따랐다.
김영국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를 통해 시각장애가 환자들에게 상당한 심리적 영향을 미치는 것이 확인됐다”며 “안과 전문의는 책임감을 가지고 저시력 상태에 있는 안질환 환자, 특히 청소년층의 스트레스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위험도가 높은 경우 정신과 전문의 또는 사회복지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연계가 필요하며 가족과 주변인들의 적극적인 관심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의학협회 저널 ‘JAMA 네트워크 오픈’(JAMA Network Open, IF=13.8) 최신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