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승운 고려대 구로병원 심혈관센터 교수팀(박수형 교수, 차진아 연구원, 최세연 연구교수)이 장기간 고농도 대기오염에 노출될 경우 ‘ST분절 상승 심근경색’(ST-Elevation Myocardial Infarction, STEMI)과 그 중요 합병증인 ‘병원 내 심인성 쇼크 발생률’이 증가하는 상관관계를 규명했다고 12일 밝혔다.
급성심근경색은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사망률의 주요 원인으로, 대기오염은 급성심근경색을 유발하는 환경 요인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기존에 보고된 대부분의 연구에서는 주로 단기간의 대기오염 노출과 급성심근경색 사이의 연관성을 조사하는 데 중점을 두었고, 사망률이나 전반적인 임상 결과만을 분석해왔다.
연구팀은 기존의 연구에서 더 나아가 장기간의 고농도 대기오염 노출이 STEMI와 ‘비 ST분절 상승 심근경색’(NSTEMI) 발병에 미치는 영향을 비교 분석했다. STEMI는 심장의 큰 혈관이 혈전 또는 강력한 혈관 수축 등의 원인으로 폐쇄돼 발생하는 심근경색으로, 증상 발현 후 신속하게 병변을 재개통하는 것이 중요하다. ‘비ST절 상승 심근경색’과 구분해 향후 합병증을 최소화할 수 있는 치료제를 선택하는 게 중요하다.
연구팀은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 및 대한심장학회 지원을 통해 구축된 한국인급성심근경색 레지스트리(KAMIR-NIH)에 2006년 1월부터 2015년 12월 사이에 신규 등록된 19세 이상 급성심근경색 환자 4만5619명을 대상으로 흉통이나 호흡곤란 등 심근경색 관련 증상이 처음 발생한 날 전날의 1년 평균 대기오염 농도를 분석했다. 1년 평균 대기오염 농도는 환경부에서 제공하는 시간별 대기오염 농도 데이터를 활용했다.
그 결과 단위면적 당 대기오염 농도의 증가는 비ST분절 상승 심근경색보다는 ST분절 상승 심근경색 발병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됐으며, 특히 고농도의 미세먼지(PM10)에 장기간 노출될 때 ST분절 상승 심근경색의 발생 위험이 0.9%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아울러 고농도의 미세먼지(PM10)와 이산화황(SO₂)에 노출되면 병원 내 심인성 쇼크합병증의 발생 위험이 각각 3.3%, 10.4% 증가함을 밝힘으로써 대기오염 노출이 심인성 쇼크 합병증의 위험요소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규명했다. 심인성쇼크는 급성심근경색환자의 약 5~13%에서 발생하는데, 적절한 치료를 하더라도 예후가 좋지 않아 병원 내 사망률은 20~40%, 1년 사망률은 최대 50%에 달한다.
나승운 교수는 “이번 연구는 대기오염 노출과 ST분절 상승 심근경색 및 비ST분절 상승 심근경색과의 장기적인 연관성을 비교했다는 점에서 학술적 의의가 있다”며 “더불어 대기오염 노출이 심인성 쇼크 발생을 증가시키는 만큼, 고농도 대기오염 노출을 줄이는 게 잠재적인 심근경색 발생 및 사망률을 줄이는 데 중요하다는 것을 강력히 시사하는 연구”라고 말했다.
박수형 교수는 “최근 장기적인 대기오염 노출이 심혈관 질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가 증가하고 있다”며 “이번 연구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대기오염 노출과 ST절 상승 심근경색 및 비ST절 상승 심근경색과의 장기적인 연관성을 비교 입증한 최초의 연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번 ‘장기간의 대기 오염 노출과 ST 상승 심근 경색 및 병원 내 심인성 쇼크 발생률 증가의 연관성’(Long-term air pollution exposure is associated with higher incidence of ST-elevation myocardial infarction and in-hospital cardiogenic shock)이라는 제목의 논문은 세계적인 과학 학술지 네이처(Nature)가 출간하는 SCI급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게재됐다.
이번 연구는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에서 국내 미세먼지기인 질환 발생 및 예방·관리를 위한 과학적 근거 마련을 위해 ‘한국인의 1차 및 2차 심혈관질환 예방을 위한 미세먼지 노출 한계에 관한 연구’ 과제의 연구비를 지원받았다.