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일·박창희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 및 한국 림프종 임상연구 콘소시움(CISL) 공동연구팀은 예후가 나쁜 재발/불응성 미만성 거대B세포림프종(DLBCL) 치료를 위해 BTK억제제인 임브루카 및 아스트라제네카의 ‘칼퀀스정’(아칼라브루티닙), 레날리도마이드, 리툭시맙 3제 병용요법을 시행한 결과 유효성과 안전성을 입증했다고 23일 발표했다.
연구팀은 저등급(증식 속도가 느림) 림프종 치료에 사용되는 표적항암제인 ‘BTK억제제’에 기반한 새로운 항암화학요법을 개발하고, 이번에 단일군 2상 임상시험을 통해 결과를 도출했다.
66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 결과 중앙값 9.1개월의 추적관찰 기간에 객관적반응률(ORR)은 54.5%로, 전체 환자의 절반 이상이 종양 크기가 감소하거나 종양이 완전히 사라지는 치료 반응을 보였다. 종양이 완전히 사라지는 완전관해(CR)는 전체 환자 10명 중 3명꼴(31.8%) 나타났다.
1년 무진행생존(PFS) 비율은 전체 환자의 33.1%로, 환자 3명 중 1명은 1년간 종양이 진행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반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Nature’의 자매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IF=16.6)에 게재됐다.
DLBCL은 항체 생성을 담당하는 림프구의 일종인 B세포에 생긴 암이다. 비교적 빠르게 진행하는 공격성 림프종의 일종으로, 악성 림프종의 절반 이상은 이 유형이다. 성인에서서 가장 흔한 비호지킨 림프종의 형태다. 미국과 영국에서 연간 인구 10만명당 7~8명꼴로 발병한다. 주로 노년층에서 발생하며 평균 진단 연령은 70세를 약간 밑돌지만 젊은 성인에서도 나타날 수 있으며, 드물게 어린이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
리툭시맙 등을 병용하는 항암화학요법으로 치료하는데, 환자 10명 중 4명은 1차 치료에 반응이 없거나 치료 후 재발을 경험한다.
CAR-T 치료법이 도입돼 이런 환자들의 예후가 개선됐지만 여전히 절반가량의 재발/불응성 환자는 정립된 표준치료법이 없고 기대여명이 6개월에 그칠 만큼 예후가 나쁘다. 즉 재발/불응성 환자들의 사망률이 여전히 높은 상황이라서 이들을 위한 새로운 치료법이 필요했다.
이에 연구팀은 BTK억제제인 아칼라브루티닙, 다발성골수종 치료에 사용하는 면역조절항암제인 레날리도마이드, C20 표적항암제인 리툭시맙을 병용하는 항암요법(R2A요법)을 개발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BTK억제제가 저위험 림프종뿐 아니라 공격성 림프종 치료에도 효과가 있으며, BTK 억제제 기반 병용요법이 재발/불응성 DLBCL을 완치하는 새로운 접근법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R2A요법으로 가장 효과가 좋은 환자군을 규명하기 위해 DNA, RNA, 단백질 기반의 바이오마커 분석을 추가로 실시한 결과, MYD88 돌연변이를 가졌거나 NF-κB 단백질 작용이 활성화된 환자가 유의미한 치료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영일 교수는 “BTK억제제 기반 항암치료는 CAR-T 치료에 실패한 재발/불응성 미만성 거대B세포 림프종 환자 치료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며 “이번 연구로 검증된 R2A요법을 최근 개발 중인 이중항체치료, CAR-T 치료와 병용한다면 생존율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