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2022년 국내 암사망률 1위는 ‘폐암’이다. 2000년대 초반 10%에 불과했던 폐암 생존율은 신약개발 등 치료법의 발전으로 최근 30~40%까지 개선됐지만, 5년간 환자 10명 중 7명 이상이 생존하는 위암·대장암에 비하면 여전히 예후가 좋지 않다. 병기에 따라 생존율이 달라지므로 조기 발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박샘이나 서울대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의 도움말로 폐암의 진단부터 병기별 치료 방법까지 알아봤다.
폐암의 유형
폐암은 발생 부위에 따라 폐 자체에 생긴 ‘원발성 폐암’, 다른 부위의 암이 옮겨진 ‘전이성 폐암’으로 구분한다. 원발성 폐암은 암세포 형태에 따라 ‘비소세포폐암’과 ‘소세포폐암’으로 나뉜다. 전체 폐암 환자 10명 중 8명 이상이 비소세포폐암이다.
비소세포폐암은 성장 속도가 느려 초기에 수술로 완치될 수 있다. 다만 조기진단이 어려워 많아야 전체 환자의 3분의 1 정도만 진단 당시 수술 가능하다. 진행이 많이 된 경우 초치료에 성공하더라도 절반 이상은 재발을 경험한다. 보통 수술 후 2년 전후로 재발될 수 있다.
소세포폐암은 공격성이 높기 때문에 비소세포폐암에 비해 생존기간이 훨씬 짧다. 수술보다는 항암치료를 주된 치료로서 실시하는 경우가 많다.
위험인자 및 조기진단 방법
폐암의 가장 큰 위험 요인은 ‘흡연’이다. 직접흡연 시 폐암 발생위험이 13배까지 높아지며, 장기간의 간접흡연도 위험을 1.5배가량 높일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발암물질에 대한 직업적 노출이나 기저폐질환도 폐암의 위험요소다. ‘가족력’의 중요도는 상대적으로 다른 암에 비해 적기 때문에 폐암 환자의 가족들에게 반드시 검사를 권고하지는 않는다.
최근 흡연자가 감소함에도 폐암 환자는 증가세라는 국내 통계가 있다. 비흡연 폐암 환자와 흉부 저선량 컴퓨터단층촬영(low-dose computed tomography, LDCT) 도입으로 조기 발견된 환자가 증가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저선량 흉부CT 검사는 2017년부터 보건복지부에서 시행한 ‘폐암 검진 시범사업’에 활용되고 있다. 검진 대상은 55세 이상, 20년 이상의 흡연력을 가진 흡연자로, 대한폐암학회에 따르면 검진을 통한 조기 발견율은 68.4%다. 또 2019년 7월부터 국가암건진 사업에서 흡연력 30갑년(예컨대 30년간 매일 한 갑, 15년간 매일 두 갑) 이상 55~77세 건강보험 가입자에 대해 2년마다 LDCT를 받도록 권고하고 있다.
저선량 흉부CT의 가장 큰 장점은 흉부X-선 촬영으로 발견이 어려운 3~5mm 크기의 작은 결절까지 발견할 수 있고, 심장·혈관·뼈 등에 가려진 부위까지 확인 가능하다는 것이다.
대표 증상 및 유사한 폐질환
폐암은 초기에는 증상이 거의 없고 어느 정도 암이 진행되면서부터 기침, 객혈, 흉통, 호흡곤란 등이 발생한다. 다만 기침, 객혈은 진행 여부와 관계없이 발생하기도 한다.
뼈에 전이된 경우 지속적인 통증을 유발하기도 하고, 체중 감소가 나타날 수도 있는데 이런 증상들은 폐암뿐 아니라 다른 악성 종양에서도 동반될 수 있으므로 검진을 추천한다.
폐암은 잦은 기침과 객혈, 폐결절을 동반하는 다른 폐질환과 혼동될 수 있다. 특히 OECD 국가 중 결핵 발생률이 가장 높은 우리나라에서는 결핵과 폐암이 오인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폐암과 결핵으로 인한 폐결절 양상이 비슷해 정확히 감별해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치료되지 않는 폐렴도 폐암을 의심할 수 있어서 폐렴에 대한 치료반응이 좋지 않은 경우 흉부 CT 검사를 해보는 게 좋다.
폐암의 수술치료
폐암 치료법은 수술, 방사선치료 등 종양을 직접적으로 타깃하는 ‘국소치료’와 항암화학요법, 표적치료제, 면역치료제 등 약제를 사용한 ‘전신치료’로 구분할 수 있다.
그 중 수술로는 폐암 병변과 전이된 주변부를 절제하는데 초기라면 완치율이 매우 높다. 그러나 병기가 낮아도 모두 수술하는 것은 아니다. 연령, 폐기능, 신체능력(계단 오르기, 등산 가능 여부 등), 기저질환(심장질환, 신장질환 등) 등 환자의 컨디션을 사전에 평가해 선별적으로 수술을 실시하게 된다.
다행히 폐암 수술은 보존적인 방향으로 발전해나가고 있다. 과거보다 절제 부위를 최소화해 폐를 많이 보존하고 있고, 최소침습수술(흉강경수술, 로봇수술)을 통해 절개 부위가 줄어들어 환자들의 빠른 회복이 가능하다. 따라서 전신상태가 좋지 못한 환자들도 점차 수술을 적극적으로 고려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식수술의 경우 말기 폐질환 환자에게는 시행할 수 있으나 폐암의 1차 치료로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폐암 환자 중 선별된 일부만을 대상으로 아주 드물게 이식수술을 실시하는 경우가 있으나, 일반적으로 폐 이식은 암이 없는 상태거나, 암 과거력이 있는 경우 최소 3년 이상의 무병기간을 충족할 때 실시한다.
병기별 폐암 치료법: 1~3기
폐암 병기는 1~4기로 구분되며 병기에 따라 치료 방향이 완전히 다르다. 1기부터 3기 초반이면 수술을 실시하는데, 특히 1기 폐암은 수술이 가장 효과적이다. 수술로 폐 병변과 림프절 일부를 절제하면 병리학적으로 전이 여부를 판단하는 과정을 거쳐 폐암 병기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2기, 3기 폐암은 주로 항암화학요법 및 면역치료를 실시해 암의 크기를 줄인 후 수술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재발 가능성은 낮추고 생존율을 높인다고 알려졌다. 실제로 이 같은 ‘선행항암요법’을 3회가량 실시한 후 수술받는 환자가 최근 늘어나고 있다. 다만 환자의 전신 상태에 따라 선행항암요법 적용 가능 여부는 달라진다. 수술 후 표적치료제를 장기 복용하는 것도 재발 예방에 도움이 된다.
병기별 폐암 치료법: 4기(말기)
폐암 환자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4기 폐암’의 경우 항암화학요법이 주 치료가 된다. 방사선치료를 병합해 실시하기도 한다. 이식수술을 흔히 실시하는 말기 간암과 달리 말기 폐암은 이식을 통해 치료하지 않는다. 병변 부위만 교체한다고 해서 타 장기로의 전이를 해결할 수 없고, 이식수술 후 복용하는 면역억제제가 재발을 높일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박 교수는 “폐암은 병기와 종류, 환자의 상태에 따라 적합한 치료 방침이 달라진다"며 "최적의 진단과 치료를 위해 심장혈관흉부외과뿐 아니라 호흡기내과, 방사선종양학과, 핵의학과, 병리과 등 다양한 의료진이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